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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한가위, 나눔으로 모두의 명절이 되었으면......한만옥 신부

도구 Ludovicus 2008. 9. 13. 08:42

성 십자가 현양축일(한가위)

 

 

오늘은 우리 민족 고유의 명절인 추석입니다. 고유가로 인해서 물가가 많이 오른 상태에서, 올해는 추석도 너무 빨라서 과일이나 여러 가지 제수용품 값이 비싸기 때문에 좀 어렵기는 하지만, 그래도 햅쌀로 송편을 빚고 햇과일로 상을 차려 조상님의 덕을 기리고 한 해의 결실을 온가족과 이웃이 함께 나누는 날입니다.

겨우내 터졌던 손등이 채 아물기도 전에 땅에 씨를 뿌리고 불타는 태양 아래서 김을 매며 태풍과 수해에 마음 졸이면서 결실을 얻어낸 농부들의 수고에 감사드리고,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도 결실을 얻도록 허락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려야 하겠습니다.

오늘 복음은 재물에 집착하는 인간에게 경고하고 있습니다. 비유에 나오는 부자는 자신이 소유한 모든 것에 집착하고 있습니다. 내 창고, 내 곡식, 내 재산, 내 영혼.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자신의 쾌락과 즐거움을 위해서 사용하려고 독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소유한 모든 것은 오로지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고 이웃과 함께 나누어야 할 것입니다. 나의 소유물은 하느님께서 나에게 잠시 맡기신 것이고 나는 그 관리인일 뿐입니다.

따라서 모든 것의 주인은 하느님이시고 관리인인 나는 나의 소유물을 주인이신 하느님의 뜻에 맞게 사용해야 합니다. 우리는 그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는 것과 사는 것은 다른 것이어서 하느님 뜻대로 모든 것을 처리하기 보다는 자신의 뜻대로 처리하고 사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한 번 생각해 볼 일입니다. 만일 그렇다면 우리도 오늘 복음에 나오는 부자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

“어리석은 자야, 오늘 밤에 네 목숨을 되찾아 갈 것이다.”
오늘 추석, 나만 즐겁고 나만 배부르면 그만인 나만의 명절이 되어선 안 될 것입니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이 명절에 이웃이 한데 어우러져서 음식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었습니다. 더욱이 하느님께 믿음을 두고 있는 우리는 자기가 거둔 것에 대해 하느님께 감사하고, 그것을 자신만을 위해서 쌓아두고 사용할 것이 아니라 하느님과 이웃을 위해 사용할 줄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찾아갈 곳도 없고 찾아올 사람도 없이 쓸쓸히 명절을 지내야 하는 이들, 고향 갈 여비가 없거나 그 돈도 아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고향에 가지 못하는 이들, 자신의 일터에서 오늘도 땀 흘리며 일하는 이들, 아직도 많은 노숙자들, 이런 분들에게도 추석이 즐거운 명절이 되도록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나누는 분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하느님을 믿는 우리가 먼저 작은 나눔이라도 실천해야 할 것입니다. 이제 나만의 명절이 아닌 우리 모두의 명절이 되도록 이 민족이 성숙한 공동체가 되기를 바랍니다.

여러분 모두 명절 기쁘게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땅이 제 소출을 내주었으니, 하느님, 우리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강복하셨도다.”(화답송 후렴) 아멘.

출처 :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글쓴이 : 마르가릿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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