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재앙', 정부·삼성이 남긴 '2차 참상'
[미디어오늘 류정민 기자]
"지씨가 무대 위로 올라와서 안전요원이 내려가도록 하던 중 '펑'하고 소리가 났다. 올라 올 때부터 신나를 몸에 끼얹었고 농약을 마신 상황이었다." 18일 오후 충청남도 태안군 태안읍 신터미널 앞에서 열린 군민 집회에서 명화수산이라는 횟집을 운영하는 지창환씨의 분신 사건이 발생했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현장에서 연설을 하던 도중 일어난 일이었다. 현장에 함께 있었던 민주노동당 관계자는 현장 상황을 생생히 전달했다. 그는 "불이 확 나니까 사람들과 기자들이 달려들었고 소화기를 이용해 불을 끄려고 달려들었다"면서 "119를 통해 병원에 실려 갔고 천안의 큰 병원으로 이송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현장에 있던 주민들은 충격과 분노로 말을 잇지 못했다. 울음바다로 변했다. 현장에서는 삭발식이 있었고 '임을위한행진곡'을 개사한 노래가 울려 퍼졌다. 태안 기름유출 사고가 남긴 또 다른 참상을 지켜봐야 할 주민들의 마음은 절망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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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서울 명동에서 시민단체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삼성중공업이 풍랑주의보 속에서 무리하게 초대형 크레인 선단을 운항하다 기름유출 사고를 냈다고 주장하며 기름으로 오염된 지구와 환경이 죽어가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 ||
태안군민 절망과 충격에 빠뜨린 분신 사건
태안 주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현장을 찾았던 심상정 대표도 착잡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 심상정 대표의 현장 연설은 다음과 같다.
"서산태안 군민여러분 얼마나 참담하십니까. 사고가 난 지도 한달이나 넘었는데 사고를 낸 삼성은 어떤 사과도 없고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습니다. 벌써 어민이 두 분이나 돌아가셨고 갯벌과 모래로 스며든 기름 찌꺼기는 해양생태계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갯가재가 떼죽음을 당했고 고래도 8마리나 죽은 채 발견됐습니다. 바다만 바라보고 사시는 많은 어민들과 주민들의 고통이 죽어 가는 바다만큼이나 참담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서해안 유출사고는 어업과 관광업 등 사람들이 밀집돼 있는 국립공원급의 해안가를 덮친 것으로 전대미문의 사고입니다.
아직도 기름덩어리가 전남일대 제주 앞 바다에서까지 발견돼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민주노동당은 이번 사고의 원인과 책임자를 명백히 밝혀내고 주민들에게 충분한 배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특별법을 제정할 것임을 약속합니다."
심상정 "전대미문 기름유출사고, 삼성봐주기 면피수사 우려"
심상정 대표의 현장 연설 도중 분신 사건이 발생했고 연설도 중단됐다. 심상정 대표는 "지난 1월 2일 해경은 삼성과 유조선 선주 몇 명만 구속·불구속 처리하는 선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그리고 21일 서해안 기름유출사고 조사결과 발표가 예정돼 있는데, 검찰은 이번 전대미문의 기름유출사고에 대해 삼성봐주기식 면피수사로 단순과실 결론을 내릴 우려가 매우 크다"고 말할 예정이었다.
태안 기름 유출 사고는 전 국민을 충격에 몰아 넣었다. 자발적인 봉사의 물결이 전국 각지에서 이어졌다. 태안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그러나 태안 군민의 삶의 터전은 전과 같을 수가 없었다.
황폐해진 삶의 터전 속에 태안 군민들은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전 국민의 열정과 성의를 바라보며 힘을 얻기는 했지만 삶의 희망을 찾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책임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삼성이나 문제 해결의 주체가 돼야 할 정부의 역할은 기대 이하였다.
민노당 성명 "주민을 절망에 빠뜨린 삼성"
자신의 생명을 던지려는 태안 군민들이 생겨난 것도 이 때문이다. 자살과 분신 사건은 정부와 삼성이 남긴 '2차 참상'이었다. 민주노동당은 사건이 일어난 직후 성명을 내고 "바다를 죽이고 땅을 죽이고 주민을 절망에 빠뜨린 삼성은 한 달이 넘도록 책임도 인정하지 않고 사과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노동당은 "21일 검찰 수사 결과 발표가 예정돼있지만 삼성에게 면죄부를 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 또한 즉각 긴급지원금을 투입하고 주민들의 절규를 전폭 수용한 피해주민 지원과 환경복원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야 함에도 성의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은 "피해 지역주민과 어민, 자영업자들의 피해와 생계위기가 심각해지면서, 주민들의 분노와 절망이 극에 달하게 된 것"이라며 "결국 삼성과 정부와 정치권이 피해주민들을 절망에 빠뜨리고 죽음의 행렬로 인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태구 태안 군수 "억울하고 답답할 수록 이성 잃어서는 안돼"
한편 진태구 충남 태안군수는 18일 '대 군민 호소문'을 통해 "군민들의 억울하고 답답한 마음이야말로 표현할 수 없겠지만 이럴 때일수록 이성을 잃어서는 안된다"면서 "더 이상 목숨을 버리는 희생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호소했다.
진태구 군수는 "지금 온 국민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고, 국민들이 우리를 도와주고 있는 만큼 희망을 가져야 한다"면서 "생명을 버리는 일은 보상을 추진하거나 사태를 수습하는데 바람직스럽지 못하며 오늘 이후로 더 이상의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호소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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