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영향 미치나
올해 삼성생명을 비롯한 생명보험사(이하 생보사) 상장은 여러 측면에서 시장의 주요 변수가 될 것이다. 먼저 삼성생명과 뒤이어 대한생명이 상장할 경우, 손해보험사를 합한 전체 보험업종의 시가총액 비중이 5% 전후에 달하게 돼 기관과 외국인투자자의 포트폴리오가 바뀔 것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다분히 은행업 일변도라 해도 과언이 아닐 국내 금융산업에 대형 생보사라고 하는 또 다른 대체재가 진입해 선택의 폭이 다양해진다. 현 시점에서 대다수 투자자들의 관심은 삼성생명의 적정주가와 공모규모로 시장이 받을 영향에 쏠린다. 보다 정확히 표현하면 매물 부담은 어느 정도일 것인가에 쏠려 있는 듯하다.
이미 장외에서는 삼성생명의 주당 가격이 150만원(액면분할을 고려하면 15만원. 이하 액면분할 전 가격 기준)을 돌파하는 등 주가는 매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해 10월 8일 동양생명보험이 생명보험사로서는 처음으로 증시에 입성할 때 12.67 대 1이라는 높은 청약경쟁률과 4000억원이 넘는 청약금이 몰렸던 것을 굳이 상기하지 않더라도, 이같이 새로운 업종의 출현에 투자자가 거는 기대가 각별하다는 것을 장외시세 자체가 대변하는 듯하다.
2009년 9월 기준 순자산가치 10조원
삼성생명은 높은 브랜드 가치, 오랫동안 검증된 시장지배력 등을 갖췄다. 따라서 삼성생명 주가에 순자산 가치 대비 프리미엄을 부여한다 해서 이의제기를 하는 경우는 드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프리미엄의 수준 즉, 적정주가는 과연 얼마일까.
보험사 가치를 평가하는 일이 어려운 이유는 바로 불확실성이 큰 장기보험에 대한 가치산정 때문이다. 평균적으로 30년을 웃도는 긴 계약 기간에 발생할 무수한 변수들로, 장기적으로 볼 때 수익 변동성은 매우 높아질 수밖에 없다. 또한 이익 인식의 시점, 충당금 등 각국 회계정책 영향도 크기 때문에 국가 간 비교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주가수익비율(PER)이나 주가순자산비율(PBR)과 같은 측정지표를 적용하면서 내재가치(EV)나 이보다 범위가 확장된 총평가가치(AV) 등을 이용해 가치를 평가하는 것이 일반화됐다.
결국 보험회사 가치는 순자산가치와 프리미엄의 합계이며, 이 중 프리미엄은 기존 계약의 장기가치(VIF)와 앞으로 체결될 신계약 가치에 대한 추정으로 부여된다.
그러나 이 같은 EV 평가 또한 산출 시 적용하는 할인율 등 여러 가지 가정에 있어 회사별로 차이가 크고, 외부에서 이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때문에 내재가치를 기준으로 한 가치평가 또한 상당 부분 자의적인 여지가 큰 것으로 간주된다.
시가총액 20조원 추정
더욱이 삼성생명은 아직 내재가치를 발표한 적이 없기 때문에 가치산정에 정합성을 기하기 어렵다. 그러나 삼성생명 상장이 시장에 미칠 영향을 개략적으로 가늠하기 위해선 순자산가치를 기준으로 가치를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9월 삼성생명의 반기 기준 재무제표를 근거로 할 때, 조정 순자산은 약 10조원에 해당한다(이후 금융시장 호전 등으로 순자산가치는 상당히 상승했을 것으로 보임). 유일한 상장 생보사인 동양생명의 경우, 약 11~12%의 할인율과 30년의 추정 기간 등 가정에 의해 EV/순자산 비율이 약 1.5~1.6배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과정을 다소 도식적으로 대입하면 삼성생명의 EV는 15조~16조원, 신계약 가치 등의 프리미엄을 감안한다면 순자산 대비 2배인 20조원을 웃도는 시가총액도 가능하다.
