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2009. 12. 27)
<성가정>
옛날에 어떤 화가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을 그리고 싶어서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돌아다녀도 아름다운 것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결혼식을 막 마치고 나오는 신랑, 신부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 무엇일까요?”
신랑, 신부는 “사랑”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나 화가는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을 그림으로 그릴 수가 없었습니다.
다시 여행을 계속하다가 군인 한 사람을 만나서 물어보았습니다.
그 군인은 “평화”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나 역시 눈에 보이지 않는 평화를 그림으로 그릴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사제를 만나서 물어보니 “믿음”이라고 대답했습니다.
화가는 믿음을 그림으로 그릴 수 없어서 할 수 없이 그냥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집에 돌아오니 아내가 기뻐하면서 그를 반갑게 맞이했습니다.
그는 아내의 모습에서 사랑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아빠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믿음을 보았고,
가정의 따스함 속에서 평화를 보았습니다.
그래서 화가는 믿음과 사랑과 평화가 가득한 가족의 모습을 그려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림을 그릴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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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가정 축일입니다.
우리 교회는 모든 가정이 다 성가정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가정에서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전에 어떤 사람이, 자기 식구들이 드디어 모두 세례를 받았다고 기뻐하면서
“이제 우리 집은 성가정이 되었다.” 라고 말하는 것을 보았는데,
가족이 모두 신자가 되었다는 것은 성가정이 되기 위한 출발점일 뿐입니다.
“성가정”이란 “거룩한 가정”이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거룩함”은 하느님의 대표적인 속성입니다.
따라서 거룩한 가정은 하느님의 거룩함으로 가득 채워진 가정입니다.
그런데 가족이 다 거룩한 성인 성녀가 되어야만 성가정이 되는 것일까요?
첫째, 하느님을 “가장”으로 모시고 살아야 합니다.
지금 많은 가정에서 (사실은 거의 대부분의 가정에서)
TV와 컴퓨터가 하느님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주택을 보면 집의 중심에 거실이 있고, 거실의 중심에 TV가 있습니다.
식구들은 TV를 중심으로 생활합니다.
사람들은 TV를 통해서 정보를 얻고, TV에서 본 것들이 대화의 주제가 됩니다.
컴퓨터와 인터넷을 중심으로 사는 사람, 또는 그런 가정도 많습니다.
성가정이 되려면 TV와 컴퓨터가 차지한 자리를 하느님께 돌려드려야 합니다.
둘째, 기도하는 가정이 되어야 합니다.
기도하지 않고선 거룩함을 얻을 수 없습니다.
많은 가정에서 TV와 컴퓨터가 중심을 차지하는 대신에
성경책과 성가책은 한쪽 구석 자리로 밀려나 있습니다.
TV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는 날마다 듣지만 성가는 부르지 않습니다.
뉴스와 드라마와 영화는 열심히 보지만 기도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혼자서 기도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가족이 모두 모여서 함께 기도하는 집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성가정이 되려면 가족이 모두 모여서 “함께” 기도하는 시간이 있어야 합니다.
그것도 아무 때나 가끔이 아니라 매주 정해진 시간이 있어야 합니다.
자녀가 기도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면 부모가 먼저 기도해야 합니다.
그리고 함께 기도해야 합니다.
셋째, 사랑을 실천하는 가정이 되어야 합니다.
가족끼리 사랑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그 사랑이 이웃에게로 확장되어야 합니다.
자기 식구들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가정이 성가정이 될 수는 없습니다.
부모가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것을 보면서 자란 자녀는
나중에 그렇게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넷째, 갈등은 기도로 해결해야 합니다.
아무리 식구라고 해도 성격도 다르고, 생각도 다르니,
의견 다툼과 갈등과 고통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식구들에게 화가 나면, 참지 말고 화를 내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그렇게라도 해서 대화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예 외면하고 대화를 거부하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깁니다.
그러나 화를 내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일단 기도하는 것입니다.
기도하다가 화가 가라앉으면 된 것이고,
정말 열심히 기도해도 화가 가라앉지 않는다면,
기도하면서(?) 화를 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기도하면서 화를 내는 것은 어렵지요.
기도가 화를 억제하는 브레이크 작용을 할 것입니다.)
살다보면 부부싸움도 하게 될 것이고,
자녀를 야단쳐야 할 때도 있을 것이고,
부모에게 항의를 할 때도 있을 것입니다.
해야 한다면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먼저 기도하고, 기도하면서 할 말을 한다면 결과가 나빠지지 않습니다.
갈등을 기도로 해결한다는 것은 함께 기도하는 시간을 갖는 것에 직결됩니다.
가족이 함께 기도하는 그 시간이 사실 갈등을 해결하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제가 전에 있었던 성당에서 강론 중에 이런 말을 했습니다.
“부부싸움을 해야 한다면 해라.
화가 나는 것을 참다가 홧병에 걸리는 것보다는 싸우는 것이 낫다.
참지 말고 할 말을 다 해라.
그러나 할 말을 다 한 다음에는 꼭 ‘사랑해!’ 라는 말을 덧붙여라.“
강론을 듣던 신자들이 웃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후에 어떤 부부에게 그런 일이 생겼습니다.
남편에게 뭔가 화나는 일이 있었던 부인이
저녁에 집에 돌아온 남편에게 화를 내면서 할 말을 퍼붓듯이 다 한 다음에
제 강론을 기억해내곤 “사랑해!” 라고 덧붙였답니다.
부인의 말을 들으면서 점점 화가 나기 시작하던 남편은
마지막 그 한 마디에 그만 웃어버리고, 미안하다고 사과하더랍니다.
상황은 그걸로 끝입니다. 웃었으니 싸움은 생기지 않았고,
그 다음엔 대화를 시작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저는 사실 실제로 그렇게 하라는 뜻으로 강론을 한 것은 아니고,
싸우고 화를 내더라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말라는 뜻으로 한 말이었습니다.
하느님은 거룩한 분이시고, 사랑이신 분이십니다.
하느님을 가장으로 모시고, 함께 기도하고, 함께 사랑을 실천하면서 사는 가정이라면
하느님의 거룩함과 은총과 사랑과 평화가 넘치는 성가정이 될 수 있습니다.
성가정을 만드는 것은 그다지 어려울 것도 없습니다.
안 하니까 안 되는 것입니다.
송영진 모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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