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강론.묵상

[스크랩] 연중제24주간토요일(090919.토)

도구 Ludovicus 2009. 9. 19. 19:10

<연중 제24주간 토요일>(2009. 9. 19. 토)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

예수님께서 직접 설명해주신 그대로 옮겨 적으면

씨는 하느님의 말씀이고,

밭은 우리의 마음입니다.

 

씨에 나쁜 씨는 없습니다.

하느님 말씀에 나쁜 말씀이 있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땅에는 좋은 땅도 있고, 나쁜 땅도 있습니다.

 

원래부터 좋은 땅과 나쁜 땅으로 갈라져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많은 열매를 맺는 땅은 좋은 땅이었음이 증명되고,

열매를 맺지 못하면 나쁜 땅이었음이 드러납니다.

 

한 길 사람 속은 알 수 없다는 속담 그대로입니다.

 

씨를 뿌릴 때까지는 좋은 땅인지 나쁜 땅인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결과를 보게 되면 알 수 있습니다.

 

우리의 마음이라는 밭은 가꾸기 나름입니다.

원래는 모두가 다 좋은 땅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이는 그 마음밭에 세속을 드나드는 길을 만들고,

어떤 이는 그 마음밭에 바위를 옮겨 심고,

어떤 이는 그 마음밭에 가시덤불을 심습니다.

-------------

 

마음을 다스리는 훈련, 또는 수행이 필요합니다.

수행이라는 말을 쓰면 불교나 다른 종교를 연상하기 쉬운데,

천주교에도 그런 수행이 필요합니다.

다만 그런 용어를 드러나게 사용하지 않을 뿐입니다.

 

피정... 공식적으로 정해진 프로그램에 참가해야만 피정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누구든지 각자 속세에서 벗어나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고,

마음을 다스리는 개인 피정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먹고살기도 바쁜데 그런 시간을 어떻게 만드냐? 라고 할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하루에 한 시간, 그것도 어렵다면 삼십분이라도

티브이를 끌 용기만 있다면 가능합니다.

 

작년에 제가 집에서 요양을 하면서

저녁이면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서 묵주기도를 하곤 했습니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은

아파의 거의 모든 주민들이 티브이를 하느님처럼 모시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만일에 전국의 티브이가 모두 작동이 중지된다면

많은 사람들이 돌아버리거나 반란이 일어날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의 생활 속에 너무나도 크게 자리잡은 그 티브이라는 물건,

끊임없이 속세의 소리를 우리 귀에 쏟아붓습니다.

 

하루에 삼십분이라도 티브이를 끄고 기도와 묵상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아마도 거의 모든 가정에 티브이가 있을 것이고,

정말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조건 티브이를 켜놓고 생활하는 것 같습니다.

 

성시간... 성체조배...

성체조배는 감실이 있는 곳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일단 성당으로 가야겠지요.

날마다 성체조배를 한다는 것은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가끔은 감실 앞에서 혼자 앉아 있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때 무슨 특별한 기도를 바치지 않아도 좋습니다.

그냥 감실 앞에 앉아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좋은 기도가 됩니다.

그 침묵의 시간이 곧 은총이 될 것입니다.

 

성경 묵상...

성경 말씀을 다 이해하지 못해도 상관 없습니다.

처음부터 차례대로 읽어야만 하는 것도 아닙니다.

 

마음이라는 밭에 씨처럼 뿌려지는 말씀에 귀를 기울이기만 하면 됩니다.

어느 구절을 읽든지, 성경 말씀 한 구절, 한 단어를 깊이 생각하는 시간,

그것이 바로 마음밭을 좋은 땅으로 가꾸는 노력이 됩니다.

 

전에 본당신부로 살면서 가정방문을 할 때마다 느낀 것인데,

그 집의 가장 좋은 자리에는 티브이가 놓여 있고,

그 옆에 전축이나 비디오나 컴퓨터 같은 다른 제품들이 있고,

책장에는 소설이나 잡지 등만 보이고... 그런 집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십자고상과 성모상은 한쪽 구석에서 먼지가 쌓여 있는 집도 있고,

성경책을 찾으면 어느 구석을 한참 뒤적거려서 찾아오고...

그런 집들도 있었습니다.

 

반대로 어떤 집은 가장 좋은 자리에 기도상을 만들어놓고

십자고상과 성모상과 묵주와 성경 등을 모아서

정중하게 모셔 놓은 경우도 있었는데... 잘 하는 일은 아닙니다.

 

묵주는 모셔 놓아야 할 귀중품이 아니라

주머니에 늘 가지고 다니면서 사용해야 할 도구입니다.

성경은 집 한가운데 모셔놓을 보물단지가 아니라

언제든 읽을 수 있는 자리, 손을 뻗으면 닿는 자리에 있어야 할 책입니다.

 

성경이 있어야 할 자리 중에서 가장 좋은 자리는

늘 앉아서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는 책상 위,

침대에 누워서 지내는 환자들에게는 침대 머리맡,

거실 소파에서 지내는 일이 많은 사람에게는 그 소파에서 가장 가까운 곳.

 

묵주기도...

전에 신학생 시절에 신학생 신분을 감추고 교리교사 연수회에 참가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제가 깜짝 놀란 일이 있었습니다.

교리교사들 중 상당수가

기본 기도문을 외우지 못하고 있었고,

묵주기도 신비를 외우지 못하는 교사가 너무 많았다는 사실...

아예 묵주기도를 하지도 않는 교리교사도 너무 많았습니다.

(저는 그것이 당시의 일부 교사들만의 문제이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만일에 지금도 그런 수준의 교리교사들로 주일학교를 운영하는 본당이 많다면,

우리 교회의 앞날은 극히 어둡습니다.

기도문을 외우지 못할 수는 있지만,

기도를 아예 하지 않는다면 교사 자격이 없습니다.

 

천주교 신자라면 당연히 묵주 한 두개는 가지고 있어야 하고,

묵주기도를 바칠 줄 알아야 하고,

잠깐 시간이 날 때 묵주기도를 바치는 습관이 있어야 합니다.

 

묵주기도는 열심한 할머니들만 하는 기도가 아닙니다.

천주교 신자라면 당연히 늘 해야 하는 기도입니다.

 

그리고 그 기도 시간은 당연히 속세와 차단되는 시간이 되고,

십오분에서 이십분 정도의 개인 피정 시간을 가지는 것이 됩니다.

-----------

 

이처럼 이런저런 방법으로 기도생활을 하면서

마음을 다스리는 수행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느님 말씀이라는 씨가 우리 마음밭에서 제대로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그만큼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우리 스스로 마음을 고요하게 다스리는 수행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맹목적으로 기도만 많이 한다고 해서 좋은 기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입술이 아니라 마음으로 기도를 해야 합니다.

마음을 하느님의 평화로 채워야 합니다.

 

사실 누구나 다 속세의 유혹, 세상 걱정, 시련, 고난 등등

그런 것들이 끊임없이 파도치는 가운데에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파도에도 흔들리지 않는 고요와 평화를 유지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속세의 파도에 휩쓸리고 말 것입니다.

 

송영진 모세 신부

--------------------------------------------------------------------------

출처 : Fr.송영진 모세
글쓴이 : Fr 송영진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