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실/경제 소식

세계금융 3세대전쟁…한국에 기회

도구 Ludovicus 2010. 2. 8. 07:58

세계금융 3세대전쟁…한국에 기회
새 규제ㆍ특화ㆍ아시아ㆍ노령화ㆍ소비자 5대 트렌드 주목
매경ㆍ금융硏 공동기획

◆ 세계금융 3세대전쟁 / ① 세계 각국 움직임 ◆

# 1. 지난달 하순 미국 워싱턴DC 중심가 K스트리트. 예년 같으면 긴 휴가를 즐겼을 로펌 소속 변호사들과 로비스트들이 `세계 로비의 거리`를 메웠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금융규제를 막는 일뿐 아니라 세계 금융전략을 다시 짜러 왔다고 현지 인사들은 귀띔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워싱턴 대 월스트리트 전쟁의 대리인(proxy)이 워싱턴을 먹여살리고 있다"고 했다.

# 2. 지난해 12월 15일 저녁 베트남 하노이. 구도심 중심가에 위치한 중앙은행 1층 홀엔 현지 외국계 금융사 CEO 수백 명이 몰려들었다. 중앙은행 총재가 소집한 연말 송년회 자리다. HSBC, ANZ, 스탠다드차타드 등 소매금융 글로벌 강자들이 기회의 땅 베트남을 선점하려는 전선을 보여주는 단상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지 1년6개월째. 세계 금융시장은 새로운 규제 설정을 둘러싼 글로벌 강자 간 주도권 다툼으로 2010년 연초부터 숨가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매일경제신문 특별취재팀과 금융연구원 연구진이 지난해 말부터 올해 2월까지 둘러본 전 세계 금융시장은 위기 이전 못지않게 한층 빨리, 더 강하게 꿈틀거렸다.

그리스에서 시작된 재정위기도 유심히 보면 금융 재편을 가속화할 촉매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재정위기 파편이 결국 금융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면 결국 금융 강자만이 종착역까지 버틸 수 있다.

현지에서 만난 한 취재원은 워싱턴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유럽 재정위기도 음모론으로 해석한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아시아 배싱(때리기)`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분석한다.

진실이 무엇인지는 알 길이 없다. 문제는 금융위기든 재정위기든 위기국면만 오면 달러 한 푼 제대로 빌리지 못하는 현재 한국 금융으론 미래가 없다는 점이다. 정신 차리고 세계 금융 흐름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

세계 금융은 이제 상업은행을 중심으로 한 전통모델인 1세대, 투자와 상업 부문 융합(유니버설뱅킹) 전성기였던 2세대를 거쳐 새로운 표준과 전략으로 규정되는 차세대 금융으로 이동하고 있다. 김태준 금융연구원장은 "이를 3세대 금융으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매일경제 취재팀이 확인한 3세대 특징은 크게 다섯 가지 메가 트렌드로 요약된다. △규제표준 재설정 △아시아 부상 △소비자 시대 △고령화 대응 △특화 경쟁 등이다.

세계 각국 전문가들은 "글로벌 위기를 거친 글로벌 금융시장은 완화된 규제가 다시 강화돼 새 규제 표준과 시장의 자율성이 조화를 이루는 형태로 움직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제3세대 금융` 모습은 아직 진행형이고 유동적이다. 이달 27~28일엔 올해 예정된 G20 관련 첫 국내 회의인 재무차관 및 중앙은행 부총재 회의가 인천 송도에서 열린다. 브레턴우즈 체제 이후 최대의 금융시장 재편이 드디어 실행에 들어가면서 새 틀 모습이 구체화될 전망이다.

국제 금융규제의 새 틀, 금융판 `뉴 노멀(new normal)`에 대한 선점 경쟁은 이미 전방위로 이뤄지고 있다. 그 이면에는 새 표준을 주도해 글로벌 금융산업의 헤게모니를 차지하려는 포석도 숨어 있다는 게 취재진의 결론이다.

금융 권력이 서에서 동으로 이동하는 것도 큰 특징이다. 앨빈 류 스탠다드차타드 이코노미스트는 "금융산업의 무게중심이 미국과 유럽에서 아시아로 이동하며 아시아 국가 금융회사들의 영업 범위가 더욱 넓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때문에 글로벌 금융강자를 꿈꾼다면 오리엔탈 스탠더드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얘기다. 중국 금융시장에 진출하려는 은행들은 2011년까지 예대율을 75%로 맞춰야 하고 베트남 시장이 탐난다면 올해 안에 자본금 3조동부터 준비할 일이다.

[특별취재팀 = 서정희 금융부장 / 서병호 연구위원(호주) / 위정환 기자 / 김정한 연구위원(싱가포르ㆍ말레이시아) / 김태근 기자(베트남ㆍ필리핀) / 손일선 기자 / 김동환 선임연구위원(일본) / 박유연 기자(중국ㆍ홍콩) / 임성현 기자 / 구본성 선임연구위원(영국ㆍ프랑스) / 전정홍 기자 / 김영도 연구위원(인도) / 문지웅 기자 / 이규복 연구위원(미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