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7주간 금요일>(2009. 10. 9. 금)
<두려움>
10월 9일의 복음말씀의 내용은 예수님께서 마귀를 쫓아내시는 내용인데
어떤 사람들이 마귀 두목의 힘을 빌려서 마귀를 쫓아낸 것이라고 말합니다.
예수님은 그 사람들을 향해서 그 말이 얼마나 어리석은 말인지를 가르치십니다.
마귀 두목의 힘으로 마귀를 쫓아낸다면
그것은 마귀들에게는 자살행위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그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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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들은 왜 마귀를 쫓아내는 것을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로 인정하지 못했을까?
그들은 마귀의 힘이 하느님의 힘보다 더 세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들은 하느님보다 마귀를 더 두려워한 것입니다.
마귀를 쫓아내시는 하느님의 권능을 두려워하지 않고
쫓겨나는 마귀를 더 두려워하는 것, 그것이 그들의 어리석은 모습입니다.
그렇다면 그 다음은 뻔합니다.
하느님보다는 마귀를 섬기게 됩니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 라는 말과 비슷할까?
하느님은 멀게 느껴지고 마귀는 당장 눈앞에서 설쳐대고...
아마도 그래서 그렇게 된 것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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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은 신앙생활의 큰 장애물입니다.
믿음이 있다면 그 믿음으로 어떤 두려움도 극복할 수 있지만,
두려움이 믿음보다 더 크게 작용하면
그 두려움이 믿음을 밀어내고 우리 마음속에 자리를 잡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그 두려움의 원인이 되는 일에 굴복하게 되는 것입니다.
믿음으로 두려움을 이기기는커녕 두려움 때문에 믿음을 잃게 된다는 것입니다.
귀신을 너무나도 무서워해서 믿음을 잃어버리고
귀신을 잘 쫓아낸다는 퇴마사나 무당을 찾아다니는 것이 좋은 예입니다.
믿음으로 귀신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귀신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믿음을 잃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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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귀니 귀신이니 그런 이야기는 접어두고...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겪는 여러 가지 두려움을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두려움이 하나도 없다면 정말 행복하겠는데,
사람들은 대체로 크고 작은 두려움들이 몇 개씩 있습니다.
건강 문제, 돈 문제,
시험, 승진, 진로 문제,
가족 문제, 애정 문제... 이런 문제, 저런 문제... 기타 등등...
너무 불안하면 신경 정신과 병원에 갈 수도 있고...
대개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약간의 근심, 불안감 정도는 품고 살아갑니다.
가끔 티브이에서 보는 일인데,
연예인들이 카메라 울렁증이 있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늘 카메라 앞에 서야 하는 직업인데 카메라 울렁증이 있다면 어떻게 하나?
저도 그런 것이 있습니다.
늘 사람들 앞에 서서 미사를 드리고 강의를 하는 신부이면서도
무대 공포증 비슷한 것, 또는 대인 공포증 비슷한 것이 있습니다.
날마다 '제단'이라는 이름의 무대에 서면서도...
그래서 독서자들이 미사 독서를 할 때 긴장하고 떠는 것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저도 그렇기 때문입니다.
미사는 늘 저를 긴장하게 합니다.
그래서 미사 전에는 늘 기도합니다.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지만... 더욱더...
사제가 된지 오래 되었지만... 늘 첫미사 같습니다.
학생인데 시험 공포증이 있다면?
의사나 간호사들이 피를 무서워한다면?
선원이 물을 무서워한다면?
군인이 총소리를 무서워한다면?
그것이 인간의 살아가는 모습입니다.
정신과 의사들은 정신의학적인 답을 말하겠지만,
어쩌면 그런 것들이 마귀의 장난일지도 모릅니다.
믿음을 흔들어놓는 일이라면 다 마귀의 장난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기도.
그런 극단적인 일이 아니라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살아가는 것 자체가 두려운 사람도 있습니다.
사람을 믿지 못해서 불안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부부 사이에, 애인 사이에...
자신의 능력을 믿지 못해서 불안해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시험을 앞두고, 시합을 앞두고, 승진 심사를 앞두고, 인사이동을 앞두고...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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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이 만물의 주님이시라는 것을 믿는다면,
이 세상 어떤 것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믿어야 합니다.
마귀나 귀신을 무서워할 필요가 없는 것은
하느님이 마귀나 귀신보다 더 센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마귀나 귀신도 하느님의 피조물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태풍이나 해일이나 지진이 무섭기는 하지만,
역시 하느님께서 만드신 세상의 일일 뿐입니다.
자연도 하느님 앞에서는 굴복할 수밖에 없음을 믿는다면 무서워할 것이 없습니다.
인간 관계에서 생기는 많은 일들이 우리를 두렵게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런 두려움은 '믿음과 사랑'으로 극복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능력을 믿지 못해서 생기는 두려움은
욕심을 버리고 모든 것을 하느님께 의지한다면 없앨 수 있습니다.
하여간에 두려움은 우리의 믿음을 흔들어놓는 적입니다.
마귀들이 노리는 것이 그것입니다.
무섭게 해서 하느님 생각도 못하게 만드는 것.
하느님보다 자기들을 더 섬기게 만드는 것.
마귀라고 해도 머리에 뿔 달리고 입에 피를 흘리는 그런 모습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절세미인의 모습으로 다가올 수도 있고,
독재자의 모습일 수도 있고,
은행 통장의 모습일 수도 있고,
병원의 건강진단서의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믿음을 갖고 기도한다고 해도, 한 순간에 그런 두려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두려움을 완전히 극복할 때까지 계속 노력해야 합니다.
예수님의 생애를 보면,
예수님은 태어나실 때에도 힘든 상황이었고,
태어나신 다음에도 헤로데의 살해 위협을 받으셨고,
활동을 시작하실 때에는 마귀가 직접 나타났고,
활동하시는 동안에도 계속 마귀들과 부딪치셨고,
마귀 같은 바리사이파 사람들, 율법학자들과 싸우셔야 했고,
마지막 십자가의 길을 가실 때에도 많은 유혹과 갈등을 겪으셔야 했습니다.
예수님도 그러셨으니, 우리는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세상에 무서운 것 하나도 없다고 큰소리치는 사람도 있습니다.
거짓말입니다.
만일에 실제로 그렇게 생각한다면, 아주 위험한 일입니다.
언제 쓰러질지 알 수 없는 인생입니다.
하느님도 안 무서워하는 그런 오만함은 버려야 합니다.
인생은 나그네 길이라고 말하는데,
그렇게 쉬운 여행이 아니고, 사실 좀 두려운 여행길입니다.
어디에 지뢰가 묻혀 있는지 알 수 없는 인생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꾸준히 기도하면서 하느님께 의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두려움을 만났을 때 두려움에 꺾이지 말고 맞서 싸워야 합니다.
그 힘은 기도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송영진 모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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