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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추석명절 / 성 십자가 현양축일(한가위)

도구 Ludovicus 2008. 9. 15. 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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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명절 / 정 일 신부
추석(秋夕)은 24절기 중에서 가장 좋은 시절입니다. 그래서 명절입니다. 태음력으로 달이 가장 밝고, 날씨가 가장 청명하며, 기온이 상쾌하고, 오곡백과가 풍성하며, 한 해의 첫 수확이 있는 때입니다. 이날에 어찌 축제를 열지 않겠습니까?

가장 좋은 날, 아니면 가장 고통스럽거나 슬픈 날 우리는 누구를 생각합니까? 가장 놀랄 때 우리는 어머니를 부릅니다. “어머나!” 서양 사람들은 God(하느님)을 부릅니다. “Oh my God". 그 어머니는 우리의 고향입니다. 물리적인 고향은 우리가 태어나고 묻히고 싶은 곳입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정신적 고향입니다. 그래서 어머니와 고향은 타향살이의 설움과 인생살이의 모든 고통과 애환을 용광로처럼 녹이고 감싸 안아 줄 것만 같은 넓은 품입니다.

고향을 생각하면 당연히 조상들을 생각합니다. 조상들은 우리의 뿌리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중대 사안을 결단할 때나 입․출국 시나 중책을 맡게 되면 고향을 방문하고 묘소를 참배합니다. 신앙 안에서 우리의 시선은 조상을 넘어 하느님을 봅니다. 그 하느님을 우리네 조상들은 천지신명(天地神明)이라 했습니다. 그래서 조상과 천지신명께 제사를 지내고 감사를 드렸습니다.

우리는 제사(祭祀)를 차례(次例) 혹은 다례(茶禮)라고 합니다. 차를 올리는 예식이라는 의미이겠지만, 하느님 차례, 조상 차례, 부모님 차례, 우리 차례라는 순서를 의미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마음의 질서 속에서 순리에 따라서 살았습니다. 제사 양식이나 미사의 감사송을 보면 조상을 부르고 기억하며, 우리의 삶을 고백하고, 미래의 축복을 기원합니다. 하늘과 조상을 섬기고 가족 간의 회포를 풀고 정을 나누며 삶을 경축했습니다.

과거를 회상하고, 현재를 진단하고 경축하며, 미래를 기약하는 축제가 곧 명절입니다. 축제는 삶을 축하하고 제사를 지내는 것입니다. 참 멋있습니다. 세상 모든 것은 변하고 없어지지만 우리의 고향은 없어지지 않고, 움직이지 않으며, 변하지 않는, 영원한 이상향 유토피아입니다. 명절은 그것을 재삼 확인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오늘을 살며 내일을 기약하는 삶입니다. 이것은 참 신앙인의 자세요, 참 인간의 자세입니다. 그래서 명절은 웰빙(Well being)입니다.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가장 큰 적은 욕심입니다. 그중에서도 물욕입니다. 제사를 잘 지내면 후손이 흥합니다. 형제나 친지들이 우애가 있으면 제사를 잘 지냅니다. 서로 싸우면 제사를 잘 지낼 수 없습니다. 형제나 친척간의 싸움은 대부분 재산 문제에서 발생합니다. 우애가 있으면 단결하니 잘 살고, 싸우고 미워하면 단결을 파괴하니 못살게 됩니다. 오늘 복음은 세상 재물에 파묻히면 끝이라고 합니다.

철학자들은 현대인이 고향을 잃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마음의 지주가 흔들린다는 말입니다. 흔들리는 이유가 물질주의, 쾌락주의, 개인적인 이기주의라고 합니다. 그래서 명절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합니다. 음식장만, 손님 치루기 등이 귀찮고 그래서 다툼으로 비화한다고 합니다. 내가 이렇게 살고 있음은 하나의 은총이요 축복입니다. 나와 관계를 맺고 사는 모든 산 이들과 죽은 이들을 함께 기억하며 이 제사를 봉헌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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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베텔 하늘방
글쓴이 : 마르가릿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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