문제는 이 같은 대형 기업의 상장이 시장에 미칠 단기적 영향이다. 시가총액 20조원, 주당 100만원은 KB금융이나 신한지주 등과 대등한 수준으로, 단번에 시가총액 6~7위를 넘보는 수준으로 상승하게 된다. 일단 최근의 액면분할을 통해, 상장과 관련한 중요 쟁점 중 하나였던 '자기자본 2500억원 이상 기업의 최소 공모요건 500만주'에 대한 부담을 경감시킨 것이 눈에 띄는 대목이다.
총 발행주식 수 2000만주인 상태에서 500만주 공모, 주당 100만원의 공모가격을 산정한다면 시장이 소화할 물량은 5조원에 육박한다. 하지만 액면분할 이후에는 삼성차 채권단 보유분(99년 이건희 전 회장이 삼성차 채권단에 증여한 350만주)만의 구주 매출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시장의 소화물량은 4조원을 밑도는 수준이 된다.
또한 채권단 보유물량 중 서울보증보험이 이미 유동화전문회사를 통해 유동화한 117만주가 이번에 구주매출에 포함될 것인지 등도 아직 불투명한 상황인 듯하다. 이처럼 삼성생명이 일단 삼성차 부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정도의 구주만을 매출할 경우, 액면분할 전 주가 100만원 공모가 기준으로 시장이 소화해야 할 물량은 2조3000억~3조50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현재 법원에 계류 중인 50만주 출연 이슈 제외). 단일 기업의 기업공개로 볼 때는 분명 부담스러운 규모라고 할 수 있다.
외국인 생보사 투자 여력 제한적
아울러 현재 공모규모가 대형인 대한생명, 지역난방공사, 포스코건설, 미래에셋생명 등을 고려하면 전체 공모규모는 8조원을 웃돌 수도 있을 것이다. 종전 기업공개시장의 최대치가 1999년의 3조8000억원 규모였음을 감안할 때 올해 기업공개가 전례 없는 대규모임은 확실해 보인다. 우리금융, 인천공항공사 등의 지분매각도 시장에는 거래물량 증가 요인일 수 있다.
그러나 기업공개뿐 아니라 유상증자를 포함한 과거 주식시장 경유 자금 조달의 추세로 볼 때, 삼성생명 상장 자체를 시장 수급의 큰 악재로 보는 시각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고 본다.
거래소에서의 기업공개 및 유상증자 추이를 볼 때, 지난 2005년 이후 매년 시장에 추가 공급된 물량은 6조원을 넘어섰고, 2005~2007년의 상승장은 이를 거뜬히 소화했다.
극심한 금융경색이 있었던 2008년에 주식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은 약 3조원으로 급격히 위축됐지만 지난해 역사적 최고 수준인 10조원을 웃도는 수준으로 치솟았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주지하다시피 지난해 주식시장은 물량 뭇매(?)를 맞고도 놀라운 상승세를 나타냈다.
주식시황이 호조일 때 이를 통한 자금조달이 증가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만큼, 강세 시장기조에서 기업공개와 유상증자가 늘어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적어도 과거 패턴으로부터의 교훈은, 기업들의 자금조달로 인한 물량공급이 시장 방향을 하락 전환시키는 의미 있는 계기가 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한편 아시아지역 내 생보사의 잇따른 상장계획도 삼성생명 상장 이슈를 부담스럽게 보는 요인 중 하나다. AIA생명이나 일본 다이이치생명의 상장규모도 약 10조원을 웃돌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외국인투자자들의 생보사 투자여력이 다소 제한되지 않겠느냐는 시각이다. 그러나 각 사의 공모규모와 공모가 등이 아직까지 불확실할 뿐 아니라 최근의 유동성, 그리고 아직 낮은 글로벌 주식자금 복구율(2008년 이후 이탈금액 대비 유입금액)을 감안할 때, 상장물량이 부담이냐 아니냐 하는 것은 결국 전체 시황의 틀 속에서 해석해야 할 종속변수이지, 이 자체가 시장 방향을 전환시킬 독립변수는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삼성생명의 상장을 물량 부담에 따른 부정적 이슈로만 대응하기보다는 금융업종 투자에 다양한 대안을 마련하는 계기로 해석하는 것도 의미 있는 접근이 될 거란 판단이다. 삼성생명의 상장이 큰 무리 없이 진행된다면 이 또한 국내 증시가 한 단계 진화하는 역사적 이벤트가 되지 않을까.
