<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한 미사>(2009. 10. 18)
<방자의 심정>
주일 제1독서 말씀에서는,
온 세상이 하느님 나라가 되면,
사람들이 무기를 놓고 서로 평화롭게 지내게 된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리라.”
선교활동이라는 것은 단순히 신자 수를 늘리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이 정말로 하느님 안에서
평화롭고 살기 좋은 세상이 되도록 하는 데에 목적이 있습니다.
주일 제2독서 말씀은,
우리의 믿음과 그 믿음을 전하는 일에 관한 가르침입니다.
우리는 먼저 구세주 예수님에 대한 믿음을 확고하게 가지고 있어야 하고,
그 믿음을 다른 사람에게 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복음 말씀은,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복음을 전하라고 명령하시는 내용입니다.
복음을 전하는 것은 예수님의 마지막 명령입니다.
우리는 미사가 끝날 때마다 그 명령을 반복해서 듣고 있습니다.
“가서 복음을 전합시다.”
우리는 그 명령에 대해 “하느님 감사합니다.” 라고 응답합니다.
이 응답은 곧 그 명령에 순종하겠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미사가 끝나고 성당을 벗어나면,
그 명령과 우리의 응답을 쉽게 잊어버리고 있습니다.
복음을 전한다, 기쁜 소식을 전한다, 라는 것은
예수님의 명령이기 이전에
우리가 기쁜 소식을 들었고 우리 안에 기쁨이 가득 차 있기 때문에
저절로 전하게 되는 일입니다.
그러나 기쁜 소식을 듣고서도 기쁨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래서 자기 안에 기쁨이 없다면,
다른 사람에게 기쁜 소식을 전할 수가 없습니다.
춘향전에서,
이도령이 과거시험에서 장원급제를 한 다음에 암행어사가 되어 내려올 때,
감옥에 갇혀 있는 춘향의 편지를 이도령에게 전하려고 한양으로 올라가던 방자가
이도령과 중간에서 만나게 됩니다.
이도령은 겉으로는 거지 모습이었지만,
방자는 이도령이 암행어사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도령은 방자에게 입도 뻥긋 하지 말라고 엄명을 내립니다.
그러나 방자는 그 사실을 월매나 춘향에게 알리고 싶어서 몸달아 합니다.
감옥에 갇혀서 고생하고 있는 춘향이나,
날마다 눈물로 세월을 보내고 있는 월매가 그 사실을 알게 되면
굉장히 기뻐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도령이 암행어사 출도를 외칠 때까지는 그것을 말할 수가 없습니다.
그 기쁜 소식을 혼자만 알고 있어야 하는 방자의 심정...
이제 곧 암행어사 출도가 있고,
세상이 뒤집어지고,
고생하던 사람들이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게 된다는 그 기쁨과 희망,
그것을 알리고 싶어하는 방자의 마음...
이것이 바로 복음을 전하는 우리의 심정이 되어야 합니다.
이도령은 방자에게 입도 뻥긋하지 말라고 했지만,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기쁜 소식을 널리 알리라고 했습니다.
예수님이 구세주라는 사실,
우리가 구원받았다는 사실,
이제 예수님을 모르던 사람들도 믿으면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
이도령이 암행어사라는 사실을 알고 기뻐서 어쩔 줄 모르는 방자가
그 기쁜 소식을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어 하던 그 심정으로
우리도 예수님의 기쁜 소식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어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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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선교활동이 안 되고 있는가...???
그것은 우리 각자의 마음속에 아직 기쁨이 크지 않기 때문이고,
믿음이 아직 튼튼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에게 말을 잘하지 못해서가 아니고,
선교활동의 기술이 부족해서도 아니고,
활동비가 적어서도 아닙니다.)
예수님 덕분에 구원을 받았다는 믿음과 기쁨이 있어야 그것을 전할 수 있는데,
그게 약하기 때문에 전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믿음의 '증언'이란 '확신'을 바탕으로 하는 것입니다.
우리 교회도 하려고만 하면,
다른 사이비 종교처럼 집집마다 다니면서 선교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기 안에 기쁨과 믿음이 없다면,
그런 활동은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먼저 믿고, (먼저 확신을 가져야 하고),
먼저 기뻐해야 합니다. (먼저 삶에 기쁨이 가득 차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정말로 넘치는 기쁨과 굳은 믿음 속에서 산다면,
세상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저절로 우리의 기쁨과 믿음에 동참하고 싶어할 것입니다.
송영진 모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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