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오늘의 말씀

[스크랩] 2008년 3월 29일 부활 8부 축제 토요일

도구 Ludovicus 2008. 3. 28. 20:51

 

 

                  

                     2008년 3월 29일 부활 8부 축제 토요일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 16,9-15


9 예수님께서는 주간 첫날 새벽에 부활하신 뒤, 마리아 막달레나에게 처음으로 나타나셨다. 그는 예수님께서 일곱 마귀를 쫓아 주신 여자였다.

10 그 여자는 예수님과 함께 지냈던 이들이 슬퍼하며 울고 있는 곳으로 가서, 그들에게 이 소식을 전하였다.

11 그러나 그들은 예수님께서 살아 계시며 그 여자에게 나타나셨다는 말을 듣고도 믿지 않았다.

12 그 뒤 그들 가운데 두 사람이 걸어서 시골로 가고 있을 때, 예수님께서 다른 모습으로 그들에게 나타나셨다.

13 그래서 그들이 돌아가 다른 제자들에게 알렸지만 제자들은 그들의 말도 믿지 않았다.

14 마침내, 열한 제자가 식탁에 앉아 있을 때에 예수님께서 나타나셨다. 그리고 그들의 불신과 완고한 마음을 꾸짖으셨다. 되살아난 당신을 본 이들의 말을 그들이 믿지 않았기 때문이다.

15 예수님께서는 이어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단단한 껍질


  정월 대 보름에는 부럼을 깬다고 견과(堅果)를 깹니다. 부럼이란 음력 정월 보름날 밤에 까먹는 잣 ·날밤 ·호두 ·은행 ·땅콩 따위의 단단한 과일을 말합니다. 대개 자기 나이 수대로 깨문다고 합니다. 여러 번 깨물지 말고 한 번에 깨무는 것이 좋다고 하여 한번 깨문 것은 껍질을 벗겨 먹거나 첫 번째 것은 마당에 버리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과실을 깨물면서 1년 동안 무사태평하고 만사가 뜻대로 되며 부스럼이 나지 말라고 기원합니다. 이렇게 부럼을 깨물면서 기원하면, 1년 동안 부스럼이 나지 않으며, 이가 단단해진다고 하는 속설이 있어서 부럼을 준비합니다. 이로 잘못 깨트리다가는 큰 사고가 생깁니다. 더구나 잣이나 호두, 은행 등은 정말 단단해서 이가 부러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망치를 들고 깨서 먹기도 하지만 망치로 손을 때리는 경우가 많아서 아주 조심하지 않으면 깨지도 못합니다.

 

   그런데 부럼을 깰 때 나이 수대로 깨물어야 하기 때문에 나이가 들면 들수록 점점 단단해지는 고집은 도저히 막을 수 없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젊어서 화가 나거나 속상한 일이 있어도 잘 풀어지는데 나이가 들면 그게 잘 안 풀어지는 것은 부럼과 같은 이치인가 봅니다. 여러 번 애써서 손등이나 손가락을 깨트리면서 깨쳐야 겨우 속내를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나이가 들면 호두를 많이 먹어야 치매가 걸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호두를 깨기가 어려운 것처럼 치매도 되돌리기 어렵고, 나이 든 사람의 고집도 깨기 어려워서 그랬나 봅니다. 호두를 깨면서 호두 알갱이가 꼭 뇌와 같이 생겨서 그런 것인가 생각할 때가 많이 있습니다. 모든 것은 생긴 모습대로 살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들어갑니다.

 

   요즘은 건망증이 아주 심해서 잘 잊어버립니다. 그래서 내 집 주소도 잘 잊고, 전화번호도 잘 잊습니다. 그런데 전에 공부한 것이 생각날 리 만무합니다. 그래서 언제나 옥편도 보고, 사전도 찾아보고, 이리저리 알아도 보고, 책을 다시 찾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금방 또 잊기 때문입니다. 동물의 세계나 자연의 오묘한 모습을 보면서 나도 그 순리에 따르는 삶이 아닌가 생각하기도 합니다. 금년에는 부럼을 깨지도 않았으니 아마도 1년 내내 호두 껍데기 같이 단단하고 벗겨지지 않고, 깰 수 없는 고집으로 살면 어쩔 것인가 걱정도 된답니다. 

 

   논어의 술이 편에 ‘자불어괴력난신’(子不語怪力亂神)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공자께서는 괴이한 일, 힘으로 하는 일, 어지러운 일, 귀신에 관한 얕은 말씀은 하시지 않으셨다.>라는 말입니다. 괴이한 일을 주장하거나 말도 안 되는 요행이나 기적을 바라는 것이 나의 생활은 아닌지 반성한답니다. 복권을 사려고 하거나 복권이 당첨되면 어떻게 할 것인지 계획을 세우는 일부터 하기 시작합니다. 노력하여 공부하지도 않고 요행으로 좋은 대학에 합격하려고 하는 학생들이나, 열심히 선교하지 않고, 교회가 가득차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주변에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안 되는 일을 억지로 밀어붙이거나 무조건 힘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정치가들이나 우격다짐으로 틀에 맞추려는 사람들이 또한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권력이나 돈의 힘을 빌려 모든 일을 해결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순리는 완전히 무시당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일하려는 사람은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사람들을 당혹하게 하고, 힘들에 하는 것은 순서도 없고, 질서도 없고, 정리정돈도 되지 않은 고집으로 혼란스럽게 하는 것입니다. 요즘의 내가 바로 그런 모습입니다. 도대체 정리된 것이 아무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매일 머리 속은 텅 비어있는 것 같고, 정리되지 아니한 상태로 그날그날의 일에 매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대피정을 가든지 진공소제기로 내 마음이나 머리 속을 완전히 청소하고 비워내야 이 완고한 모든 사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야 내가 순수해져서 하느님의 말씀도 선포하고, 정리정돈 된 상태에서 바르게 세상을 보고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제자들의 완고함을 꾸짖으십니다. 그리고 아직도 버리지 못하는 유령이나 귀신타령을 하고, 괴이하게 생각하고 믿음을 갖지 못하는 것을 나무라십니다. 자신들의 일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언제나 중요한 고비에서 방향을 잘못 잡고 있으며 잘못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자들은 혼란에 가득차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자들의 말도 믿지 못하고, 부활하시어 식탁에 앉으신 예수님도 믿지 못하는 것입니다. 지금 사람들은 혼란스러울 뿐입니다. 그냥 아무 것도 하기 싫은 것이고, 세상이 두려울 뿐입니다. 먹고 살 일이 걱정되기도 하고, 세상에 복음을 선포할 일에 대하여는 엄두도 내지 못합니다. 예수님은 그들에게 복음 선포의 사명을 주십니다. 바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나에게도 말입니다.

 

                        

                                ~이 창순 야고보 선생님의 묵상글 ~    

                          


                                       -순교자와 함께하는 하루-

 

“며칠 더 살아보려고 영원한 죽음을 당하는 위험을 무릅쓴단 말이오.

나보고 배교하라고 권하기는 커녕 끝까지 함구하라고 격려햐야 되지

않겠소. 당신들이야말로 어서 천주께 회두(回頭)하시오. 그리고 나의

행복을 부러워하시오.”    - 성녀 박아기 안나 (103위 성인전)에서

 



 

출처 : 사랑이 머무는 자리
글쓴이 : 요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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