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밤 하느님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고
주장하는 한 신자가 있었습니다.
그 사실의 진위를 판단하려는 본당 신부님이 신자에게 이렇게
부탁합니다. “오늘 밤에 또 하느님을 뵈옵거든 ‘하느님과 신부님만 아는
신부님이 지은 죄를 한 가지만 알려달라’고 하십시오.”
다음 날 신자가 신부님께 대답하더랍니다.
“하느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난 사람들의 모든 잘못을 금방 다 잊어버리지!’”
하느님의 가장 커다란 특징은
죄에 대한 기억 상실이 아닐까 싶습니다.
시편 130장의 말씀대로 주님께서 죄악을 헤아리신다면
감당할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자신이 지은 죄를 자신 스스로도 잊어버리지 못한다면
사실 건강하게 살아갈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타인의 나에 대한 잘못에 대하여는
어떠한가도 생각하게 됩니다.
오늘 사랑의 송가에서 바오로 사도는
“사랑은 앙심을 품지 않습니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앙심이란 남의 나에 대한 처사를 기억하여
못되게 앙갚음 하려는 마음입니다. 즉 남의 잘못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느 번역본에서는 “사랑은 악을 계산해두지 않습니다”라고
했고, 또 “사랑은 잘못을 기록해두지 않습니다”라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만 보면 나에게 했던 잘못을 떠올려
쿵쾅 뛰는 가슴을 주체 못하는
스스로의 모습에 자비를 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