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4주간 금요일>(2009. 9. 18. 금)
"그리고 다른 여자들도 많이 있었다.
그들은 자기들의 재산으로 예수님의 일행에게 시중을 들었다."
<주인공과 스태프>
9월 18일의 복음 말씀은,
예수님께서 복음을 선포하시며 다니는 여행에
열두 제자와 여자들이 함께 다녔다는 사실과
몇 명의 여자들 이름을 간단하게 전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이 주인공이라면
사도들과 여자들은 보조자들, 또는 '스태프'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신학생 시절,
연극 공연을 준비할 때,
배우를 구하는 일보다 스태프 인원을 구하는 일이 더 어려웠습니다.
의상, 조명, 음악, 음향, 소품... 등등..
관객은 무대 위의 출연자들만 보지만
그 배우들이 제대로 연기를 하기 위해서는
무대 뒤에서 스태프들이 제대로 움직여 주어야 합니다.
연출자를 도와주고 연출자의 의도에 딱 맞게 움직여주는 스태프는
관객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아주 중요한 사람들입니다.
티브이의 예능 프로그램을 볼 때,
화면에 잠깐씩 스태프들이 노출되는 것을 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총연출, 조연출, 작가, 촬영, 음향, 조명, 의상 등등 방송국쪽 인원도 많고,
연예인 한 명을 돕는 매니저, 코디 등등의 보조자들도 많고...
화면에 등장하는 연예인은 겨우 몇 명인데,
한 프로그램을 위해 고생하는 스태프는 수십 명이 넘습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별로 중요하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스태프 한 명, 한 명 모두 각자 맡은 일에서는 꼭 필요한 사람들입니다.
그런 노력들이 모두 모여서 하나의 작품이 완성됩니다.
-------------
예수님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부분에서는
제자들과 여인들은 단역이나 조연, 또는 스태프로 등장합니다.
그러나 그들 각자는 자신의 삶에서 주인공이 되고
다른 사람들이 조연이 되어주고 스태프가 되어줍니다.
베드로가 주인공이 되는 부분에서는
다른 제자들과 여인들이 조연이 되어주고 스태프가 되어주었습니다.
막달라 마리아가 주연으로 등장하는 부분에서는
사도들과 다른 여자들이 조연으로, 스태프로 등장합니다.
------------
우리는 모두 자신의 삶에서 주인공입니다.
모든 사람은 모두 다 자신의 삶에서 주인공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그 한 사람의 주인공을 위한 조연들이고
단역들이고 스태프들입니다.
우리는 혼자만의 힘으로 인생을 살아갈 수 없습니다.
알게 모르게 수많은 사람의 도움으로 인생을 살게 됩니다.
그저 잠깐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동시에,
우리는 모두 다른 사람의 삶에서 조연이 되어주고 스태프가 되어줍니다.
내가 하는 작은 일, 큰 일이 모두 나에게는 주인공으로서의 일이지만
다른 사람의 삶에서는 스태프로서의 일이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삶을 도와주고 도움받으면서
거대한 작품을 만들어나갑니다.
이 작품의 총연출가는 하느님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지휘 아래
주인공이면서도 동시에 조연이기도 하고 단역이기도 하고
누군가를 위한 스태프가 되기도 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
주인공이 되기만을 고집하고 다른 역할은 모두 거부하는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직위가 높든지 낮든지 아무 상관 없습니다.
모든 사람은 직위나 직책과 상관 없이 공동체의 구성원일 뿐입니다.
각자 자신이 맡은 역할과 임무를 수행하고 있을 뿐입니다.
나 혼자만 주인공이고 다른 사람은 모두 나를 위한 스태프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철이 덜 들었거나 미친 것입니다.
나도 다른 사람의 삶에서는 조연이고 스태프입니다.
평생 자신의 삶에서 주인공이 되지 못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아무리 사람들 눈에 뜨이지도 않고 보잘것없는 삶을 산다고 해도
그래도 하느님께서는 그에게 하나의 삶을 주셨습니다.
어떤 삶을 살든... 자신의 삶을 최선을 다해서 살기 위해 노력한다면...
그는 주인공입니다.
자살하는 사람들... 주인공이기를 포기하고 스스로 탈락하는 사람들입니다.
인생이라는 거대한 작품을 중간에 망치는 사람들입니다.
범죄자들... 남의 삶을 방해하고 자신의 삶을 망치는 자들입니다.
인생이라는 거대한 작품에서 범죄자의 역할을 하도록 정해진 사람은 없습니다.
범죄는 연출가이신 하느님의 의도가 아닙니다.
범죄란 스스로 주인공이 되기를 포기하면서
동시에 남을 위한 조연도 스태프도 되지 못하는 일입니다.
--------------
복음서에 등장하는 여인들은
예수님을 주인공으로 하는 부분에서는 그늘에 가려진 조연들이고 스태프였지만
각자 자신의 삶에서는 모두 위대하고 훌륭한 주인공들이었습니다.
엘리사벳, 성모 마리아, 막달라 마리아, 요안나, 수산나.....
그분들 한 분 한 분은 모두 위대한 주인공들이었습니다.
--------------
미사를 드릴 때 모든 사람의 시선이 주례 사제에게 향하고 있지만
주례 사제 한 사람만 주인공일 수는 없습니다.
해설자, 독서자, 성가대, 복사단 외에도
신자석에 앉아 있는 한 명 한 명이 모두 주인공입니다.
각각의 마음과 각각의 기도가 합해져서 하나의 미사가 완성됩니다.
그런데 가끔 미사 때 구경꾼을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몸만 앉아 있고, 생각은 다른 곳에 가 있는 사람들입니다.
자신의 삶에서 주인공이 되지 못하고
그냥 구경꾼으로 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내 삶의 조연을 해주고 스태프를 해주고 있는데도
그냥 그렇게 인생을 허무하고 무의미하게 낭비해버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무슨 일을 하든 (아무리 하찮게 보이는 일이라고 하더라도)
오늘 또 내일,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서 산다는 것은
하느님을 위한 일이고, 자신을 위한 일이고, 모든 사람을 위한 일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단 한 사람도 하찮은 사람으로 만들지 않았습니다.
송영진 모세 신부
-------------------------------------------------------------------------
'가톨릭- > 강론.묵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한국순교자대축일(090920) (0) | 2009.09.20 |
---|---|
[스크랩] 연중제24주간토요일(090919.토) (0) | 2009.09.19 |
[스크랩] 연중제24주간수요일(09016.수) (0) | 2009.09.16 |
[스크랩] 고통의성모마리아기념일(090915.화) (0) | 2009.09.15 |
[스크랩] 성십자가현양축일(090914.월) (0) | 2009.09.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