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오파트라의 수염 동물의 세계는 참으로 신기합니다. 하느님의 섭리가 그렇게 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놀래미’라는 물고기는 알에서 부화할 때 전부 암컷이라고 합니다. 다만 무리의 지도자인 수컷이 존재하는 한 모두 암컷으로 성장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 무리의 지도자인 수컷이 사라지면 암컷 중에 가장 큰 것이 서서히 지도자로 급부상하면서 수컷으로 변신한다고 합니다. 본래의 붉은 색 무늬가 검은색 무늬로 바뀌고, 성질은 더욱 난폭해지고, 몸집은 암컷으로 있을 때의 삼분의 일 정도가 커지며, 정자를 뿜어내는 수컷으로 변신한다고 합니다. 그 변신이 단 8일 안에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그리고 모든 암컷들은 며칠 전까지 같은 암컷으로 살았지만 수컷으로 변신한 지도자를 두려움과 권위에 무조건 복종하고, 그 지시에 따르며 지성으로 수컷을 위한답니다. 그러나 그에 복종하지 않을 때에는 가차 없이 처단하는 물고기로 변한답니다.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파라오를 신격화했다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파라오들은 불사불멸의 신격 위치를 고수하거나 사후 세계에서 심판을 잘 받기 위해서 피라미드를 짓고, 그 안의 석관에 안치되기를 바랐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파라오의 후손 파라오들은 선대 파라오들을 지극 정성으로 모셨던 것 같습니다. 파라오는 모든 백성들에게 신으로서 존경을 받고 권위로서 통치하기 위해서 위엄을 유지해야 했습니다. 그 위엄의 상징이 수염이었습니다. 그래서 수염을 길러야 했다고 합니다. 파라오들이 수염이 없거나 길러도 권위가 드러나지 않으면 위엄과 권위를 나타내는 가짜 수염을 많이 만들어 달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알고 있는 클레오파트라도 여자이면서도 위엄을 드러내기 위해서 가짜 수염을 달거나 남장을 했다고 합니다. 그녀는 남편인 투트모세가 죽자, 어린 아들을 대신해 정치를 했는데, 많은 토목공사를 하고 해외에 많은 인원을 보내어 물자를 교류하게 했다고 합니다. 그녀는 이집트인들이 여자파라오를 얼마나 끔찍하게 여기는지 잘 알고 있었음으로 언제나 남자 옷에 가짜수염을 달고 다녔다고 합니다. 미모로 로마의 황제를 둘이나 유혹하고 모든 영화에서 굉장한 미인으로 묘사되는 클레오파트라가 수염을 달았다고 하는 것은 그만큼 성적 열등감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것이라고 사람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하트셉수트는 자신의 뒤를 이을 파라오들이 자신을 역사의 오점으로 생각해 자신에 관한 모든 기록을 지울 것을 두려워 한 나머지 자신이 지은 모든 건축물과 신전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게 하기도 했답니다. 인간이나 동물들은 자신을 드러내고 과시하기 위해서 어떤 때는 위엄을 갖추기도 하고, 사랑을 받기 위해서 독특한 냄새를 피우기도 하고, 힘을 과시하기도 하고, 변장을 하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두려움을 느끼고, 상대방에게 자신은 상대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큰소리를 치기도 합니다.
그러나 자신의 내면을 이기기 위한 것에 느끼는 두려움은 절대로 이기거나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극기(克己)는 자신을 이기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세워놓은 어떤 기준이나 욕망이나 행복이나 자존심에 자신이 두려움을 느낍니다. 이 두려움은 나이가 들면서 점점 커집니다. 그것은 과거의 상처 때문에 다시는 그러한 상처를 받지 않으려고 하는 방어벽에서 두려움이 생길 수도 있고, 앞으로 다가올 그 상처와 같은 일 때문에 걱정해서 두려움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자신을 이길 수 있다고 큰소리치던 젊음과 멀어지면서 점차로 두려움이 커집니다. 내가 가장 이기기 힘든 존재도 나 자신이며, 내가 가장 두려움을 느끼는 것도 나 자신입니다. 정말 내가 나를 이긴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모든 것에서 초월해서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에서 이제는 점점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갑니다. 세상의 모든 유혹을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젊은 시절에서 이제는 유혹을 이길 수 없다는 생각으로 두려움을 갖습니다.
이 두려움이 나를 점점 자신이 없는 사람으로 만들어 갑니다. 매사에 자신이 없고, 정말 두려움을 느낍니다. 과감한 행동이나 모험심은 점차 꼬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놀래미의 수컷이 되지 못하고 망설이고, 과감한 변신을 못하며, 새로운 일에 자신을 투자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두려움에 파묻혀 모든 일에서 실의를 느끼고 자신에 대하여 실망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이제 천국에 가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도, 지옥의 두려움도 같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믿음이 깊어지지 못하고, 불신이 커지고 있습니다. 클레오파트라처럼 가짜 수염이라도 달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가짜 수염이 위선이며, 허세며, 자존심이라는 것을 더 깨닫고 느낍니다. 뿐만 아니라 가짜 수염을 달만한 용기도 없어집니다. 모든 것을 내 맡길 자신이 없습니다. 그래서 무척 괴로워하면서도 전혀 그렇지 않은 듯이 자랑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내 안에 도사리고 있는 악마 때문에 ‘구더기가 무서워 장도 담그지 못하는 졸장부’가 되어 있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물위를 걸어 찾아오시며,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라고 말씀하십니다. 당신은 언제나 힘과 권력이나 무서움으로 제자들이나 사람들에게 군림하려고 하지 않으시고, 오직 겸손한 마음으로, 하느님의 권능으로 그 두려움에서 해방되기를 원하시는 것입니다. 그리고 정말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당신께서 언제나 곁에 계시니 조금도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씀하십니다. 이제는 죽음을 이기고 하느님의 권능으로 부활하셨으니 의심 없이 믿고 확신에 가득 찬 희망의 삶을 살도록 말씀하십니다. 이제는 사람들에게 믿음을 아무리 가르쳐 주어도 믿지 않고 있으니 그냥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없애고 당신께서 찾아오실 때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씀하십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너희의 인자한 주이다.”
~이 창순 야고보 선생님의 묵상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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