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1주간 금요일>(2009. 8. 28. 금)(성 아우구스티노 기념일)
<깨어 있어라. 너희가 그 날과 그 시간을 모르기 때문이다.>
저마다 등을 들고 신랑을 맞으러 나간 열 처녀의 이야기입니다.
다섯은 어리석었고, 다섯은 슬기로웠습니다.
신랑이 늦어지자 처녀들은 모두 잠이 들었습니다.
신랑이 도착했을 때 어리석은 처녀들은 모자라는 기름을 사러 갔고,
그들이 돌아와보니 문이 닫혀버렸습니다.
이 이야기는 실제 상황을 예로 들어서 말한 것이 아니라
교훈을 주기 위해서 짜맞춘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에서의 핵심은
신랑이 왔을 때 어리석은 처녀들이 그 자리에 없었다는 점입니다.
기름을 준비하지 않아서 그것을 사러 갔다는 것은
신랑이 왔을 때 그 자리에 있지 않았던 상황을 설정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러니 기름 자체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게으름을 피우면서 예복으로 갈아입지 않고 있다가
신랑이 도착한 다음에 옷을 갈아입으러 갔다고 해도 이야기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신랑이 왔을 때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깨어 있어라.' 라고 하셨지만,
이야기 속에서는 자고 있었느냐, 깨어 있었느냐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열 명의 처녀가 모두 자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그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준비 자세가 되어 있느냐? 입니다.
만일에 이 이야기가 실제 상황이라면 신랑에게도 책임이 좀 있습니다.
너무 늦게 왔다는 것이지요.
또 신랑이 대낮에 왔다면 등불을 켤 기름이 필요 없게 됩니다.
따라서 이 이야기에서 신랑이 언제 왔느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도착 시간은 신랑 마음이라는 것이고,
신랑이 언제 도착하든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름을 준비했던 처녀들이 기름을 좀 나눠주지 않은 것을 탓할 수도 있습니다.
너무 냉정한 것 아니냐? 라고 비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의도는 그런 세부적인 사항에 있지 않습니다.
사실 하늘 나라 입장권은 남에게 양도할 수 없습니다.
또 기름을 사러 간 것뿐인데, 좋은 의도로 잠깐 자리를 벗어난 것뿐인데,
문을 좀 열어줄 수도 있는 것 아니냐? 라고 따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역시 그것도 이 이야기의 교훈에서 벗어난 질문입니다.
실제 결혼식 상황이라면 늦게 온 사람을 위해서도 문을 활짝 열어놓겠지요.
그러나 최후의 심판은 단 한 번으로 끝납니다.
재심, 항소심, 상고심 같은 것이 없습니다. 단심 제도입니다.
단 한 번이고, 그 심판의 결과는 영원한 것입니다.
하늘나라 문이 닫혔다면 그것으로 끝입니다.
미사 강론이 너무 길고 지루하다고 해서
담배 한 대 피우려고 살짝 나가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합시다.
담배가 아니라도, 그냥 강론이 지루해서 바람이나 쐬려고 나갔다고 합시다.
나갔다가 영성체 시간에 맞추어서 들어와보니
이미 영성체가 다 끝나고 마침성가를 부르고 있다면...
영성체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조를 수 있겠습니까?
이미 상황 끝입니다.
항상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 그것이 중요합니다.
기분전환을 위해서 잠깐 벗어날 수도 있는 것이 아니냐고 말해도 소용 없습니다.
성직자, 수도자는 휴가를 가도 성직자, 수도자입니다.
신자들은 휴가를 가도 신자입니다.
어디 외국으로 휴가를 가서
아무도 알아보는 사람이 없다고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습니까?
그것은 자기가 있어야 할 자리를 벗어나는 짓입니다.
깨어 있다는 것은 자기 자리를 지키는 것입니다.
자신의 본분을 다 하는 것입니다.
하늘나라에 들어가기 위해서
무슨 엄청난 성덕을 쌓아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장 기본적인 자세부터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송영진 모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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