[황상연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42호(10.02.03일자) 기사입니다]
이미 장외에서는 삼성생명의 주당 가격이 150만원(액면분할을 고려하면 15만원. 이하 액면분할 전 가격 기준)을 돌파하는 등 주가는 매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해 10월 8일 동양생명보험이 생명보험사로서는 처음으로 증시에 입성할 때 12.67 대 1이라는 높은 청약경쟁률과 4000억원이 넘는 청약금이 몰렸던 것을 굳이 상기하지 않더라도, 이같이 새로운 업종의 출현에 투자자가 거는 기대가 각별하다는 것을 장외시세 자체가 대변하는 듯하다.
2009년 9월 기준 순자산가치 10조원
삼성생명은 높은 브랜드 가치, 오랫동안 검증된 시장지배력 등을 갖췄다. 따라서 삼성생명 주가에 순자산 가치 대비 프리미엄을 부여한다 해서 이의제기를 하는 경우는 드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프리미엄의 수준 즉, 적정주가는 과연 얼마일까.
보험사 가치를 평가하는 일이 어려운 이유는 바로 불확실성이 큰 장기보험에 대한 가치산정 때문이다. 평균적으로 30년을 웃도는 긴 계약 기간에 발생할 무수한 변수들로, 장기적으로 볼 때 수익 변동성은 매우 높아질 수밖에 없다. 또한 이익 인식의 시점, 충당금 등 각국 회계정책 영향도 크기 때문에 국가 간 비교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주가수익비율(PER)이나 주가순자산비율(PBR)과 같은 측정지표를 적용하면서 내재가치(EV)나 이보다 범위가 확장된 총평가가치(AV) 등을 이용해 가치를 평가하는 것이 일반화됐다.
결국 보험회사 가치는 순자산가치와 프리미엄의 합계이며, 이 중 프리미엄은 기존 계약의 장기가치(VIF)와 앞으로 체결될 신계약 가치에 대한 추정으로 부여된다.
그러나 이 같은 EV 평가 또한 산출 시 적용하는 할인율 등 여러 가지 가정에 있어 회사별로 차이가 크고, 외부에서 이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때문에 내재가치를 기준으로 한 가치평가 또한 상당 부분 자의적인 여지가 큰 것으로 간주된다.
시가총액 20조원 추정
더욱이 삼성생명은 아직 내재가치를 발표한 적이 없기 때문에 가치산정에 정합성을 기하기 어렵다. 그러나 삼성생명 상장이 시장에 미칠 영향을 개략적으로 가늠하기 위해선 순자산가치를 기준으로 가치를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9월 삼성생명의 반기 기준 재무제표를 근거로 할 때, 조정 순자산은 약 10조원에 해당한다(이후 금융시장 호전 등으로 순자산가치는 상당히 상승했을 것으로 보임). 유일한 상장 생보사인 동양생명의 경우, 약 11~12%의 할인율과 30년의 추정 기간 등 가정에 의해 EV/순자산 비율이 약 1.5~1.6배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과정을 다소 도식적으로 대입하면 삼성생명의 EV는 15조~16조원, 신계약 가치 등의 프리미엄을 감안한다면 순자산 대비 2배인 20조원을 웃도는 시가총액도 가능하다.
문제는 이 같은 대형 기업의 상장이 시장에 미칠 단기적 영향이다. 시가총액 20조원, 주당 100만원은 KB금융이나 신한지주 등과 대등한 수준으로, 단번에 시가총액 6~7위를 넘보는 수준으로 상승하게 된다. 일단 최근의 액면분할을 통해, 상장과 관련한 중요 쟁점 중 하나였던 '자기자본 2500억원 이상 기업의 최소 공모요건 500만주'에 대한 부담을 경감시킨 것이 눈에 띄는 대목이다.
