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오늘의 말씀

[스크랩] 2008년 4월 4일 부활 제 2주간 금요일

도구 Ludovicus 2008. 4. 4. 08:39

 

 

                   

                        2008년 4월 4일 부활 제 2주간 금요일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 6,1-15


그때에 1 예수님께서 갈릴래아 호수 곧 티베리아스 호수 건너편으로 가셨는데, 2 많은 군중이 그분을 따라갔다. 그분께서 병자들에게 일으키신 표징들을 보았기 때문이다.

3 예수님께서는 산에 오르시어 제자들과 함께 그곳에 앉으셨다. 4 마침 유다인들의 축제인 파스카가 가까운 때였다.

5 예수님께서는 눈을 드시어 많은 군중이 당신께 오는 것을 보시고 필립보에게, “저 사람들이 먹을 빵을 우리가 어디에서 살 수 있겠느냐?” 하고 물으셨다. 6 이는 필립보를 시험해 보려고 하신 말씀이다. 그분께서는 당신이 하시려는 일을 이미 잘 알고 계셨다.

7 필립보가 예수님께 대답하였다. “저마다 조금씩이라도 받아 먹게 하자면 이백 데나리온어치 빵으로도 충분하지 않겠습니다.”

8 그때에 제자들 가운데 하나인 시몬 베드로의 동생 안드레아가 예수님께 말하였다. 9 “여기 보리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진 아이가 있습니다만, 저렇게 많은 사람에게 이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10 그러자 예수님께서 “사람들을 자리 잡게 하여라.” 하고 이르셨다. 그곳에는 풀이 많았다. 그리하여 사람들이 자리를 잡았는데, 장정만도 그 수가 오천 명쯤 되었다.

11 예수님께서는 빵을 손에 들고 감사를 드리신 다음, 자리를 잡은 이들에게 나누어 주셨다. 물고기도 그렇게 하시어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주셨다. 12 그들이 배불리 먹은 다음에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버려지는 것이 없도록 남은 조각을 모아라.” 하고 말씀하셨다. 13 그래서 그들이 모았더니, 사람들이 보리 빵 다섯 개를 먹고 남긴 조각만 열두 광주리가 가득 찼다.

14 사람들은 예수님께서 일으키신 표징을 보고, “이분은 정말 세상에 오시기로 되어 있는 그 예언자시다.” 하고 말하였다. 15 예수님께서는 그들이 와서 당신을 억지로 모셔다가 임금으로 삼으려 한다는 것을 아시고, 혼자서 다시 산으로 물러가셨다.

 

 

      보리 빵


   어려서는 보리농사를 많이 지었습니다. 가을이 되면 밭을 갈고 고랑을 파서 쇠스랑으로 바닥을 잘 고른 다음 보리씨앗을 뿌립니다. 그러면 그 뒤를 따라가면서 쇠스랑으로 잘 덮어줍니다. 그리고 며칠 후면 연한 보리 싹이 솟아납니다. 아주 연한 보리 싹이 매섭고 추운 겨울을 나는 것을 보면 정말 신기합니다. 모든 나무들이 잎을 떨어트리고 죽은 듯이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고 있는데 그 연약해 보이는 보리 싹이 눈 덮은 밭에서 짙은 녹색으로 겨울을 나는 것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봄이 되면 들떴던 보리밭을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일렬로 서서 밟아줍니다.  ‘꼭꼭 밟아줘야 쑥쑥 자란다. 귀여운 보리야!’ 노래를 부르면서 서릿발로 들 솟아있는 그 보리들을 꼭꼭 밟아주면 다시 흙에 뿌리를 내고 말라죽지 않고 자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소가 있는 집에서는 끙게로 꼭꼭 눌러줍니다. 그래도 보리 싹은 기죽지 않고 오히려 더 잘 자랍니다. 보리의 생명력은 정말 무섭도록 강인하고, 천지간의 찬 기운(냉기 : 冷氣)을 모두 품어 안습니다. 그래서 여름에 먹는 양식입니다. 보리를 먹으면 겨울의 한기(寒氣)를 먹을 수 있어서 여름의 더위를 식힐 수 있고, 더운 기운을 차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먹을 것이 너무 없어서 독사 풀 씨앗을 훑어 멀건 죽처럼 끓여먹던 마른 ‘보리 고개’는 시골에서 가난으로 연명하던 60대 이상의 사람들이 겪던 연중 최대의 고비였고, 한스러운 넘기 어려운 고개였습니다. 정말 그 당시에 배를 골아보지 못한 사람은 상상도 못할 고개였습니다. 그 때에 아직 익지 않은 보리를 베어 솥에 넣고 볶으면 왜 그렇게 맛있는 파란 보리밥이었는지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꿀맛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비싼 보리밥이 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그 때의 그 맛을 잊지 못해서 열무김치에 고추장을 넣어 비벼 먹지만 그 때의 그 맛과는 비교할 수 없는 맛입니다. 그런데 그 보리밥도 정말 마음 놓고 먹을 수 없던 가난했던 시절에 보리를 갈아서 보리죽으로 동생들과 나누어 먹은 적이 많이 있었습니다. 보리를 맷돌에 갈아서 보리죽을 끓이면 정말 먹기 힘든 양식이었습니다. 그나마 많지 않아서 배를 곯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래도 보리죽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의 양식이었습니다. 조금 여유가 생기면서 보리로 쑥이나 수리치를 넣어서 개떡을 찌면 아주 맛이 좋은 떡이 됩니다. 까만 개떡을 먹으면서 감사하고 감사해 하던 그 시절이 많이 그립습니다.

