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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성모승천대축일전야저녁미사(090814.금)

도구 Ludovicus 2009. 8. 14. 07:49

<성모 승천 대축일 전야 저녁미사>(2009. 8. 14. 금)

 

<행복>

 

어떤 여자가 예수님께

"선생님을 배었던 모태와 선생님께 젖을 먹인 가슴은 행복합니다." 라고 소리칩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지키는 이들이 오히려 행복하다." 라고 대답하십니다.

 

예수님께 소리친 그 여자의 말은 예수님과 성모님을 동시에 찬양하는 말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인간적인 눈으로 볼 때의 행복을 말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 여자의 말에 대해서 예수님께서는 참 행복이 무엇인지를 가르치십니다.

 

예수님의 말씀은

예수 잉태를 예고할 때의 가브리엘 천사의 말과 연결되고,

마리아가 방문했을 때 엘리사벳이 했던 인사말에도 연결되고,

엘리사벳의 말에 응답했던 마리아의 말에도 연결됩니다.

그리고 그것은 모두 같은 말이기도 합니다.

 

가브리엘 천사 ..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신다."

 

엘리사벳 ..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

 

마리아 ..

"이제부터 과연 모든 세대가 나를 행복하다 하리니

전능하신 분께서 나에게 큰일을 하셨기 때문입니다."

 

참된 행복은 하느님에게서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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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과 마약에서 행복을 구하는 것은 미친 짓입니다.

돈과 권력과 인기와 존경에서 행복을 구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입니다.

육체의 쾌락에서 행복을 구하는 것은 어리석고 허무한 일입니다.

 

행복은 하느님에게서 옵니다.

그런데 하느님은 사랑이신 분입니다.

따라서 행복은 사랑에서 옵니다.

그 사랑은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모두 포함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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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사랑을 나누고 결혼하고... 그래서 행복합니까?

처음에는 분명히 행복할 것입니다.

행복하기를 원해서 사랑하고 결혼했으니, 행복해야겠지요.

그런데 그게 얼마나 지속됩니까?

 

행복하기를 원해서 결혼했으면 계속 행복해야지, 왜 후회합니까?

행복해질 줄 알았는데, 착각했고 오해했다고?

상대방이 그런 사람인 줄 몰랐다고?

다 구차한 변명입니다. 책임은 상대방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있습니다.

 

전에 있던 어떤 본당에서 합동 금혼식 행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대상을 파악해보니 다섯 쌍이었습니다.

그런데 행사 날이 되기 전에 한 분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래서 네 쌍으로 합동 금혼식 행사를 했습니다.

세 쌍은 전통 혼례복을 입었고, 한 쌍은 웨딩 드레스를 입었습니다.

 

가톨릭 신문에 기사도 나갔고,

누군가 사연을 보내서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에도 소개되었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또 해외에서도 자녀들, 가족들이 모두 모였습니다.

 

그런데...

그 전날까지 줄곧 다투고 싸웠던 부부 한 쌍이 있었습니다.

결국 금혼식 행사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겨우 겨우 설득해서 혼례복을 입고 참석하긴 했는데,

금혼식 행사 중에 계속 서로 외면하고 있었습니다.

행사가 끝난 뒤에 두 분을 화해시키려다 제가 녹초가 되었습니다.

 

그날 저는 50년을 함께 살았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축복받아 마땅하다는 내용의 강론을 했습니다.

 

행사 후에...

지난 50년의 사연을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들 부부는 50년 동안 행복했을까?

장담하건대, 인내와 극기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한 세월이었습니다.

그건 행복한 세월이 아니라 고행의 세월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네 쌍 전부 다 그랬습니다.

 

지나고 나서 회상해보니 행복한 시절도 많았다는 것이지,

하루 하루, 순간 순간... 참고 또 참으면서 50년을 살았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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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을 사랑하면서도 하느님을 잊고 있으면 허무하게 끝납니다.

그저 착한 일 한 번 했다는 추억만 남을 뿐입니다.

 

부부 사랑, 자녀 사랑, 친구와의 우정... 역시 행복을 보장하지 못합니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유한하고

여러 가지 한계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물론 평생 가는 사랑이 있긴 있습니다.

