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오늘의 말씀

[스크랩] 2008년 4월 3일 부활 제 2주간 목요일

도구 Ludovicus 2008. 4. 2. 22:54

 

 

 

                   

                       2008년 4월 3일 부활 제 2주간 목요일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 3,31-36


31 위에서 오시는 분은 모든 것 위에 계신다. 땅에서 난 사람은 땅에 속하고 땅에 속한 것을 말하는데, 하늘에서 오시는 분은 모든 것 위에 계신다. 32 그분께서는 친히 보고 들으신 것을 증언하신다. 그러나 아무도 그분의 증언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33 그분의 증언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하느님께서 참되심을 확증한 것이다.

34 하느님께서 보내신 분께서는 하느님의 말씀을 하신다. 하느님께서 한량없이 성령을 주시기 때문이다. 35 아버지께서는 아드님을 사랑하시고 모든 것을 그분 손에 내주셨다. 36 아드님을 믿는 이는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 그러나 아드님께 순종하지 않는 자는 생명을 보지 못할 뿐만 아니라, 하느님의 진노가 그 사람 위에 머무르게 된다.

 

 

      나는 어머니를 따라서 프란치스코 재속 삼회 회원이 되었습니다. 벌써 프란치스칸이 된지 20여년이 지났습니다. 성인의 영성을 닮고 싶어서 삼회 회원이 되었으나 정말로 프란치스코 사부의 영성을 도저히 따라갈 수도 없고, 흉내 낼 수도 없이 깊고 맑고 순수하고 겸손하다는 것을 느끼고 엉터리로 삼회원이 된 것을 부끄럽게 여겨지기도 합니다. 프란치스코에게 완전히 감복되어 사람들에게 설교와 행동으로 역사상 가장 빨리 시성되신 성 안토니오의 전기를 보면서 아주 큰 감동을 받았었습니다.

 

파도바의 안토니오 성인은 13세기 초에 활동한 설교가이며 가난의 삶을 실천하신 분입니다. 선교사가 되기를 열망한 그는 프란치스코 수도회에 입회한 뒤로 이단자의 개종과 냉담자의 회두를 위하여 평생을 바쳤습니다. 성인은 중부 이탈리아의 작은 도시 파도바에 살면서 고해성사와 설교로 많은 이들을 영적 세계로 인도하였으며 고리대금업자들을 회두시킨 일화는 아주 유명합니다. 평소 병약했던 성인은  36세의 젊은 나이로 선종하였고 선종한지 11개월 만에 성인품에 오른 분입니다.

 

  성 프란치스코는 학자로 유명한 안토니오를 처음 만나서 ‘지식의 유혹에 빠지지 말 것’을 당부합니다. 그리고 지식으로 설교할 것이 아니라 하느님과 함께하고자 하는 열망으로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살 것을 말씀하십니다. 그래서 그는 겸손과 가난과 사랑의 열정으로 살 것을 결심합니다. 아는 것에 대하여 교만한 생각을 가질 것을 경계하며 스스로 교만한 생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채찍으로 자신을 수련합니다. 안토니오는 사부의 가르침을 겸손하게 받아들여 자신의 철학과 신학의 해박한 지식과 성경에 대한 깊은 연구를 단순화하고 겸손과 가난으로 짧은 일생을 거룩한 사제로서, 가난한 수도자로서, 사람들을 사랑한 증거자로서 사신 분입니다.

 

   며칠 전 평화방송에서 ‘파도바의 성 안토니오’ 전기를 영화로 만들어서 보여 주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겸손하고 가난하게 살지 못한 자신이 무척 부끄러웠습니다. 신학도 철학도 성서학도 공부한 적이 없는 내가 복음을 묵상한다고 한 것도 부끄러웠고, 묵상한 것을 겁도 없이 글로 옮긴 것도 부끄러웠습니다. 실천으로 살지도 못하고 내 치부(恥部)를 낱낱이 드러낸 것도 부끄러웠습니다. 나는 그렇게 살지도 못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살아야 한다고 말한 것도 부끄러웠고, 이 엄청난 교만에서 벗어날 작은 구멍이라도 찾고 싶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위에서 오시는 분은 모든 것 위에 계신다. 땅에서 난 사람은 땅에 속하고 땅에 속한 것을 말하는데, 하늘에서 오시는 분은 모든 것 위에 계신다.”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나 아무도 그 분의 증언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하십니다. 내 지식과 내 의견과 내 학식으로 교만해져서 주님의 말씀을 믿을 수 없는 것입니다. 내 교만과 오만이 하늘을 찌를 듯 커져서 주님을 묵살하기 때문인 것입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이 환난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입니다. 식자우환(識字憂患)이라는 말이 다시없는 명언입니다. 이제는 철이 들어 겸손해지고, 고개를 숙이고, 입단속을 하고, 떠들지 말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갑니다.

 

   신앙은 정말 단순해지고 겸손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자랑하고, 여러 가지의 것으로 나는 점점 복잡해지고, 서로 비교하고, 다른 사람보다 이 정도면 잘 산다고 자부하고, 자존심과 허영으로 지식에의 유혹에 빠져 생각과 말과 행동에서 매일 주님을 배반하고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단순해지고 겸손해져서 주님의 말씀을 의심 없이 믿고 따라서 영원한 생명을 얻도록 노력해야 하겠다고 매일 다짐하지만 그 결심이 하루도 가지 못하고 무너지고, 다시 악마의 유혹에 빠져듭니다. 그래서 아직도 나는 엄청난 부자일 뿐입니다. 뉘우치고 회개할 줄 모르는 교만한 부자일 뿐입니다.


  한 떠돌이가 어느 부자의 사무실에 들어와서 동냥을 청하고 서 있었다. 그 부자는 벨을 울려 비서를 불러서 말했다.

“여기 이 가엾고 불행한 사람이 보이나? 잘 보게나, 발가락은 구두 밖으로 불거져 나왔고, 바지는 단이 헤져 너덜거리고, 코트는 누더기가 다 됐군. 며칠 동안 면도 한 번도, 목욕 한 번도, 그럴듯한 식사 한 번도 못한 게 틀림없어. 이런 비참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몹시 슬퍼진다고. 그러니 당장 내 눈앞에서 데리고 나가게!”


  팔다리가 잘리고 반씩만 남은 한 남자가 길가에서 구걸을 하고 있었다.

  처음에 그를 보았을 때 나는 양심의 가책을 받아서 그에게 적선을 했다.

  두 번째는 조금 덜 주었다.

  세 번째는 공공장소에서 구걸을 하며 남에게 폐를 끼치고 있기에

  그를 경찰한테 무정하게 넘겨주었다.

          앤소니 드 멜로 / 개구리의 기도 (제1권)

 

                        

                                ~이 창순 야고보 선생님의 묵상글 ~    

                          


 

                          -순교자와 함께하는 하루-

 

언제 어느 곳에서나 천주와 결합하여 종교에 대한 말씀만을 하시고,

그러한 말씀은 모든이들에게 천주께 대한 사랑과 사제에 대한 감탄의

정을 넣어 주었으며, 또한 그분의 열정은 이웃에 대한 박애심과도

결합되어 있었습니다.

               - 최경환 프란치스코 (103위 성인전)에서

 


  


출처 : 사랑이 머무는 자리
글쓴이 : 요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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