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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성베르나르도기념일(연중제20주간목요일)(090820.목)

도구 Ludovicus 2009. 8. 20. 09:21

<성 베르나르도 기념일>(연중 제20주간 목요일)(2009. 8. 20. 목)

 

<초대권과 입장권>

 

8월 20일의 복음 말씀은

하느님 나라에 초대 받은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의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잔치에 초대를 받았는데도 참석을 거절한 사람들과

참석을 했지만 자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의 이야기,

그 두 부류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가 핵심입니다.

 

초대를 받았지만 참석을 거절한 사람들은 이스라엘을 가리킵니다.

그들은 하느님의 선택을 받은 민족이었지만,

메시아를 배척함으로써 그 특권을 스스로 버렸습니다.

 

그래서 결국 그 특권은 다른 사람들에게로 넘어갔습니다.

바로 그리스도교입니다.

그리스도교 신자가 된다는 것은

이스라엘 대신에 하느님 나라 잔치에 초대를 받은 것입니다.

 

그런데 두 번째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참석을 했지만 예복을 입지 않아서 쫓겨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길거리에서 갑자기 불려 들어갔는데,

예복을 입지 않았다고 쫓아내는 것은 억울하다고 따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사람처럼 갑자기 불려 들어간 다른 사람들은 모두

예복을 입고 있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합니다.

 

갑자기 잡혀 들어간 것이 아니라

예복으로 갈아입을 시간 여유는 있었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예복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쫓겨난 그 사람은 억울하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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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 이야기에서

하늘나라의 초대권과 입장권이 분리되어 있음을 알게 됩니다.

초대권은 누구나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입장권은 아무나 받을 수 없습니다.

초대권을 받은 사람은 그 초대권을 입장권으로 바꿔야 합니다.

 

처음에 초대를 받은 사람들은 초대권을 입장권으로 바꾸기는커녕

그 초대권을 스스로 버렸습니다.

그것도 각자 개인적인 볼 일 때문에,

또는 초대를 한 임금을 싫어해서 그렇게 했습니다.

 

그들이 밭으로 가고, 장사하러 갔다는 것은

세속의 생활에 정신이 팔려서 하느님의 초대를 잊었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서 하느님보다는 세속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것입니다.

 

임금의 종들을 때리고 죽였다는 것은

하느님의 예언자를 박해하고 죽였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그들에게 임금이 화를 내고 처벌했다는 것은

종말에 그들이 심판을 받고 멸망할 것이라는 뜻입니다.

 

처음에 초대 받은 사람들 대신에

아무나 만나는 대로 잔치에 불러 들였다는 것은

하느님의 초대라는 특권이 온 인류로 확대되었다는 뜻입니다.

 

길거리에서 선한 사람, 악한 사람 가리지 않고 다 데려왔다는 것은

지금 우리 교회의 모습을 나타냅니다.

신자들 중에도 선한 사람, 악한 사람이 섞여 있다는 것입니다.

밀밭에 가라지가 섞여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중에서 예복을 입지 않은 사람을 쫓아냈다는 것은

밀밭에서 가라지를 제거했다는 것입니다.

역시 종말의 심판을 뜻하는 것입니다.

 

초대는 누구나 받을 수 있지만 입장은 아무나 할 수 없습니다.

그것에 대해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부르심을 받은 이들은 많지만 선택된 이들은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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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이제 그대로 우리에게 적용됩니다.

우리에게는 이스라엘을 걱정할 여유가 없습니다.

 

하느님의 초대를 받았는데도

그 초대를 우습게 여기는 사람들의 모습, 바로 우리 자신의 모습입니다.

낙타와 바늘구멍의 비유에서 이미 나왔던 이야기입니다.

마음이 하느님을 떠나서 세속에 가 있는 것은

하느님의 초대를 우습게 여기는 것과 같습니다.

 

임금의 초대를 받았는데도 밭으로 가고 장사하러 가고...

하느님의 초대보다 세속의 일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모습.

오늘날 많은 신자들이

하느님을 가장 중요한 첫 순서에 모시지 않고

세속 일을 다 하고나서 시간이 남을 때에나 하느님을 찾습니다.

 

신자가 되었다는 것은 초대권을 받았다는 뜻입니다.

그것뿐입니다.

아직 입장권은 받지 못한 상태입니다.

신자가 되었다는 것이 하늘나라 입장을 보장해주지 못합니다.

<예수천당 불신지옥>, 그런 것 없습니다.

 

예복에 관한 이야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앙인이라면 신앙인답게

해야 할 일 다 해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하느님을 믿는 사람은 안 믿는 사람과 다르게 살아야 합니다.

안 믿는 사람과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그냥 그렇게 세속에 묻혀서 사는 것은 예복을 입지 않은 것입니다.

아무리 미사, 기도, 신심활동, 다 잘 해도,

그 삶이 다르지 않다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손에 묵주반지를 끼고 있다고 해서 신자인 것은 아닙니다.

묵주기도를 해야 신자입니다.

주일날 몸만 미사에 참석한다고 해서 신자인 것은 아닙니다.

마음으로 미사에 참석해야 신자입니다.

 

몸은 성당에 와 있어도 마음과 정신은 홍콩에 가 있다면,

그건 미사에 참석한 것이 아닙니다.

손에 묵주반지를 끼고 있어도 일 년 내내 기도 한 번 안 한다면

그건 그냥 값싼 장신구일 뿐입니다.

 

신앙생활은 여가시간에나 하는 취미생활이 아닙니다.

신앙생활은 우리 삶의 악세사리가 아닙니다.

하늘나라는 잡지에 따라오는 부록 같은 것이 아닙니다.

(하늘나라를 그저 인생의 부록처럼 여기는 사람도 있습니다.)

 

송영진 모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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