   한하운의 시 ‘보리피리’가 많은 것을 품고 있습니다.


보리피리 


보리피리 불며  봄 언덕   고향 그리워  피--ㄹ닐니리.

보리피리 불며  꽃 청산   어린 때 그리워  피-- ㄹ닐리리.

보리피리 불며  인 의 거리  인간사 그리워  피-- ㄹ닐리리.

보리피리 불며  방랑의 기산하  눈물의 언덕을 지나  피-- ㄹ닐니리.


   가난과 고향과 병으로 고단하게 눈물로 살았던 사람들의 입맛이 많이 고급이 되었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골고루 맛보면서 감사할 줄 모르고, 배가 부르고, 살이 찐다고 걱정을 하고,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어서 뱃살이 두꺼워지고, 콜레스테롤이 높다고 걱정을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배고프지 않아서 배고픈 사람을 가볍게 생각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함부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며칠 전 뉴스에서 가난해서 "살기 힘들어 죽을 생각까지 했는데 세상은 아직 따뜻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라는 제하의 아기 엄마의 이야기가 화제가 되었습니다. 고 모(여 43세)씨는 병에 시달리는 남편을 시댁에 맡긴 뒤 식당 일을 하면서 혼자 아기를 키워 왔으나 무릎 통증으로 일을 그만둔 뒤 생활이 어려워지자 지난 3월 27일 우유와 기저귀, 과자, 요구르트, 아기용품 등 3만2천원어치 물건을 훔쳤다가 불구속 입건되었답니다. 그러자 많은 사람들이 온정을 베풀어 그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보리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장정만도 5천명을 배불리 먹이시는 주님의 사랑을 기술하고 있습니다. 정말 맛이 없으며 뻣뻣하고 까칠까칠한 보리 빵으로 세상에서 가장 맛있고 먹기 좋은 빵으로 바꿔주시는 주님의 사랑을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옵니다. 가난과 배고픔과 소외감으로 가득 찬 사람들에게 사랑으로 풍요롭게 해 주시는 주님의 그 사랑을 가슴 깊이 간직합니다. 가진 것을 나누시는 주님의 사랑 안에 그저 감읍할 뿐입니다. 한 조각도 소중한 사랑이 가득 찬 것입니다. 어린이의 보리빵 다섯 개가 밑천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내가 나눌 수 있는 밑천은 무엇인가 생각해보면, 정말 암담할 뿐입니다. 천진난만한 어린 아이가 주님께 드리는 양식입니다. 주님은 당신의 입에 넣으시지 않으시고 나누어 주십니다. 천진한 아린아이의 나눔이 모든 사람들을 배불리 먹고 남게 할 만큼 충분해집니다. 어린아이의 사랑을 흉내 내지도 못하는 이기적인 나의 삶을 반성한답니다. 나는 아직도 먼 이웃일 뿐입니다. 움켜쥐고 있는 저의 손을 불쌍히 여기소서. 자비의 하느님 아버지..

 

                        

                                ~이 창순 야고보 선생님의 묵상글 ~    

                          


 

                          -순교자와 함께하는 하루-

 

자신과 함께 체포되어 옥중에 있는 아내에게 “우리는 같은 날 죽기로

 언약을 했었는데 그렇게 되질 않으니, 적어도 같은 일을 위하여

죽도록 하자”는 말을 전하였다.

             - 성 남이관 세바스띠아노(103위 성인전)에서

 


출처 : 사랑이 머무는 자리
글쓴이 : 요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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