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0주간 월요일>(2009. 8. 17. 월)
"네가 완전한 사람이 되려거든,
가서 너의 재산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주어라.
그러면 네가 하늘에서 보물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와서 나를 따라라."
"그러나 그 젊은이는 이 말씀을 듣고 슬퍼하며 떠나갔다.
그가 많은 재물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재산이 많아서 슬펐던 사람.
복음 말씀에 나오는 젊은이는 재산이 많아서 슬펐던 사람입니다.
아마도 그런 이유로 슬퍼한 사람으로는 그가 유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슬픔은 상당히 긍정적입니다.
내적 갈등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가 나중에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재산이 많아서 슬퍼했던 것은 그의 삶에 큰 변화를 주었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그에게 요구한 것은 두 가지입니다.
재산에서 벗어나라는 것, 그리고 예수님을 따르라는 것.
여기서 예수님 말씀의 강조점은
재산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라는 말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재산에서 벗어나라는 말씀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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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에서 자유로워지는 것,
이건 애착을 버리라는 말씀입니다.
아까워서 버리지 못하는 마음, 그 마음을 버리라는 것입니다.
재산이 많은 것이 문제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재산에 마음이 묶여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예수님을 따르기 위해서는 빈 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예수님의 가르침입니다.
제자들을 파견하실 때 빈 손으로 떠나라고 하신 것과 같이
예수님을 따르기 위해서도 빈 손으로 따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가진 것이 있으면 그것을 바라보느라고 예수님을 못볼 수도 있습니다.
그것에 신경을 쓰다가 예수님의 말씀을 듣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모든 것에서 자유로워지는 일이 필요합니다.
아깝다고 여겨지는 것들부터 버리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게 어디 재산이나 물질적인 것에만 해당되는 일이겠습니까?
모든 것입니다.
지금 가지고 있는 모든 것, 아까워하는 모든 것입니다.
자신의 학력, 지위, 신분, 명예... 자존심...
소중했던 추억들마저 버려야 한다면 버리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가족마저도 버리라는 가혹한 요구를 했습니다.
제 경우에 몇 차례 그런 경험을 했습니다.
군대에 입대해서 논산 훈련소에서 군복으로 갈아 입을 때,
한 사람의 훈련병이라는 것 외에는 남길 것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나중에 유격 훈련이나 공수 훈련을 받을 때에도 비슷했습니다.
그때에는 계급마저 버려야 했습니다.
가슴에 붙은 번호 외에는 아무 의미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신학교에 입학할 때에도 그랬습니다.
물론 약간의 옷과 덮고 잘 이불은 가지고 갔지만,
그 나머지는 모두 집에 두고 가야만 했습니다.
병원에 입원할 때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환자로 지내는 동안 아까워서 움켜쥐고 있을 것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러니 나중에 죽어서 관에 들어갈 때에는... ???
필요한 것은 예수님을 향한 마음 하나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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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중요한 것은 예수님을 따르는 일입니다.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다 예수님을 따르는 것 같아도,
현실을 보면 그게 그렇지가 않습니다.
성당에 열심히 다니고, 기도도 많이 하고,
모범적인 신앙인이라는 평가를 듣는 사람들도
결정적으로 먹고사는 문제와 마주치게 되면
예수님보다는 세속을 더 따르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됩니다.
더 잘 살고 잘 먹기 위해서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신앙생활을 위해서 잘 살고 잘 먹는 일을 포기하는 사람은 적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선 순위입니다.
무엇을 가장 중요한 첫 자리에 두느냐? 그것이 핵심입니다.
자, 한 번 생각해 봅시다.
주일이 되었을 때,
주일에 직장 동료들과 중요한 친목 모임이 예정되어 있다면...
먼곳에서 집안의 어른이 모처럼 찾아온다는 연락이 왔다면...
학교의 동아리 MT가 주일에 예정되어 있다면...
월요일에 중요한 시험이 예정되어 있다면...
정말 소중한 친구가 주일에 만나자고 연락을 했다면...
직장 행사, 동네 행사, 가족 행사, 학교 행사, 친구들의 모임, 모임, 모임, 행사, 행사...
중요한, 더 중요한, 소중한, 더 소중한 그 무엇들이 주일에 잔뜩 예정되어 있다면...
하느님을 버리겠습니까?
많은 사람들이 기꺼이 하느님을 버리고, 그 중요하다는 일을 향해 갑니다.
어차피 주일은 계속 찾아오니까?
다음 주에 고해성사 보면 그만이니까?
성직자도 아니고 수도자도 아니니까?
속세에서 살아가려면 속세를 완전히 떠날 수 없으니까?
그렇겠지요.
남의 속도 모르는 신부들은 배부른 소리만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겠지요.
어쩌면 재산이 많아서 슬퍼하며 떠난 그 젊은이보다
예수님께서 더 슬퍼하셨을 것입니다.
다음주에 고해성사 보면 그만이지, 라고 말하면서 태연하게 속세로 간다면,
그 고해성사는 거짓 고백입니다.
그런 거짓 고해성사는 왜 봅니까?
지금 당장에는 어쩔 수 없이
하느님보다는 학교가, 직장이, 가족이, 동네의 일이 더 중요하다고 한다면,
그런 사람의 주님의 기도는 거짓 기도입니다.
그런 거짓 기도는 왜 바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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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교회도 반성할 점이 있습니다.
예수님은 분명 빈 손으로 나를 따르라고 하셨습니다.
그 재산을 다 팔아서 나에게 바쳐라, 라고 하지 않으셨습니다.
교회는 신자들의 재산으로 부자 될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종교라는 것은 가진 재산이 많아지면... 필연적으로 타락합니다.
그 많은 부동산들,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재산세도 면제받는 그 땅들...
정말 가난하게 사는 수도회가 있는 반면에 재산이 많은 수도회도 분명 있습니다.
왜 재산이 많은 것인지... 그 재산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그래서야 어디 청빈서원을 할 수 있겠습니까?
수도자는 분명 가난한데 수도회는 부자로 보이는 문제들.
성직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재산에서 자유로워져야 합니다. 모두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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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모든 것은 다 사라져 가는 것들입니다.
오늘 하루 편하게 살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이 있긴 있지만,
오늘 하루 좀 불편하게 살면 어떻습니까?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들이라면
예수님 말씀대로 살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송영진 모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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