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제1 독서(지혜 12,13.16-19)는
하느님이 누구신가에 대해 역설적으로 증언하는 내용입니다.
이스라엘 전통에서
절대로 잊을 수 없는 말 세 가지를 꼽는다면,
첫째,
“나 말고는 하느님이 없다.
나는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한다.
나는 치기도 하고 고쳐주기도 한다.
내 손에서 빠져나갈 자 하나도 없다.”(신명 32,39)라는 말씀입니다.
당신 말고
다른 신을 섬기는 것을 못 보아주시는 질투하는 하느님(탈출 20,5)이시기 때문입니다.
둘째,
“너희는 정의, 오직 정의만 따라야 한다.
그래야 너희가 살 수 있고,
주 너희 하느님께서
너희에게 주시는 땅을 차지할 것이다.”(신명 16,20)라는 말씀입니다.
하느님 스스로 정의롭고 공평하신 분이시므로,
우리가 행한 그대로 심판하시는 분이시므로
하느님을 본받아
온 세상이 정의롭고 공평하게 되어야 평화롭게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셋째,
“주 너희 하느님께서는 자비하신 하느님이시기 때문에
너희를 버리지도 파멸시키지도 않으실 것이며,
너희 조상들에게 맹세하신 계약도 잊지 않으실 것이다.”(신명 4,31)라는 말씀입니다.
인간에 대한 끔찍한 사랑 때문에
비록 잘못을 했다 할지라도 당신께로 돌아오기를 기다리시는 분이시라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우리가 당신을 “거역하며 저지르던 모든 죄악을 버리고
돌아오기만 하면 죽지 않고 살리라.”(에제 18,28)고 하시면서
끊임없이 우리를 부르시고 계십니다.
오늘 제2 독서(로마 8,26-27)는
성령을 통한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의 방식을 말해줍니다.
희망이 있다면 희망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압니다.
우리가 희망하는 것은 바로 구원입니다.
바로 이 구원 때문에
우리는 약속의 날을 기다리며 속으로 탄식하고 있는 것입니다(로마 8,23-25).
그러나
세례성사를 통하여 우리 안에 와 계시는 성령께서는
하느님 아버지께
무엇을 어떻게 청해야 할 줄 모르는 우리를 대신해서 간구해주십니다.
우리 안에서 나오는 인간의 탄식에 섞인 말을
성령께서는 하느님의 언어로 아버지 하느님께 전해주신다는 것입니다.
성령께서는 사랑과 자비이시기 때문에
죄로 말미암아 나약해진 우리의 탄식과 아픔을 함께 나누신다는 것입니다.
성령께서는 하느님 아버지와 우리 사이에 중재를 해주시는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성령을 통하여 믿음으로 의로워지기를 간절히 희망”(갈라 5,5)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마태 13,24-30)은
예수님께로 돌아서지 않는 사람을 공동체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를 말해줍니다.
씨 뿌리는 사람은 좋은 땅에 좋은 씨를 뿌렸지만
드러난 결과는 밀 가운데 가라지를 덧뿌린 것처럼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사람들이 잠을 자는 동안에 원수가 와서 가라지를 덧뿌리고 갔기 때문입니다.
이 비유의 시작에서
씨 뿌리는 사람이 잠을 잤다는 것은 농사일을 게으르게 했다는 것입니다.
이 게으름의 결과가 가라지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그 가라지는 원수가 와서 뿌리고 갔다고 합니다.
잠을 자고 있던 게으른 종이
주인께 찾아온 것은 이미 가라지가 크게 자랐을 때였습니다.
그때서야 자기는 좋은 씨를 뿌렸다고 하며,
가라지가 어디에서 왔는지 주인께 묻습니다.
사실 종은 가라지가 싹트는 것을 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아니 가라지가 싹이 터서 크게 자랄 때까지 밭에 나가본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주인의 대답은 의외였습니다.
주인은 원수가 그랬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선한 농부라면 아무도 가라지 씨를 보관하고 있지 않을 것이고,
더욱이 밤에 나가서 무작위로 가라지 씨를 뿌릴 사람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밭주인은 원수가 그랬다고 합니다.
가라지를 뽑는다고 한 종의 제안은 정상적인 농사방법이었습니다.
그러나
주인은 가라지를 거두어낸다고 하면서
밀까지 함께 뽑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앞섭니다.
그렇다면
오늘 복음의 비유는
씨를 뿌린 사람과
자라는 동안 관리하는 사람과
수확하는 사람이 다르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습니다(요한 4,37).
주인은 종에게 가라지를 뽑지 말라고 말한 다음
다른 일꾼에게 수확하는 일을 시킬 것을 말합니다.
물론 밭주인은 하느님이십니다.
유다인들의 전통에서
악인들은 최후의 날에 파멸을 맞을 것이고,
의인들은 끝까지 남아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이런 전통에 맞춰서
먼저 가라지를 거두어서 단으로 묶어 태워버릴 것이라고 합니다.
