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월 5일 대림 제1주간 수요일 독서 복음묵상
독서 이사 25, 6-10
옷에 묻은 먼지나 얼룩은 바로 그 자리에서
털어내고 세탁을 하면 쉽게 지워집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
얼룩을 지우려고 하면 쉽게 얼룩이 빠지질 않지요.
아무리 작은 얼룩이라도 시간이 지나서
세탁을 하면 깨끗하게 없어지지 않고
오래 남아서 옷의 전체적인 느낌을 흐리게 합니다.
벽 사이의 작은 틈과 조금 찢어진 노트,
조그만 구멍이 난 양말도 마찬가집니다.
처음에 얼른 메우고 테이프로 붙여놓고
구멍을 꿰메 놓으면 좋을텐데
아무것도 아닌 것이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손을 써볼 수 없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사람들과의 관계 역시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까운 사람들과 빚어진 작은 마찰이나
사소한 오해 역시 그 자리에서 털어내고 풀면
쉽게 지워지고 해결이 됩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오해가 깊어지면
처음의 관계를 회복하는데 더 많은 시간과 공이 들지요.
처음엔 작은 틈이었는데 시간인 지나
넘어서기 힘든 벽이 되면
아쉽고도 당황스러운 상태로 변해버리죠.
얼룩이 진 순간이나 옷이 헤진 것을 깨달은 순간처럼
마음이 좋은 방향으로 옮겨가려는
그 순간도 놓쳐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이사야 예언자는 하느님께서
모든 사람들의 얼굴에서 눈물을 닦아주시고
백성의 수치를 온 세상에서 치워주신다고 말했습니다.
믿는이들은 그 구원의 날에 더 이상 죄가
가져다주는 부정함과 악한 것에서 오는 고통을
당하지 않기 위해 죄를 피하고
대림시기에는 그동안 지은 죄에 대해
고해성사로 하느님과 화해하는 시간을 갖기도 합니다.
복음 마태 15, 29-37
선진국의 도시 빈민가를 가보면
굶주리는 사람도 있고 걸인도 보게 됩니다만
그들은 떠돌아다니기 좋아하는 자유로운 행려자들이 많습니다.
우리나라와는 경우가 좀 다르다는 얘기지요.
우리가 따뜻하게 방에서 지내는 시간에
가까이에 있는 누군가는 추위와 굶주림에 떨며
눈물을 흘릴 거라고 했던 어느 신문 칼럼처럼
날씨가 추워지면서 생존의 빙판길을
걷고 있는 분들을 떠올려봅니다.
나에게 평균치가 넘는 어떤 혜택이 돌아 올 때
그것은 혹시 내가 다른 동료의 몫을 훔친건 아닐까
그걸 먼저 의심해보라고 말한 사람도 있습니다.
돈에 대해서 누릴 권리보다 바르게 써야할
의무를 지녀야 한다는 어느 신문의 칼럼이 참 가슴에 와닿았는데요,
박봉에 시달리지만 연탄 한 장의 돈을 기꺼이 내놓은 누리꾼들,
할 일이 가득 밀려 있는데도
골목을 누비며 연탄을 배달하는 사람들,
또 비좁지만 연탄창고로 쓰라고 마당을 내준 세탁소 주인,
이런 마음씨들이 있는 아름다운 세상이
바로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입니다.
생물학에서 보면 이런 종류의 개미가 있다고 합니다.
길을 가다가 배가 고파보이는 동료를 만났을 때
자기가 먹은 것을 토해내서 동료를 먹이는
그런 개미가 있다고 합니다.
그건 어떤 도덕감이라기보다는
하나의 본능과 같은 거라고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육체적인 질병을 고쳐주시고
육체적인 굶주림도 채워주셨습니다.
인간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알고 계신 예수님은
모든 사람들이 영육간에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우리를 당신의 도구로 쓰고자 하십니다.
오늘도 함께 하소서
‘어제 산책길에 홍시를 하나 주웠습니다.
길가에 앉아서 한 개를 먹고 더 먹을까 하다가
“너만 입이냐”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풀섶에 놓아두고 돌아왔습니다‘
예수님
시골에 사는 어느 작가가 편지글로 엮은
‘마음 하나 굴러 간다’ 라는 책을 읽다가
자연의 소리를 들을 줄 아는 마음이
따뜻하게 다가와서 몇 줄 옮겨봤습니다.
자연의 소리를 듣고 자연에게 대답하는 행동이
참 정겹게 느껴지는 글이었습니다.
예수님
홍시 한 개를 먹고 두 개를 먹으려고 했는데
“너만 입이냐”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서
풀섶에 하나를 두고 온 마음
그 마음은 원래 우리 민족의 본성과 같은 것입니다.
지금도 농촌에 가면 농부들은 새참을 먹거나
식사를 할 때 첫숟가락을 떠서 우선 자연에게 던집니다.
하늘을 나는 새와 벌레에게 먼저 밥을 권하는 마음,
풀섶에 기어다니는 벌레에게 과일을 권하는 마음,
그것은 이 세상에 나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겸손한 마음이 깃든 그런 풍습 때문일 것입니다.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고
자연의 마음을 느낄 줄 안다는 것은
인생이 무엇인지 눈치 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예수님
인간은 혼자 힘으로 살아갈 수 없습니다.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자연의 도움 없이는
쌀 한 톨도 입에 넣을 수 없습니다.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신앙인에게
하느님께서는 가장 좋은 선물을 주실거라는 믿음과 함께
올 대림시기에는 주님께서 불쌍한 사람들을 우선으로 돌보셨듯이
“너만 입이냐” 하는 하느님의 음성도 듣게 하소서.
아멘.
- 평화방송 기쁜소식 밝은세상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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