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주간 토요일>(2010. 1. 23. 토)
<예수님이 미쳤다.>
군중이 계속 모여들어서 예수님과 제자들은 식사를 할 겨를도 없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친척들은 예수님이 미쳤다는 소문을 듣고
예수님을 붙잡으러 옵니다.
참으로 대조적인 장면입니다.
사람들은 병을 고치기 위해서 예수님을 찾아오고 있는데,
친척들은 예수님이 미쳤다고 생각하고 붙잡으러 옵니다.
예수님이 미쳤다면 제자들도 미친 것이고
병을 고치려고 모여드는 사람들도 미친 것입니다.
오늘날 예수님을 믿고 있는 우리들도 미친 것입니다.
아마도 예수님의 친척들은 예수님이 존경 받는 랍비로서
명예와 부를 얻어 누리기를 바랐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예수님이 반대쪽으로만 가니까 미친 것으로 생각했을 것입니다.
전에 신문 기자와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가 저에게 왜 신부가 되었느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그냥, 예수님이 좋아서, 사제의 삶이 좋아서, 라고 대답했습니다.
나중에 기사를 보니 사랑과 봉사 어쩌고, 라고 잘 포장되어 있었습니다.
그 기자는 제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만일에 또 그런 기회가 있다면 저는 ‘예수님께 미쳐서’ 라고 대답할 생각입니다.
제대로 좋아하려면 미치도록 좋아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친다는 것은 극한의 상황까지 간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을 사랑하고 좋아한다면 예수님께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완전한 신앙생활을 하고 완전한 성덕에 도달한 분들을 성인이라고 부르는데,
‘완전함’에 도달했다는 것은 사실 그 완전함에 미친 것입니다.
완전함에 도달하지 못한 우리는 아직 거기에 미치지 못한 것입니다.
‘미치다.’ 라는 우리말은 참으로 풍부한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 말에는 정신 이상의 뜻도 있고,
어떤 일에 푹 빠진다는 뜻도 있고,
일정한 곳에 도달했다는 뜻도 있습니다.
예수님의 친척들은 예수님을 정신 이상으로 보고 미쳤다고 했겠지만
아버지 하느님의 뜻을 이루는 일에 푹 빠져 있었다는 점에서 미쳤다고 할 수도 있고,
하느님의 뜻을 완전히 이루는 그 한계에 도달했다는 뜻에서도 미쳤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도 미쳐야 합니다.
예수님에 대한 사랑으로 미쳐 있어야 하고,
신앙인이 도달해야 할 완덕이라는 목표에도 미쳐야 합니다.
덜 미친 사람은 그 목표에 못 미치게 됩니다.
어떤 뜻으로 미치든 세상 사람들은 그런 사람을 정상이라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정상이 아니라면 비정상이라는 것인데,
세상 사람들이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것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에서
신앙생활은 비정상적인 생활입니다.
그런데 사실 그 생활은 ‘비상한’ 생활입니다.
즉 남다른 생활이라는 것입니다.
비정상에서 ‘바를 정’자 하나 빼내면 비상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바르다고 생각하는 것을 신앙인들은 버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가진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 주어라.
그리고 와서 나를 따라라.”(루카 18,22)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루카 9,23)
신앙생활은 취미생활이 아닙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가볍게 흘려들을 수 없습니다.
자기의 운명과 인생과 목숨을 모두 예수님께 맡겨야 합니다.
예수님은 미치지 않았다고 예수님 대신 변명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가 예수님과 함께 미치면 됩니다.
송영진 모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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