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3주간 토요일>(2009. 9. 12. 토)
<너희는 어찌하여 나를 '주님, 주님!' 하고 부르면서,
내가 말하는 것은 실행하지 않느냐?>
어린 시절의 새마을 운동은 참으로 대단했습니다.
사람마다 그 평가가 다르겠지만, 어떻든 대단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그 새마을 운동이 어떻게 되었는지 그게 궁금해집니다.
(갑자기 4H 클럽 운동이라는 것도 생각나는데, 그건 또 어떻게 되었는지...)
새마을 운동이 지금 어떻게 되고 있는지 잘 모르지만,
농촌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한국 인구의 절반이 서울과 경기도에 살고 있는 것도 현실이고...
농촌 경제가 어떻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인데,
그런 식의 운동이라는 것으로 농촌을 살린다는 것은 어렵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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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바티칸 공의회 후에 천주교에서도 그런 운동이 많았습니다.
성령 운동, 성서 운동, 전례 운동, 선교 운동, 토착화 운동 등등...
그리고 뜻도 모를 외국 이름의 신심 운동들까지...
(도덕 재무장 운동이 생각나는데, 그건 천주교에서 한 것은 아니었던 것 같고...)
70년대였나 80년대였나, 미국에서 순결 서약을 하는 운동이 있었습니다.
여고생들을 중심으로, 순결 서약을 하고 그 표시로 은반지를 끼고...
그런데 세월이 지나고 나서 통계를 내보니
순결 서약 운동을 하기 전보다 그 후에 미혼모가 더 많아졌다나...
다른 교구는 잘 모르겠고 전주 교구에서,
선교 운동을 전개하고, 선교상 시상식이라는 것을 시작한 후와
그 전의 상황을 통계로 내보니,
냉담자는 더 늘고, 미사 참례 비율은 더 줄고...
신자 증가율은 감소 추세이고...
제가 신학생 시절 토착화 운동이 맹렬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국악 성가, 국악 미사곡이 만들어졌고.
그런데 지금은 그게 어떻게 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토착화는 전혀 안 된 것 같고, 그냥 유행처럼 흘러가버렸는지...???
성령 운동도, 성서 운동도 유행처럼 흘러가는 것은 아닌지...
70년대, 80년대, 그땐 정말 천주교에 활기와 생기가 넘쳤던 것 같았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생기도 줄고, 활기도 줄어든 것 같다는 느낌은
저 혼자만의 느낌일까요??
제가 병원에 입원하기 전에는
성령 세미나 강의를 한 달에 두 세번씩 하고 다녔는데,
갈수록 그 열기가 줄어든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반짝 하고 살아나긴 하는데 지속되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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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생활은 운동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그냥 양념일 뿐, 주식이 될 수는 없습니다.
본당 사목을 하면서 느낀 건데,
이벤트성 행사를 많이 하면 잠깐 분위기가 살아나긴 하는데,
그걸 지속시키는 것은 정말로 어렵다는 것.
지속시키는 것도 어렵지만,
그걸 건전한 신앙생활로 연결시키는 것은 더 어렵다는 것.
인기 가수 불러다가 성당에서 음악회를 개최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게, 그 효과가 그때뿐이라는 것입니다.
매 주일마다 인기 가수를 부를 수는 없는 일이고...
전임 신부가 그런 식으로 본당 사목을 하고 떠나면
후임 신부는 그 뒷수습 하는 일이 참으로 힘들다는 것.
말하자면 설거지가 더 힘든 것이지요.
전에 테크노 음악이 유행하던 때에
어떤 성당의 보좌 신부가 테크노 미사라는 것을 했습니다.
성찬의 전례는 정상적으로 했지만,
그 앞의 말씀의 전례는 테크노 음악과 테크노 춤을 추면서...
인근 지역의 청소년들이 순식간에 모여들었습니다.
원래는 중고등부 미사 참례자 수가 몇 십명이었는데,
테크노 미사를 하니까 미사 참례자 수가 오백여명으로 늘었습니다.
대성공을 거둔 것입니다.
그 성당, 지금은 어떤 모습인지 궁금합니다.
테크노 춤과 음악의 유행은 잠깐 반짝 하고 사라졌습니다.
유행을 따라다니기만 할 수는 없는 법입니다.
테크노 춤이 지나간 다음에는 어떤 춤을 추면서 미사를 드렸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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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다섯 개로 오천 명 이상의 군중을 먹인 기적도
예수님의 원래 의도와는 달리
당시 사람들은 이벤트성 행사로 받아들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 기적의 결과는...
요한복음에 의하면 사람들이 다 떠나버리고
열두 사도만 예수님 곁에 남았습니다.
그것이 오병이어 기적의 결과입니다.
누구 탓입니까?
예수님 탓은 아닙니다.
예수님의 자비와 기적을 이벤트성 행사로 받아들인 인간들 탓입니다.
예루살렘 입성도 당시 사람들에게는 이벤트성 행사로 보였던 모양입니다.
그 일의 결과는? 없습니다. 그냥 예수님의 죽음입니다.
인간들은 보아야 할 것은 못보고, 그대로 실망하고 떠납니다.
신앙생활, 종교생활은 이벤트성 행사로 되는 일이 아닙니다.
무슨 무슨 운동으로 종교가 유지되는 것도 아니고,
복음화가 이루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기본이 되어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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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을 믿는다는 것은
껍데기 행사를 통해서 되는 일이 아닙니다.
지금도 여기저기 행사들이 많은데,
행사 주최측이든, 참석자든,
무엇이 양념이고 무엇이 주식인지 잊고 있으면
남는 것이 없습니다.
삶을 통해서 예수님을 만날 수 있어야 합니다.
삶의 중심에 예수님을 모셔야 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것이 먼저 되어 있어야 합니다.
우리 모두가 예수님의 말씀대로 사는 삶.
그것이 전부입니다.
송영진 모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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