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16일 부활 제4주간 수요일 독서 복음묵상
독서 사도 12, 24-13,5ㄱ
대인기피증에 가까울 정도로
사람들과 접촉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었어요.
그러다가 친절한 이웃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이따금 음식을 나누고 차를 마시다보니
그 친절한 이웃이 좋아졌습니다.
친절한 이웃의 취미를 따라서
요리도 배우러 다니고 독거노인들한테
갖다 주는 반찬봉사 일도 거들었습니다.
그리고 친절한 이웃이 다니는 천주교회에 따라가 입교를 하고
그 친절한 이웃을 대모로 삼아 세례를 받았습니다.
어느 날 성체조배를 하기 위해 성당에 들어섰을 때
허름한 차림의 여자가 머뭇거리며
어떻게 하면 성당에 다닐 수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귀찮았지만 그래도 자세히 일러 해주면서
예비신자 입교식날 교회입구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대모님께 슬그머니 이 짐을 넘겨버릴까 하고
눈동자가 유난히 불안해 보였던
성당에서 처음 만난 여자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한데 얘기를 들은 대모님은 다짜고짜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 자매는 하느님이 너한테 품어 않으라고 보내주신 것 같다”
친절한 이웃이 자신에게 다가와 품어주고
대모가 되어 주셨던 것처럼
그렇게 잘 할 자신은 없었지만
그녀는 세상에 태어나 낯선 사람을 한번 품어보기로 했지요.
안티오키아 교회 사람들은 항상 깨어서
예배드리고 단식하며 기도드린 듯 합니다
주님의 말씀을 묵상하며 성령이 함께 했던 안티오키아 교회는
주님께서 맡기신 사명에 충실했던 교회였고요.
초대교회 역사가 예루살렘에서 안티오키아로
베드로에게서 바오로에게로
유다인들에서 이방인들에게로,
팔레스티나에서 지중해로 이동하는 분수령을 넘고 있는데요,
성령께서는 본격적으로 선교사를 준비하고 파송하십니다.
그리고 그 선교는 오늘날 우리에게 더 활발한 활동을 요구하고 계십니다.
복음 요한 12, 44-50
인생은 짧습니다.
바람처럼 물결처럼 흘러가 버리는 세월속에 우리가 있습니다.
앞으로 백년 후 우리는 누구도 이 세상에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러니 이 짧은 생을 알차게 보내지 않을 수 없지요.
꽃이 만발하고 새순이 파릇파릇 물들어가는 요즘,
하느님의 생명을 품고 있는 모든 것을 초대하고 싶어집니다.
영원한 생명, 하느님의 생명은 초대하는 이에게 다가 옵니다.
길가에는 노란 개나리가 피어 있지만
그 개나리를 마음속으로 초대하지 않으면
꽃은 그냥 꽃일 뿐입니다.
하지만 아름다운 봄꽃을 초대하는 순간
꽃은 마음속에 아름다운 생명의 향기를 뿜어줍니다.
그리고 생명의 향기와 함께 내 생명도 풍성하게 해주죠.
예수님의 말씀은 하느님의 말씀입니다.
예수님만 생각하다가 성부 하느님을 잊어버린다든가
하느님께 대한 흠숭이 소홀해질까 봐
예수님은 자신에 대한 믿음이
곧 하느님께 대한 믿음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인간의 죄를 어둠에서 구출해주시는 빛이십니다.
예수님은 세상을 심판하러 오신 것이 아니라 구원하러 오신 분입니다.
하지만 그런 예수님을 부인하고 말씀을 지키지 않는 자들에게는
마지막 날에 기다리고 있는 심판이 있습니다.
그것은 영원한 생명입니다.
예수님은 철저하게 성부 하느님의 말씀과 뜻을 따르셨습니다.
아버지의 명령이 영원한 생명임을 알고
그대로 우리에게 전해 주셨습니다.
이런 예수님의 말씀을 깨달은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름다운 봄꽃을 마음에 초대해서
생명의 향기를 맡을 때 내 영혼이 풍성해졌듯이
사람을 정화시키고 거룩하게 하는 하느님의 말씀인
영원한 생명안으로 많은 사람들을 초대하는 겁니다.
오늘도 함께 하소서
예수님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어느 역에서 만난
김호순의 “십자수를 놓으며”란 시 한 편입니다.
십자수를 놓으며
김호순
색색 고운 실을 꿰어
한땀 한땀 수를 놓는다
수틀 위로 실오라기 한 올
지나갔을 뿐인데
새가 날고 나무가 자란다
바늘 끝이 닿을 때마다
기다림의 마법은 풀리고
새로이 깨어나는 세상
정직하고 평화로운 세상
가끔은 한 가닥 실처럼 외길을 가며
엉키고 꼬이고 헤매기도 하지만
성급한 가위질은 말아야 하네
실 뭉치 같은 삶의 숲을 헤쳐
한 점 한 점 이어가는 인생의 바다,
기다림의 끝을 알고 싶을 때
가만히 수를 놓는다
예수님
주님의 지상명령인 영원한 생명으로
많은 사람들을 인도하기 위해서는
사람을 피하지 않고 찾아 나서야 하는데
불편한 사람이 내 마음 안의 불편한 감정을 건드리면
성급한 가위질을 하고 싶어 질 때가 있습니다.
친한 친구라도 만나다 보면 미운 점이 보입니다.
시 한편에서 엉키고 꼬이고 헤메는
실뭉치 같은 삶의 숲을 성급하게 가위질 하지 않고
저희의 작은 믿음과도 같은 바늘끝이 닿을 곳마다
이 땅에서도 고운 하느님의 나라가 세워지게 하소서
아멘.
슈베르트의 아베마리아 - 트럼펫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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