연애시절부터 결혼해서 사는 동안,

그리고 죽는 날까지 단 한 번도 싸우지 않고 미워하지 않고 후회하지 않고

그냥 행복하게 살기만 하는 부부가 분명 있긴 있을 것입니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도 그런 사랑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거의 대부분,

사랑하다 미워하다, 기뻤다가 슬펐다가, 후회하기도 하고, 뉘우치기도 하고

그렇게 살아갑니다.

 

사실 인간적인 사랑만 놓고 생각하면 '영원한 사랑'이란 없습니다.

천년의 사랑? 그건 그냥 헛된 환상일 뿐입니다.

 

제가 인간의 사랑에서 '영원한 사랑'이란 없다고 단정적으로 말하는 것은

인간에게는 영원이라는 시간이 없기 때문입니다.

'영원'은 하느님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표현을 듣기 좋게, 부드럽게 바꾸면,

'하느님께서 도와주시지 않으면 영원한 사랑이란 없다.' 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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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만 사랑하고 인간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래도 행복할 수 있을까?

 

어떤 일을 겪고 속세를 떠나서 인간들 없는 곳에서 혼자 산다면,

그곳에서 혼자 신앙생활을 하고 하느님만 찾는다면...

행복할 수 있을까?????????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하느님 사랑은 이웃 사랑을 통해서 실천되고

이웃 사랑은 하느님 사랑으로 완성되기 때문입니다.

 

인간에 대한 사랑이 없다면, 하느님을 사랑한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니 거기에 행복이 있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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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마리아를 여인 중에 가장 행복하신 분으로 찬양합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지키는 이들' 중 첫 자리에 마리아가 계십니다.

 

가브리엘 천사도 엘리사벳도

하느님께서 마리아와 함께 계시니 가장 행복하신 분이라고 찬양했습니다.

 

하느님께서 함께 계신다는 것은

하느님께서 일방적으로 하시는 일이 아닙니다.

하느님의 은총과 인간의 응답이 합해져야 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마리아가 위대한 것입니다. 하느님의 인정을 받으신 분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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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든 우리는 모두 행복해지기를 원합니다.

행복해지고 싶어서 공부하고,

행복해지고 싶어서 취직하고,

행복해지고 싶어서 연애하고,

행복해지고 싶어서 결혼하고, 애 낳고, 돈을 모으고...

그 자체로는 모두 좋은 일입니다.

 

남의 것을 뺏어서 자기가 가지려는 이기심,

혼자서만 행복해지려는 욕심, 그런 것만 없다면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방향을 잘 잡아야 합니다. 목적과 수단을 혼동하지 말아야 합니다.

합격, 취직, 승진, 출세, 연애, 결혼... 그건 다 수단이지 목적이 아닙니다.

그런 건 과정이고 중간 경유지일 뿐입니다. 종점이 아닙니다.

 

잠깐의 즐거움이 행복은 아닙니다.

그러니 행복을 유한한 세상에서 구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그냥 스치고 지나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행복하기를 바란다면, 영원한 곳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발은 지금 땅 위에 있지만, 눈은 하늘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기쁠 때에도, 슬플 때에도, 즐거울 때에도, 괴로울 때에도,

영원하신 하느님을 삶의 중심에 모시고 살아야 합니다.

 

사실 인간적으로만 보면

성모 마리아의 일생은 고통과 슬픔과 고난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런데도 가장 행복하신 분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그 삶에 '영원성'이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서 항상 하느님과 함께 사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성모님의 생의 마지막이 승천으로 마무리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믿음 없이 사는 사람들도 행복하게 살기는 합니다.

그러나 인생의 진실과 마주치면, 현실의 차가움을 겪게 되면,

그러다가 허무의 바다에 빠지게 되면.... 혼자 힘으로는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그것은 마치 술을 마시는 동안 행복했다가 깨고나면 고통스러운 것과 비슷합니다.

 

제가 전에 여기저기 강의를 하러 다닐 때,

청중들에게 "지금 행복하십니까?" 라고 불쑥 물었을 때,

즉시 행복하다고 대답하는 사람이 참으로 적은 것을 보았습니다.

 

거의 대부분 행복하게 살고 있지는 못하고,

행복을 '향해서' 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서 그것을 그냥 행복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아갑니다.

그래도 상관 없지만... 제대로 된 행복을 향해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마리아처럼 행복해지고 싶다면, 마리아처럼 살면 됩니다.

영원하신 하느님과 함께.

 

송영진 모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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