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령의 날>(2009. 11. 2. 월)
<천국, 연옥, 지옥>
천국은 모든 희망이 이루어진 곳입니다.
글자 그대로 더 바랄 것이 없는 곳입니다.
연옥은 희망 속에서 기다리는 곳입니다.
지옥은 아무런 희망이 없는 곳입니다.
완전한 절망 상태입니다.
천국은 완전한 사랑이 이루어진 곳입니다.
완전한 사랑 속에서 하느님과 이웃과 함께 사는 곳입니다.
연옥은 아직은 부족한 사랑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는 곳입니다.
지옥은 사랑이 전혀 없는 곳입니다.
완전히 고립되어 있고, 분열되어 있는 곳입니다.
천국은 우리의 믿음이 완성된 곳입니다.
믿는다고 고백할 필요도 없이 하느님과 완전한 일치를 이루는 곳입니다.
연옥은 아직은 부족한 믿음을 완성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곳입니다.
지옥은 스스로 믿음을 거부한 사람들이 있는 곳입니다.
믿음도, 희망도, 사랑도 없는, 완전한 암흑세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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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에 있는 영혼을 위해서는 기도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그들 스스로 믿음을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게는 아무런 희망이 없기 때문입니다.
천국에 있는 영혼을 위해서는 기도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들은 이미 모든 것을 다 이루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들을 위해서 기도하지 않고, 그들에게 기도를 부탁합니다.
우리는 연옥에 있는 영혼들이 하루빨리 천국에 갈 수 있도록 기도합니다.
연옥에 있어야 하는 기간을 스스로 단축할 수 없기 때문에
지상에 있는 우리가, 또는 천국에 있는 영혼들이
연옥 영혼들을 위해 기도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위령의 날’은 연옥 영혼들을 위해 기도하는 날입니다.
연옥 영혼들이 천국에 빨리 갈 수 있도록 기도하는 것은
그들이 천국에 간 다음에
우리를 위해서 기도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과 같습니다.
살아 있는 우리는 연옥 영혼들을 위해서 기도하고,
연옥 영혼들이 천국에 간 다음에는 우리를 위해서 기도하는 것,
그것이 바로 ‘성인의 통공’입니다.
원래 ‘통공’이라는 말은 서로가 서로를 위해 기도하는 것을 뜻합니다.
기도란 기도하는 사람 자신만을 위한 일이 아닙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위해서 기도하면
기도하는 우리에게도, 그리고 그 누군가에게도
하느님의 은총이 내린다고 우리는 믿습니다.
그것이 성인의 통공입니다.
그런데 연옥 영혼들을 위한 기도를
위령의 날 하루만 하고 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밥을 먹을 때마다 연옥 영혼을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식사 후 기도 끝부분,
“세상을 떠난 모든 이가 하느님의 자비로 평화와 안식을 얻게 하소서.”
‘식사 후 기도’만 제대로 바친다면
날마다 하루 세 번씩 연옥 영혼들을 위해 기도할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식사 전 기도만 하고 식사 후 기도는 제대로 하지 않고 있는데,
아마도 연옥 영혼들이 많이 서운해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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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가 천국에 갔는지, 누가 연옥에 갔는지 알지 못합니다.
교회에서 시복식과 시성식을 한 분들은 천국에 가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교회에서 공식 선포한 일입니다.
죄를 지을 틈도 없이 죽은 어린 아기들도 천국에 갔을 것입니다.
그래서 어린 아기들의 장례 미사 때에는 하얀 색 제의를 입게 됩니다.
그 외에는 모두 일단 연옥에 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떤 죄가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살아서는 정말 성인 같고 천사 같았더라도
하느님의 기준에 미달하는 어떤 결격사유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죽은 사람이 지옥에 갔을 것이라고 함부로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연쇄 살인마, 연쇄 강간범이라고 해도... 우리가 모르는 뭔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살면서 조금이라도 착한 일을 했을 수도 있고
죽기 전에 진실한 회개를 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 착한 일 한 번, 그 회개 한 번이 지옥을 면하게 해줄 수 있습니다.
