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8주간 토요일>(2009. 10. 17. 토)
(안티오키아의 성 이냐시오 주교 순교자 기념일)
<예수님을 증언한다는 것>
"누구든지 사람들 앞에서 나를 안다고 증언하면,
사람의 아들도 하느님의 천사들 앞에서 그를 안다고 증언할 것이다."
성경에서 '안다.' 라는 단어에는 '사랑한다.' 라는 뜻이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 말씀에서,
예수님을 안다고 증언한다는 것은 곧 예수님을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을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사랑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목숨을 바쳐 사랑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을 너무나도 사랑하기 때문에 목숨을 바치는 것이 곧 순교입니다.
그러면 예수님도 그를 안다고 증언하시겠다는 것을 약속하십니다.
역시 예수님도 그를 사랑한다고 하느님 앞에서 선언하시겠다는 것입니다.
이 약속은 하느님 나라에서의 영원한 생명을 보장하는 약속입니다.
예수님 말씀은 시간적인 순서를 말한 것도 아니고,
무슨 조건부 사랑을 말씀하신 것도 아닙니다.
예수님은 이미 우리를 사랑하셔서 목숨을 바치신 분입니다.
그리고 사랑이라는 것에 무슨 조건이 필요하겠습니까?
그래서 예수님 말씀은 이렇게 해석됩니다.
"나는 이미 너희를 목숨 바쳐 사랑했으니,
너희도 나를 그렇게 사랑하여라."
순교를 하든 안 하든, 신앙생활이란 예수님을 사랑하는 생활입니다.
그러나 그 사랑은 예수님의 사랑을 받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미 사랑 받았고, 받고 있기 때문에 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예수님의 사랑을 받고 있음을 깨닫는 것이 첫 번째 할 일입니다.
누가 깨우쳐 줄 수 없습니다.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그 사랑에 보답하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사랑이란 억지로 되는 것도 아니고 필요해서 하는 것도 아니고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와서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큰 사랑을 받았는데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것은 영혼에 병이 든 것입니다.
영혼의 병이란 곧 죄입니다.
예수님을 사랑하지 못한다는 것은
그것은 지금 죄 속에 있다는 표시가 됩니다.
똑같은 사랑을 받았는데...
누구는 그 사랑 때문에 죽기까지 예수님을 따르는데...
누구는 예수님을 배반하고
누구는 예수님을 모른척 하고
누구는 예수님을 밀고하고...
그 차이는 예수님의 사랑의 차이가 아니라
스스로 죄 속에 갇혀서 사랑을 받아도 받은 것을 모르고
사랑을 할 줄도 모르는 상태에 있기 때문입니다.
죄 중에 가장 큰 죄, 용서받지 못할 죄는 '성령을 모독하는 죄'
라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도대체 성령을 모독하는 죄라는 것이 무엇일까?
그것은 하느님의(예수님의) 사랑과 용서를 거부하는 죄입니다.
어떤 죄든지 다 용서받을 수 있지만
용서 자체를 거부하는 죄는 용서받을 수 없습니다.
예수님을 '모른다.' 라고 말하는 것은 안다고 말하는 것과 반대로
예수님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을 알 기회가 없어서, 정말 예수님을 몰라서 모른다고 할 수도 있지만,
예수님은 그런 사람에 대해서 말씀하신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을 알고, 또 믿으면서도 모른다 - 사랑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그것은 예수님의 사랑을 거부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그 자신도 예수님의 사랑을 받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결국 성령을 모독하는 죄란 예수님의 사랑을 고의적으로 거부하는 죄입니다.
사랑 자체를 거부하고,
용서 자체를 거부하는 사람을 용서할 방법은 없습니다.
성령께서 해야 할 말을 알려 주실 것이기 때문에
끌려갔을 때 어떻게 말할까, 무엇을 말할까 걱정하지 말라는 말씀은
하느님의 천사들 앞에서 안다고 증언해 주실 것이라는 말씀과 연결됩니다.
이것은 예수님의 증언이 하늘에서의 일로 그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그렇게 우리가 주님의 기도를 바치는 것과 같이
예수님도 그렇게 우리를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사랑해 주실 것이고,
어제처럼 오늘도, 오늘처럼 내일도 사랑해 주실 것이라는 약속입니다.
그 사랑을 믿는다면 걱정할 것이 없습니다.
인생에 대해서도, 세상에 대해서도, 박해에 대해서도...
다만 용감하게 예수님에 대한 사랑을 고백할 뿐.
송영진 모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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