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오늘의 말씀

[스크랩] 2008년 4월 2일 부활 제2주간 수요일 묵상

도구 Ludovicus 2008. 4. 2. 09:59

 

 

 

                   

                    2008년 4월 2일 부활 제2주간 수요일 묵상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 3,16-21


16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 17 하느님께서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심판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아들을 통하여 구원을 받게 하시려는 것이다. 18 아들을 믿는 사람은 심판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믿지 않는 자는 이미 심판을 받았다. 하느님의 외아들의 이름을 믿지 않았기 때문이다.

19 그 심판은 이러하다. 빛이 이 세상에 왔지만, 사람들은 빛보다 어둠을 더 사랑하였다. 그들이 하는 일이 악하였기 때문이다. 20 악을 저지르는 자는 누구나 빛을 미워하고 빛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자기가 한 일이 드러나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21 그러나 진리를 실천하는 이는 빛으로 나아간다. 자기가 한 일이 하느님 안에서 이루어졌음을 드러내려는 것이다.

 

 

 

 

      봄이 되면서 봄바람이 품으로 파고들어서 감기가 떠나질 않습니다. 본래 호흡기가 약한 사람이라서 감기를 달고 다니는 것 같기도 하고, 약을 많이 먹어서 감기에 대한 면역력이 떨어져서 자주 감기에 드는지 모릅니다. 약을 먹어도 쉽게 낫지를 않고 열이 오르고 기침을 하고 그 증세는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그 때마다 다릅니다. 봄이 되면 모든 만물이 얼었던 대지를 뚫고 나서느라고 무척 힘이 들것입니다. 마치 열이 많이 나고, 몸살을 같이 느끼기도 하고, 황사도 몰고 오기도 해서 눈을 뜨지도 못하고 잘 볼 수도 없나 봅니다. 찬기운도 몰고 오기도 해서 새 꽃을 시샘하기도 하는 것처럼 겨울옷을 다 버리고 싶다가도 다시 꺼내 입기도 합니다. 새롭게 무슨 일인가를 하려고 하다가도 맥을 못 추게 만들어서 기운이 떨어져서 아무 것도 못하게 합니다. 교재를 쓴다고 매일 컴퓨터 앞에 앉지만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그냥 맥을 놓고 놀아도 기운을 차릴 수가 없기도 합니다.

 

  이건 분명 봄바람이 난듯합니다. 외로움을 느끼기도 하고, 가끔 먼 산을 바라보며  봄이 오는 소리를 듣고 싶어 귀를 기울이기도 합니다. 새 꽃을 피우려고 바짝 마른 가지에 꽃 봉우리를 맺고 작은 꽃을 피우고 있는 매화나 목련을 보면서 그 자신의 역할을 성실하게 수행하려는 장엄한 역사(役事)를 느끼기도 합니다. 메마른 가지에 꽃을 피우기 위해서 나무는 얼마나 어려웠을까? 그리고 그 꽃을 피우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했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T. S. 엘리어트 (Thomas Stearns Eliot)는 그의 시 서문 <죽은 자의 매장>에서 그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혹자는 성적 욕망을 그렇게 표현했다고 하기도 하지만 다 죽은 듯 보이는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메마른 황무지에서 새 싹을 피우기가 얼마나 힘든 것인지 생각나게 하는 시(詩)입니다. 그래서 잔인한 달 4월은 죽음에서 생명을 움트게 하는 그 인고(忍苦)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갑니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잘 잊게 해주는 눈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 (球根)으로 약간의 목숨을 대어주었다


  그런데 죽은 사람을 땅에 묻었는데 그가 단단하게 굳은 무덤을 헤치고, 석관을 깨면서 다시 살아나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되돌아오는 것처럼 그렇게 살아났으면 좋겠습니다. 죽은 듯이 살았던 오랜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면서 열정을 가지고 그렇게 사랑의 꽃을 피웠으면 좋겠습니다.

 

  추사 김정희 선생님은 추사체로 세계에서 드문 명필입니다. 그는 벼루 100개를 갈아서 구멍 내고, 붓 천 자루를 다 닳도록 글씨를 쓰며 서도를 익혔다고 스스로 자신의 노력을 밝힌 분입니다. 제주도에서 유배생활을 하면서 말년에 깨달은 인생의 참 의미를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대팽두부과강채 고회부처아녀손’(大烹豆腐瓜薑菜 高會夫妻兒女孫)라는 말입니다. <두부 오이 생강 채소를 넣고 보글보글 찌개를 끓이면서 아들, 손자, 며느리가 다 한자리에 둘러앉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임’이다.>라고 그의 마음을 정리했습니다. 이제 부부가 나란히 앉고, 아들 내외와 손자 손녀가 한 자리에 앉아 두부와 냉이랑 쑥을 넣은 된장찌개를 가운데 놓고 활짝 웃고 있는 단란한 가정이 정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임’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서 세상에 오신 당신을 말씀하십니다. 사람들이 못질해서 피와 물을 모두 쏟고 완전히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신 당신의 소명이 무엇인지 말씀하십니다. 세상을 심판하러 오시지 않고, 당신을 믿는 모든 사람들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시기 위해서 빛이 되어 오신 당신을 말씀하십니다. 하느님 앞에서 모든 사람들이 보글보글 끓는 된장찌개를 가운데 놓고, 온 가족이  행복하게 살게 하시기 위해서 모든 사람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임’에 초대하기 위해서 이 세상에 오셨고, 마른 대지를 뚫고, 단단한 돌무덤을 무너뜨리며 부활하신 당신을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나는 ‘가장 아름다운 모임’을 만들려고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언 땅을 헤집고 움트려고 하지도 않고, 마른 대지를 뚫으려고 하지도 않은 채 멍청하게 하늘만 보고 있었답니다. 봄바람이 불어도 감기에 걸릴까 두려워 입마개를 쓰고, 황사가 밀려올까 두려워 눈을 감고, 몸살이 날까 겁이 나서 깊은 땅속으로 자꾸만 내려가고 있답니다. 이제 주님께서는 모든 어려움을 견디며, 용기를 내어 일어나라고 재촉하십니다. 진리를 실천하는 주님을 닮으라고 용기를 불러일으키십니다. 그리고 어둠에 있지 말고 빛으로 나가라고 등을 떠밀고 계십니다. “얘야! 언제까지나 그렇게 게으름을 부리고 있으려느냐? 어서 일어나렴, 용기를 내어 내 손을 잡으렴. 겁쟁이 야고보야.”

 

                        

                                ~이 창순 야고보 선생님의 묵상글 ~    

                          


 

                       -순교자와 함께하는 하루-

 

“저는 분명히 천주교인으로서 천주를 공경하고 제 영혼을 구하고자

합니다. 제 결심은 단단하여 죽어야만 한다면 죽겠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제 영혼을 구하는 것이 제일입니다. 배교하면

영혼을 잃게 됩니다.”

             - 성녀 원귀임 마리아 (103위 순교 성인전)에서

 


  

출처 : 사랑이 머무는 자리
글쓴이 : 요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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