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노릇은 잘하고 계신가요? 어려서부터 자식노릇과 부모노릇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살았습니다. 무엇이 아버지의 임무이고, 역할이며, 해야 할 일이고, 무엇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며, 무엇을 해야 ‘좋은 아버지가 되는 것인가 하는 문제’로 고민하며 살았습니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자 나는 대식구의 장남으로 어렵게 동생들을 키우면서 일생을 살았습니다. 하나도 잘 해 준 것 없이 그렇게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아내는 내가 고생한 것의 열배, 백배는 더 어렵게 살았습니다. 내가 젊어서는 ‘아버지가 살아 계시다면, 이런 때 어떻게 했을 것인가?’ 생각하며 아버지의 노릇을 흉내 내면서 정말 악착같이 살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훌쩍 커 버린 아이들을 대하게 되었습니다. 아무 것도 해주지 못하고 다 큰 자식들을 대하면서 이제는 아버지의 노릇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 봅니다. 이제는 돈도 없고, 건강이 좋지 못해서 아버지의 역할을 잘 하지 못하면서 자신을 반성하는 것으로 매일을 지냅니다. 아내와 아이들을 보면 내가 잘못 산 것이 매일 더 크게 보입니다. 그래서 가슴이 더 아파옵니다. 유산으로 물려주거나 나누어줄 재산도 없고, 신앙의 모범도 되지 못하여서 매일 죄인으로 살고 있습니다.
언제나 욕심은 풍선을 불듯 커지고 있지만 매일 하나씩 터져 나오는 소리가 가슴을 울리고 귓전을 때립니다. 아버지의 역할과 자식의 역할을 못하고, 정말 초라한 모습으로 살고 있는 자신을 바라보면서 인생을 다시 설계하게 된다면, 정말 새롭게 설계하고 싶은 생각도 들게 됩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것입니다. 아버지가 자식을 사랑하는 것은 자연적인 것이며, 천리(天理)의 법칙입니다.
조금도 자랑할 것이 없으며, 자식에게 알아달라고 말 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냥 부족하고 못한 것만 생각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자식으로 효성을 다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백분의 일만큼 사랑하고 효성을 바친다고 하여도 무지하게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효성을 다하라는 가르침을 어려서부터 배웠지만 아버지가 되는 것은 배우지 않았습니다. 아버지가 되어서도 내가 어떻게 해야 정말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있는지 생각해보면, 지금도 모르겠는 것입니다.
그 동안 효의 개념도 많이 변했고, 자식을 사랑하는 방법도 많이 변했나 봅니다. 그리고 효성의 방법도 정말 많이 변했나 봅니다. 자식들은 자기만을 위해주고, 받들어 주기를 바라고 그렇게 성장해서 이제는 부자간의 친(親)함이나 사랑이나 섬김은 많이 없어졌습니다. 부모들이 자식을 생각하는 것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존속 살해나 폭행도 비일비재하고, 어린 자식을 죽이고, 학대하고, 구박하고, 그렇게 사는 부모들이 많아지고, 그렇게 잘못하는 자식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재산을 나누어주시는 아버지는 참으로 떳떳하고 자식을 사랑하시는 아버지입니다. 그 분이 하느님이시니까 그렇게 표현될 수 있습니다. 재산을 나누어달라고 떼를 쓰며 방탕한 생활을 하는 둘째 아들은 지금 나의 모습입니다. 그는 비싼 수업료를 내고 인생과 아들의 역할과 아버지의 사랑과 통회의 정신과 용서의 깊은 진리를 배웁니다. 나는 오늘 복음을 묵상할 때마다 아버지의 그 자애로움 뒤에 숨어있는 부성애가 더 마음에 닿는지 모릅니다.
인정과 의리로 기업경영을 하여 세계에서 최고의 경영자라고 불리는 대만의 신광그룹의 창설자 우호수 회장은 직원이 횡령하여 도주하였는데 횡령 금액은 묻지 않고 “그 사람, 아이들이 몇이 있느냐?”고 물었다고 합니다. 아이들을 많이 둔 아버지는 횡령이라도 해서 아이들을 잘 먹이고, 입히고, 좋은 교육을 시키고 싶은 것입니다. 자식들이 하나도 알아주지 않아도 원망도 하지 않고, 효도도 바라지 않는 것이 부모의 마음입니다. 그런 부모의 마음을 자식이 어떻게 알겠습니까?
‘군자유어의 소인유어이’(君子喩於義 小人喩於利)라는 말이 논어의 이인편에 있습니다. <군자는 의로움에 밝고, 소인은 이익에 밝다.>라는 말입니다. 그래서 견리사의(見利思義)나 견리망의(見利忘義)라는 말이 생겼습니다. ‘부자(富者) 되십시오.’라는 인사가 ‘견리사의’에 의한 부자이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그리고 잘못 산 것을 최소한이라도 뉘우치며 살 수 있는 자식이 되어야 한다는 소망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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