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어지교(水魚之交) 나는 날 때부터 선천적으로 혈관이 가늘고, 혈관 벽이 두꺼워 본태성으로 혈압이 높은 사람입니다. 40대부터 혈압이 급격히 높아져서 아침저녁으로 약을 먹지 않으면 정상적인 생활을 못할 형편이 되자 모든 것이 조심스러워지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혈압에 대하여 좋다는 것은 다 추천해 줍니다. 음식을 가려 먹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기름진 음식보다는 담백한 음식을 먹어야 한다고도 했고, 고기보다는 생선을, 짜지 않고 싱겁게, 양파를 많이 먹고, 파를 많이 먹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차도 감잎차가 좋고, 커피나 홍차처럼 카페인이 없는 것으로 마시고, 피를 맑게 하는 데는 다시마나 미역이 최고로 좋다고 했습니다. 뽕잎도 좋다고 했고, 탄산음료는 좋지 않다고도 하고, 무슨 단방약이 그렇게 많은지 정말 셀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아내는 그런 것을 젊어서는 많이도 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피를 맑게 하려면 물이 최고라고 하였습니다. 약을 먹은 뒤로 혈압은 많이 좋아졌습니다. 어떤 때는 음식에 더 많이 신경 쓰고 사느라고 맛있는 것을 먹지도 못하고 살았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음식을 가리지 않고 잘도 먹고, 물은 정말 많이 마십니다. 그래서 유난히 화장실을 자주 갑니다.
그래서 신장에는 많은 무리가 오는지 모른다고 걱정하면, 의사는 물은 많이 마셔도 좋다고 합니다. 생수나 보리차와 같은 물을 계속해서 마십니다. 이제는 물에 중독이 된 사람처럼 물에 집착하고 있습니다. 수어지교(水魚之交)란 말이 있습니다. <물과 물고기와 같이 도저히 떨어질 수 없는 사이>라는 말입니다. 고기가 물을 떠나서는 잠시도 살 수 없는 것과 같은 관계에 비유한 말입니다. 삼국지에 보면 유비가 제갈공명을 만나 물고기가 물을 만났다고 해서 생긴 말이라고도 합니다. 그래서 관우와 장비가 질투해서 공명을 보고, ‘물이 온다. 물이다.’라고 비아냥거리는 대목이 나옵니다. 어수지친(魚水之親)이라고도 하고, 부부 사이나 남녀가 매우 사랑하는 것을 어수지락(魚水之樂)이라고도 한답니다.
우리 인간은 70%가 물로 생명을 이룬다고 하니까 물이 없으면 안 되겠지요. 그래서 언제나 물을 찾습니다. 물을 항상 마셔도 목이 마릅니다. 목이 마르지 않고, 언제나 갈증을 느끼지 않는 사람도 없고, 물도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서 주님은 말씀하십니다. “그러나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사람은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내가 주는 물은 그 사람 안에서 물이 솟는 샘이 되어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할 것이다.” 그래서 생각해 봅니다. ‘내 안에 주님께서 주시는 물이 마르지 않는 샘(천-泉)이 되어 생명의 물이 솟아나고 있는가? 나는 전혀 목마르지 않은가?’
솔직하게 고백하면, 나는 아직도 목마르고, 아직도 갈증으로 애태우고 있답니다. 모든 것이 부족하고 결핍을 느끼고, 불만족스럽답니다. 영원한 생명을 찾아서 방황하고 있는 것이 솔직한 나의 고백입니다. 믿음도, 사랑도, 행복도, 건강도, 목마름도, 언제나 채워지지 않고, 그냥 주변만 맴돌 뿐이랍니다. 주님께 매달려도 나는 언제나 눈물만 나오고, 가슴은 아프고, 점점 초라하고 비참할 뿐이랍니다. 그래서 주님을 원망할 때가 더 많답니다. 열정적으로 사랑하라고 하면서도 이제는 자신감마저 없어지는 듯합니다. 주님을 만난 사마리아 여인이 부럽습니다. 그분께 물을 떠서 드리며 주님을 믿고 따르며 영원한 생명을 갖게 되어 행복해 하는 사마리아 사람들이 부럽습니다. 부러워한다는 것은 그만큼 갈망(渴望)도 크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더 복음에 매달리는지도 모릅니다. 영원한 생명보다는 주님과 어수지친(魚水之親)으로 살고 싶은 것입니다. 그렇게 되길 매일 기도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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