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3주일 강론 : 까불지 마
요즈음 60대 주부들은 남편을 두고 여행을 떠날 때, 냉장고에 ‘까불지 마!’라는 쪽지를 써 붙인다고 한다. ‘(까) 가스 조심, (불) 불조심, (지) 지하철 조심, (마) 마누라 생각은 하지도 마!’라는 뜻이다. 한평생 아내를 곁에 붙잡아둔 남편에 대한 복수라고 한다.
몇 해 전, 60대 부부의 곰삭은 사랑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올해 72세인 신정진씨와 68세인 황경화씨의 인생여정에 대한 이야기다. 황경화 안나씨는 39년 동안 초등학교 교사생활을 하고 퇴직했다. 퇴직 후유증에 시달리던 황 씨는 산을 오르고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러다 2004년 3월 드디어 일을 저질렀다. 남편 신씨와 아들과 며느리에게는 산악반 회원들과 함께 떠난다고 속이고 혼자 국토종단을 나선 것이다. 전남 해남 땅끝 마을에서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800km를 혼자 걸었다. 23일 동안 매일 30-40km를 걸었다고 한다. 황경화씨는 이렇게 말한다. “걷다보니 이미 삭였다고 생각했던 젊은 시절의 증오와 분노 등 갖가지 감정들 때문에 몸보다 마음이 더 힘들었다.”
국토종단에 나선지 20일이 지난 어느 날, 남편이 길 떠난 아내를 찾아오겠다고 했다. 오지 말라고 말려도 듣지 않고 아내를 찾아온 남편 신씨는 강원도 구룡령 고갯마루에서 아내 황씨를 만났다. 그제야 아내가 혼자 그 먼 길을 걸었다는 것을 알고는 기가 막혀 그 자리서 주저앉아 울었다고 한다. 커피를 즐기고, 문학을 사랑하는 ‘만년 소녀’인 줄로 알았던 아내가 어느새 자기 안의 먼 길을 떠나버렸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말려도 막무가내로 혼자 길을 계속 가는 아내를 보내고 서울로 돌아왔다. 아내가 혼자 국토종단을 마치고 돌아온 뒤, 남편 신씨는 아내를 차에다 태우고 길을 나섰다. 아내가 혼자 걸었던 길을 그대로 다시 둘이 함께 갔던 것이다. 이런 일을 겪으면서 이 부부는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너희 가운데 두 사람이 이 땅에서 마음을 모아 무엇이든 청하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이루어주실 것이다.”(마태 18,19). 이 말씀을 여러 가지로 알아들을 수 있겠지만, 나는 남편과 아내가 서로 마음을 합쳐 행복하게 살라는 뜻으로 알아듣고 싶다.
서로 다른 부모 밑에서 태어나, 서로 다른 환경과 교육 안에서 성장한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나 결혼해 가정을 이루어 산다는 것은 하느님의 은총이 없으면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위에 이야기한 부부처럼, 남편과 아내가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기까지 적어도 30년이라는 세월이 필요한 것 같다. 그 과정이 어렵다 하더라도 남편과 아내가 서로 사랑으로 일치해 마음을 모아 기도하면 하느님은 반드시 들어주신다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우리본당의 모든 가정이 서로 사랑으로 일치한 가정, 마음을 모아 하느님께 기도하는 가정이 되기 바란다.
'가톨릭- > 강론.묵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9월 12일 연중 제23주간 금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0) | 2008.09.12 |
---|---|
[스크랩] ** 차동엽 신부님의 "매 일 복 음 묵 상"... ** (0) | 2008.09.11 |
[스크랩] 9월 11일 연중 제23주간 목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0) | 2008.09.11 |
[스크랩] 9월10일 연중 제23주간 수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0) | 2008.09.10 |
[스크랩] ** 차동엽 신부님의 "매 일 복 음 묵 상"... ** (0) | 2008.09.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