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라우렌시오 부제 순교자 축일>(2009. 8. 10. 월)
<밀알 하나가>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자기 목숨을 사랑하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이 세상에서 자기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에 이르도록 목숨을 간직할 것이다.
누구든지 나를 섬기려면 나를 따라야 한다.
내가 있는 곳에 나를 섬기는 사람도 함께 있을 것이다.
누구든지 나를 섬기면, 아버지께서 그를 존중해 주실 것이다." (요한 12,2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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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씀은 거꾸로 읽는 것이 이해하기 쉬울 것 같습니다.
아버지께서 존중해 주시기를 바란다면,
예수님을 섬겨야 한다.
예수님을 섬기려면 그분을 따라야 한다.
에수님을 따르려면, 자기 목숨을 미워해야 하고,
많은 열매를 맺는 밀알처럼 땅에 떨어져 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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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께서 존중해 주신다는 말은
하느님의 인정을 받고 하느님의 생명과 구원을 얻게 된다는 말입니다.
그것을 얻으려면 예수님을 믿고 섬기고 따라야 합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방법은
이 세상의 것들을 버리고 십자가를 지고 가는 것입니다.
그것은 밀알과 같은 희생과 헌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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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을 땅에 묻는 것은 많은 열매를 얻기 위한 것입니다.
밀알을 땅에 묻었을 때 그냥 썩어버릴 수도 있고,
많은 열매를 맺을 수도 있습니다.
희생과 헌신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얻게 될 열매들 때문에 의미가 있습니다.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느냐?
바로 그것이 중요합니다.
잘못된 신념을 위한 희생과 헌신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공산주의 이념을 위해서 목숨을 바쳤던 빨치산들 같은 경우입니다.
이단 종교에 물이 들어서 그것을 신념으로 삼았던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들도 자기들 나름대로 희생하고 헌신했지만
인정 받을 수는 없습니다.
하긴, 뭐, 친일파들 중에도 신념으로 행동한 사람이 있었겠지만,
얼마나 어리석은 신념입니까?
열매를 맺으려면 제대로 된 열매를 맺어야 하고,
모두를 먹여 살리는 열매를 맺어야 합니다.
극기, 절제, 고행은 그 자체로는 의미도 가치도 없습니다.
하느님을 위해서라는 목적이 없다면...
그런 목적이 없다면 극기 고행은 자기 학대로 변질됩니다.
기도는 하느님을 만나는 일입니다.
하느님을 만나지 않는 기도는 기도가 아닙니다.
자기 만족을 위한 명상은 기도라고 할 수 없습니다.
목적을 잊고 수단에 취해 있다면... 그것은 이단으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시민 운동, 환경 운동하는 사람들 중 일부는
(물론 아주 적은 일부이긴 하지만)
그 운동 자체만을 중시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누구를 위한 일인지, 무엇을 위한 일인지를 잊어버리고
운동 자체에만 빠져 있다면 허망한 결과로 끝나기가 쉽습니다.
밀알을 땅에 묻는 것은 과정이고 수단이지 목적이 아닙니다.
신앙생활은 과정이고 수단이지 목적이 아닙니다.
우리가 무엇을 위해 신앙생활을 해야 하는지 잊으면 안 됩니다.
순교를 왜 하는지 잊어버리면 순교는 자살행위일 뿐입니다.
순교는 믿음을 증명하는 일입니다.
그 증명은 더 많은 신앙인을 만들어냅니다.
그런 뜻에서 순교는 곧 밀알을 땅에 묻는 일입니다.
그런 뜻에서 우리는 오늘도 순교할 수 있습니다.
순교자들을 본받고 순교정신으로 살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은
그것이 하느님을 위한 일이고
우리 자신의 생명을 위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송영진 모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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