사실, 지옥에 가는 것이 천국에 가는 것보다 더 어렵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자기 발로 스스로 지옥에 가지 않는 한
예수님께서, 그리고 성모님께서, 그리고 수호성인이, 그리고 수호천사가
우리를 지옥에 가게 내버려두지는 않으실 것입니다.
자기 자신도 잊고 있었던 선행 한 번이,
자기 자신도 잊고 있었던 기도 한 번이... 우리의 지옥행을 막아줄지도 모릅니다.
물론 천국에 가는 것도 아주 어려울 것입니다.
완벽하게 착하고 거룩하게 산다는 것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말로, 생각으로, 행동으로 지은 죄들도 있을 것이고,
해야 하는데 하지 않은 일들도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잊었다, 몰랐다, 라는 변명도 통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렇게 지옥에 가는 것도 어렵고 천국에 가는 것도 어렵다면
갈 곳은 연옥뿐입니다.
일부 종파에서는 연옥을 믿지 않고 오직 천국과 지옥만 있다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죽어서 갈 곳이 천국과 지옥뿐이라면...
갈 곳이 없어서 떠도는 영혼이 많아질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연옥은 바로 완전하지 못한 우리를 위한 곳입니다.
지옥에 갈 정도로 완전한 악인도 아니고
천국에 직행할 수 있을 정도로 완전한 성인도 되지 못하는 우리를 위해
연옥이라는 곳은 꼭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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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옥은 지은 죄에 대해 벌을 받는 곳이 아니라 보속을 하는 곳입니다.
보속이란 영혼을 깨끗하게 씻어내는 것입니다.
어린 아이가 흙탕물 속에 빠져서 온몸을 더럽힌 채로 재미있게 놀고 있습니다.
부모가 아이를 야단치거나 달래거나 해서 흙탕물에서 끄집어냅니다.
아이는 잘못했다고 빌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반성합니다.
부모가 아이를 목욕탕으로 데리고 가서 깨끗이 씻어주고 새 옷을 입힙니다.
목욕탕, 그곳이 바로 연옥입니다.
죄 속에 빠져서 허우적대고 있는 우리를 그 죄에서 끄집어내는 것,
그것이 하느님의 용서와 사랑입니다.
그 용서와 사랑에 대한 우리의 응답이 회개입니다.
용서 받고 회개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죄의 흔적과 상처를 씻어내는 일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바로 ‘보속’입니다.
살아서 지은 죄를 살아서 회개하고 보속까지 다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으로 완전히 마무리될 수는 없습니다.
잊고 있었던 죄가 남아 있을 수 있고, 보속이 너무 부족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 고해성사에서 주는 보속이란 너무 가볍습니다.
죄에 비해서 턱없이 가볍습니다.
(그래서 고해사제가 주는 보속보다 더 많이 할 필요가 있습니다.)
연옥은 부족했던 보속을 더 하면서,
사는 동안 부족했던 사랑을 완전하게 채우면서,
사는 동안 부족했던 믿음을 완전하게 완성시키면서,
천국에 대한 희망이 이루어지기를 기다리는 곳입니다.
살아 있는 우리가 그 보속을 대신 해준다면 그 기간이 짧아지겠지요.
그들에게 우리의 믿음과 사랑을 보내준다면 많은 도움이 되겠지요.
그렇게 해서 천국에 좀 더 빨리 갈 수 있게 된다면
우리에게 그 보답을 할 것입니다. 천국에서 우리를 위해 기도하는 것으로.
위령의 날 - 모든 연옥 영혼을 위해 기도하는 날.
그런데 위령의 날 하루만 기도하고 지나칠 것이 아니라,
평소에 식사 후 기도를 제대로 해야 하겠습니다.
밥 먹기 전에는 배고프다고 기도를 대충하고,
밥 먹은 다음에는 아예 기도를 잊어버리는 모습들... 우리 모두 반성해야 합니다.
송영진 모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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