총 발행주식 수 2000만주인 상태에서 500만주 공모, 주당 100만원의 공모가격을 산정한다면 시장이 소화할 물량은 5조원에 육박한다. 하지만 액면분할 이후에는 삼성차 채권단 보유분(99년 이건희 전 회장이 삼성차 채권단에 증여한 350만주)만의 구주 매출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시장의 소화물량은 4조원을 밑도는 수준이 된다.
또한 채권단 보유물량 중 서울보증보험이 이미 유동화전문회사를 통해 유동화한 117만주가 이번에 구주매출에 포함될 것인지 등도 아직 불투명한 상황인 듯하다. 이처럼 삼성생명이 일단 삼성차 부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정도의 구주만을 매출할 경우, 액면분할 전 주가 100만원 공모가 기준으로 시장이 소화해야 할 물량은 2조3000억~3조50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현재 법원에 계류 중인 50만주 출연 이슈 제외). 단일 기업의 기업공개로 볼 때는 분명 부담스러운 규모라고 할 수 있다.
외국인 생보사 투자 여력 제한적
아울러 현재 공모규모가 대형인 대한생명, 지역난방공사, 포스코건설, 미래에셋생명 등을 고려하면 전체 공모규모는 8조원을 웃돌 수도 있을 것이다. 종전 기업공개시장의 최대치가 1999년의 3조8000억원 규모였음을 감안할 때 올해 기업공개가 전례 없는 대규모임은 확실해 보인다. 우리금융, 인천공항공사 등의 지분매각도 시장에는 거래물량 증가 요인일 수 있다.
그러나 기업공개뿐 아니라 유상증자를 포함한 과거 주식시장 경유 자금 조달의 추세로 볼 때, 삼성생명 상장 자체를 시장 수급의 큰 악재로 보는 시각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고 본다.
거래소에서의 기업공개 및 유상증자 추이를 볼 때, 지난 2005년 이후 매년 시장에 추가 공급된 물량은 6조원을 넘어섰고, 2005~2007년의 상승장은 이를 거뜬히 소화했다.
극심한 금융경색이 있었던 2008년에 주식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은 약 3조원으로 급격히 위축됐지만 지난해 역사적 최고 수준인 10조원을 웃도는 수준으로 치솟았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주지하다시피 지난해 주식시장은 물량 뭇매(?)를 맞고도 놀라운 상승세를 나타냈다.
주식시황이 호조일 때 이를 통한 자금조달이 증가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만큼, 강세 시장기조에서 기업공개와 유상증자가 늘어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적어도 과거 패턴으로부터의 교훈은, 기업들의 자금조달로 인한 물량공급이 시장 방향을 하락 전환시키는 의미 있는 계기가 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한편 아시아지역 내 생보사의 잇따른 상장계획도 삼성생명 상장 이슈를 부담스럽게 보는 요인 중 하나다. AIA생명이나 일본 다이이치생명의 상장규모도 약 10조원을 웃돌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외국인투자자들의 생보사 투자여력이 다소 제한되지 않겠느냐는 시각이다. 그러나 각 사의 공모규모와 공모가 등이 아직까지 불확실할 뿐 아니라 최근의 유동성, 그리고 아직 낮은 글로벌 주식자금 복구율(2008년 이후 이탈금액 대비 유입금액)을 감안할 때, 상장물량이 부담이냐 아니냐 하는 것은 결국 전체 시황의 틀 속에서 해석해야 할 종속변수이지, 이 자체가 시장 방향을 전환시킬 독립변수는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삼성생명의 상장을 물량 부담에 따른 부정적 이슈로만 대응하기보다는 금융업종 투자에 다양한 대안을 마련하는 계기로 해석하는 것도 의미 있는 접근이 될 거란 판단이다. 삼성생명의 상장이 큰 무리 없이 진행된다면 이 또한 국내 증시가 한 단계 진화하는 역사적 이벤트가 되지 않을까.
[황상연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42호(10.02.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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