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에게서 효자 난다.’ 요즘 부쩍 효도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합니다. 효도에 대한 생각이 머물 때마다 가슴이 아파옵니다. 나처럼 불효자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러면서도 나의 이 불효가 내 잘못이 아니라 내 환경이 그렇게 만들었다고 나를 은근히 부추기고 있는 것입니다. 나도 다른 사람처럼 유산을 많이 상속 받았다든지, 부모가 나에게 아무런 부담이나 짐이 없이 잘 살게 만들어 주었다면 나는 절대로 불효자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내가 대접받지 못하고 살았으니, 당연히 불효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자식이 부모에 대하여 효성을 다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또한 효자가 된다는 것도 무작정 노력한다고 될 일도 아닙니다. ‘효자에게서 효자 난다.’는 말처럼 효성은 부모에게서 물려받고 배웁니다. 자식이 불효자이고, 부모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은 자식에게도 문제가 있지만 그 부모에게도 많은 책임이 있을 것입니다. 부모가 예로써 그 부모에게 하지 않았다면, 그 부모에게 공손하지 않았다면, 효성으로 지극정성을 다하지 않았다면 어찌 자식에게 효성을 바랄 수 있겠습니까?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효성을 기대하기도 않고, 자식들의 보답을 바라지도 않는다.’고 말하지만,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고 살 것입니다.
자식들의 덕을 보겠다는 욕심도 조금은 살아 있을 수 있습니다.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다는 것은 입에 발린 거짓말일 수도 있습니다. 부모가 모든 것을 다 희생해서 자식을 키우면서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다는 것은 일종의 위장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무슨 덕을 보려고 내가 이 고생을 하는지 모르겠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 말이 잘못된 말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부모는 부모의 도리를 다하고, 자식들에게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다고 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것입니다.
또 경제적이나 물질적으로 노후에 자식들의 도움을 전혀 바라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상속은 많이 내려주지 못할지언정 부담은 되지 않겠다고 노후대책을 세우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면서 부모들의 그 지긋지긋한 가난을 물려주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다하는 것도 우리들의 모습입니다. 그래서 효성의 본질이 경제적인 문제만 가지고 효자와 불효자를 가름하는 것도 정말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정신적이고, 종교적인 차원의 상속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 부모의 그러한 태도도 문제가 될 것입니다. 아이들을 과외 공부시키느라고 죽을 만큼 고생하는 부모들의 한결 같은 바람이 명문대학을 가고, 취직이 잘되어서 아이들이 돈을 잘 벌어서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효성의 근본은 ‘부모의 마음을 거스르지 않는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논어에 효성에 대한 대목이 있습니다. ‘맹의자 문효, 자왈 : 무위 번지어 자고지왈 ; 맹손문효어아, 아대왈, 무위 번지왈; 하위야? 자왈 ; 생사지이례, 사장지이례, 제지이례’[孟懿子 問孝, 子曰 : 無違, 樊遲御 子告之曰 ; 孟孫問孝於我, 我對曰, 無違, 樊遲曰; 何謂也? 子曰; 生事之以禮, 死葬之以禮, 祭之以禮]라는 말입니다. <맹의자가 효도에 관하여 질문하자 공자께서는 ‘어기지 않는 것’이라 대답하셨다. 번지가 수레를 몰고 있었는데 공자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맹손이 나에게 효도에 관하여 묻기에 내가 ‘어기지 않는 것’이라 대답하였네.” 번지가 여쭈었다. “무슨 뜻입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부모가 살아계실 적에는 예로써 섬기고, 돌아가시면 예로써 장사지내고, 예로써 제사를 모셔야 한다는 것이다.”>라는 것입니다.
공자는 그 모든 것을 예(禮)에 두고 있으나 그 근본은 ‘어기지 않는 것’이라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어기지 않는’ 효자의 모범을 보이십니다. 하느님의 뜻을 한 순간도, 한 번도 어기지 않는 효자는 예수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나는 매 순간 부모의 뜻을 어기고, 나아가 하느님의 뜻을 어기며, 내 마음이 가는대로 내 뜻에 의해서 살아왔습니다. 그러하니 내가 어찌 효자가 될 수 있으며 내게서 효자가 나오겠습니까? 주님께 간구합니다. 이 불효자를 용서하소서.
~ 이창순 야고보 선생님의 묵상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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