유다인들의 전통에 맞춰서
밭주인에게 질문을 한 종들은 신자들을 뜻하고,
수확을 하는 사람은 파멸을 가져다주는 천사를 대신합니다.
이제 우리 공동체로 돌아와 봅시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밭(교회)에 좋은 씨를 뿌려주셨건만
어느새,
우리가 잠자는 사이에,
아니 이웃을 모르는 채로 살아가는 동안에
가라지의 씨앗이 좋은 밀밭(우리 공동체)에 끼어들어왔습니다.
혼자만 열심히 신앙생활을 했기 때문에,
그리고 관심을 기울이면서 관찰을 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처음에는 가라지인 줄도 모르고 있다가
다 자란 뒤에서야 그것이 가라지구나 하고 탄식에 젖어듭니다.
가라지들은 하느님을 외면하는 사람들입니다.
가라지들은 늘 자기중심적이기 때문에
정의와 공정을 무시하는 것은 물론 다른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없는 사람들입니다.
가라지들은 늘 자기가 최고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기와는 다른 방식으로 열심한 신자들에게 불편함을 가져다주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렇게 하늘나라가,
아니 우리 공동체가 선과 악이 섞여있는 곳이라는 사실을 쉽게 잊어버립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 복음의 종들처럼 쉽게,
우리 손으로 그런 가라지들을 심판하고, 뽑아서 없애버리려고 합니다.
밀밭에 있는 가라지를
그냥 두고 볼 수 없는 조급함에 허둥대는 것이 우리의 방식입니다.
그리고
최후의 심판도 우리의 관할인 것처럼 쉽게 분노하고 흥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밭주인이신 하느님의 방식은 우리의 방식과 달라서(이사 55,8),
이런 상황에서도
오직 인내를 가지고 기도하면서 우리가 먼저 게으름에서 벗어나라는 것입니다.
성령께서 우리의 아픔을 잘 아시기 때문에
누가 가라지인지 아닌지를 정확하게 아시고 하느님 아버지께 말씀드려주실 것입니다.
비록 우리 공동체에 가라지들이 있을 지라도
회개할 수 있는 기간을 주기 위해서라도
우리들의 손으로 뽑아내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마지막 날에,
그들이 회개하지 않는다면
하느님께서는 가라지들을 먼저 거두어서 단으로 묶어 태워 버리신다고 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가라지들이 이렇게 되기 전에
당신께로 돌아올 수 있는 시간을 주시겠다는 것입니다.
밀과 가라지가 함께 자라듯이
선과 악이 함께 공존하는 우리의 공동체 안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사람들을 성장하게 하고, 격려하고, 위로하는 말을 하는 것입니다(1코린. 14,3).
자신을 먼저 바로잡고,
서로 뜻을 같이 하고,
서로 격려하면서 평화롭게 살기를 애써야 합니다(2코린 13,11).
이렇게 오늘 복음과 독서를 묵상하면서 바오로 사도의 가르침이 떠오릅니다:
“여러분이
그리스도 안에서 격려를 받고 사랑에 찬 위로를 받으며
성령 안에서 친교를 나누고 애정과 동정을 나눈다면,
뜻을 같이하고
같은 사랑을 지니고 같
은 마음 같은 생각을 이루어,
나의 기쁨을 완전하게 해 주십시오
무슨 일이든 이기심이나 허영심으로 하지 마십시오.
오히려 겸손한 마음으로 서로 남을 자기보다 낫게 여기십시오.
저마다 자기 것만 돌보지 말고 남의 것도 돌보아 주십시오.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지니셨던 바로 그 마음을 여러분 안에 간직하십시오.
그분께서는 하느님의 모습을 지니셨지만
하느님과 같음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으시고
오히려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들과 같이 되셨습니다.
이렇게 여느 사람처럼 나타나
당신 자신을 낮추시어 죽음에 이르기까지,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하셨습니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도 그분을 드높이 올리시고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그분께 주셨습니다.
그리하여
예수님의 이름 앞에
하늘과 땅 위와 땅 아래에 있는 자들이 다 무릎을 꿇고,
예수 그리스도는 주님이시라고
모두 고백하며
하느님 아버지께 영광을 드리게 하셨습니다.”(필리 2,1-11)
'가톨릭- > 강론.묵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성 바오로께 드리는 9일기도 .. 희생 첫째날 (0) | 2008.07.22 |
---|---|
[스크랩] <밀의 실패, 주인의 성공> 조영만 세례자요한 신부님 (0) | 2008.07.22 |
[스크랩] 연약함의 신비 / 조성숙 수녀(까리따스 수녀회) (0) | 2008.07.19 |
[스크랩] 영성의 샘물 (0) | 2008.07.18 |
[스크랩] 해서는 안 되는 일 / 조성숙 수녀(까리따스 수녀회) (0) | 2008.07.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