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1주간 수요일>(2009. 8. 26. 수)
<회칠한 무덤>
유대인들은 해마다 과월절이 가까워지면 무덤에 새로 회칠을 했다고 합니다.
그것은 무덤이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려서 부정을 타지 않게 하려는 목적이었습니다.
유대교 율법에, 무덤에 접촉하면 7일 간 부정하다고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무덤에 하얗게 회를 칠한 것을 멀리서 바라보면
그게 제법 아름답게 보였다고 하더군요.
예수님께서 회칠한 무덤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신 것은 바로 그런 까닭입니다.
겉으로는 아름답게 보여도 사실은 무덤일 뿐이라는 것.
그것이 바로 위선자들의 모습과 같다는 것입니다.
위선이란, 겉으로는 착하고 진실하고 아름답게 보여도
속으로는 추하고 더럽고 거짓된 것을 말합니다.
겉과 속이 다른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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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여기저기서 미인 선발대회를 하고 있는데,
도대체 미인이란 무엇인가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겉으로 보기에 예쁘면 다 미인인가?
속마음에 어떤 추함과 더러움이 있더라도 얼굴과 몸만 예쁘면 그만인가?
미스 코리아가 과연 한국의 대표 미녀인가?
참가 신청을 한 여자들 중에서 몇 명 뽑은 것뿐인데, 그게 어떻게 한국의 대표가 되는가?
심사 기준에 덕성을 심사하는 항목이 있는가?
그냥 외모와 재능만 있으면 그만인가?
요즘에 티브이만 켜면 들려오는 말들,
꽃미남, 꽃미녀, 브이라인, 에스라인.... 정신과 영혼의 아름다움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그냥 껍데기만 바라보고 판단하는 풍조가 과연 옳은 일인가?
옛날에 미국의 어떤 도시에서 예쁜 자동차 선발대회가 열린 적이 있었답니다.
무슨 이벤트성 행사였겠지요.
심사위원은 미국의 유명한 어떤 배우였습니다.
심사위원을 맡은 그 사람이 대회에 참가한 자동차들을 하나씩 살펴보기 시작했는데,
참가자들마다 어찌나 예쁘게 자동차를 꾸며놓았는지
도저히 입상자를 선정할 수가 없었답니다.
궁리하던 그 심사위원은 참가자들에게 보닛(엔진룸 뚜껑)을 열어보라고 했습니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차의 겉모습에만 신경을 썼고,
엔진룸까지 깨끗이 세차하고 정비한 사람은 적었기 때문에
쉽게 입상자를 정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자 어떤 여성 참가자가 그런 심사 방법에 대해 항의를 했습니다.
그러자 심사위원이 대답하기를,
"아가씨, 미인대회에 출전하려면 목욕부터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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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어떤 미국 여인이 어느 날 갑자기 일방적으로 이혼을 당했습니다.
그 여인은 고통 속에서 세월을 보내다가 한국 남자를 만나서 재혼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재혼한 후에도 마음고생이 좀 있었답니다.
두 번째 남편이 된 그 한국 남자,
무뚝뚝하고, 애정표현도 안 하고, 말도 없고... 도대체 사랑을 하는 것인지, 어떤지...
전 남편은 아침 저녁으로 사랑한다고 말하고, 뽀뽀하고 그랬었는데,
그 한국 남자는 사랑한다는 말도 할 줄 모르고, 뽀뽀도 안 해주고...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그의 사랑이 진짜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침 저녁으로 사랑한다고 말했던 전 남편은
그렇게 날마다 부인에게 애정을 표현하면서도 바람을 피웠고, 결국 이혼을 요구했는데,
한국 남자는 표현할 줄도 모르고, 말수도 적었지만,
그 마음속에 진실한 사랑이 들어 있음을 느끼고 깨달았다는 것입니다.
사랑이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행동으로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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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어떤 종교는 연말에 거액의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냅니다.
해마다 그 종교의 이름이 신문에 대문짝만큼 크게 등장합니다.
한국식으로 지어진 그 종교의 건물들은 규모도 크고, 멋있고, 예쁘고,
뭔가 있어 보입니다.
그러나 알게 모르게 잡음이 끊이지 않습니다.
그 종교에 빠져서 가출한 자녀를 부모가 애타게 찾아도 면회도 시켜주지 않고,
그 종교에 빠진 사람의 가정이 파탄난다는 말도 자주 들립니다.
전에 한 번은 죽은 사람을 살려낸다고 생쑈를 벌이다가 무더기로 구속된 적도 있습니다.
그러니 그냥 사이비 종교로만 보입니다.
참 종교와 사이비의 차이는 약간의 차이입니다.
껍데기 장식에만 신경 쓰는가, 종교 본연의 자세를 갖추려고 노력하는가? 그 차이.
보여주는 일에만 능한가, 내실을 기하려고 노력하는가? 그 차이.
헌금을 모으는 일에 집중하는가, 베푸는 일에 더 집중하는가? 그 차이.
사실 그 차이는 별로 크지 않습니다.
방향 한 번 잘못 잡으면 어떤 종교라도 사이비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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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생활이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또 행동으로 하는 것입니다.
신앙생활이란 껍데기로 하는 것이 아니라 속마음으로 하는 것입니다.
본당에서 중요한 직책을 맡고, 기도 잘 하고, 헌금 잘 내고,
단체활동 많이 하고, 봉사활동 많이 하고... 누가 보아도 모범적인 신앙인이라고 하더라도
그게 껍데기뿐이라면... 그는 회칠한 무덤입니다.
사람들은 겉모습만 보지만 하느님은 그 속을 보십니다.
성직자들, 수도자들은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신앙인이라면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속마음을 일치시키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됩니다.
회개란 바로 겉과 속을 일치시키는 노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남들에게 존경 받고 칭찬 받을 때 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그 존경과 칭찬에 도취되어서 자신의 본 모습을 잊기가 쉽기 때문입니다.
누구든지 자신이 입고 있는 옷에 도취되면 안 됩니다.
하느님 앞에서 발가벗고 섰을 때, 추하고 더러운 것이 모두 드러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 앞에서 알몸으로 선다는 것은 우리의 영혼의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는 뜻입니다.
지금은 대충 감추고 살아도 남들이 모르지만,
언젠가 그날이 되면... 크게 부끄러워지게 될 것이고, 큰 망신을 당하게 될 것입니다.
감당할 수 없는 그 수치심이 곧 지옥이 될 것입니다.
송영진 모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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