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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천주의성모마리아대축일(100101.금)

도구 Ludovicus 2010. 1. 1. 06:54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2010. 1. 1. 금)

 

<제1독서 : 민수기 6,22-27>

 

하느님께서 모세에게 지시하십니다.

“아론과 그의 아들들”, 즉 사제들은 백성들을 위해 복을 빌어주라는 것.

그러면 하느님께서 백성들에게 복을 내려주시겠다고 하십니다.

 

사람들을 위해 복을 빌어주는 것은 사제들의 권한이자 임무입니다.

안수기도, 강복, 축복, 축성 등...

 

그러나 사제가 아닌 사람들도 다른 사람들을 위해 복을 빌어줄 수 있습니다.

아니, 서로 복을 빌어주어야 합니다.

 

자기가 그 사람에게 복을 주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 복을 비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 복이 상대방에게도, 복을 빌어주는 자신에게도 내릴 것입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안수기도를 하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설날 세배를 받을 때 세뱃돈만 줄 것이 아니라 안수기도도 해주는 것은 어떨지...

 

<제2독서 : 갈라티아 4,4-7>

 

예수님께서 하신 일들 중에,

우리가 하느님을 “아빠,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게 해주신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예수님이 오시기 전까지는 하느님은 무서운 분, 임금님 같은 분이었지만,

이제 우리는 하느님을 아빠라고 부릅니다.

 

구약시대는 하느님을 임금님으로 섬기고

처벌을 받지 않기 위해 긴장하면서 신앙생활을 했던 시대였습니다.

 

예수님의 신약시대는 하느님의 자녀로서

긴장과 두려움이 아니라 아버지에 대한 ‘사랑’으로 하느님을 섬기는 시대입니다.

 

긴장과 두려움이 없고 사랑만 있는 상태, 그것이 평화입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참 평화를 주신 것입니다.

 

<복음 : 루카 2,16-21>

 

아기 예수가 어머니 마리아와 양아버지 요셉과 함께 편안히 누워있습니다.

그 모습이 참 평화의 모습입니다.

 

요셉은 여러 가지로 착잡한 심정이었을 것입니다.

마리아도 많이 지치고 힘들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기의 모습을 보면서 그런 것들을 모두 잊었을 것입니다.

 

비록 구유이긴 하지만, 편안하게 잠들어 있는 갓난아기의 모습,

아기 예수님은 참 평화의 주님이십니다.

 

평화란 단순히 전쟁이 멈춘 상태가 아니라,

마음에 어떤 어둠이나 무거움이 하나도 없는 편안하고 행복한 상태입니다.

 

긴장, 근심, 걱정, 두려움, 공포, 슬픔, 미움, 집착, 욕심, 갈등, ....

우리 마음을 어둡게 하고 무겁게 하는 것들을 열거한다면 끝이 없습니다.

 

그런 것들이 하나도 없는 편안한 상태,

엄마 품에서 잠든 갓난아기와도 같은 그런 편안한 상태가 바로 진짜 ‘평화’입니다.

 

6.25 전쟁이 끝나고 60년이 다 되어가지만, 우리나라에 평화가 있었습니까?

평화협정을 맺지도 못하고 늘 긴장상태에 있는 남북 관계,

그 상태를 악용해서 독재를 하는 정치인들,

그 지긋지긋한 색깔론, 안보론, 이념 논쟁...

 

“공동묘지의 평화” 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곳은 참으로 평화스러운 곳입니다. 겉으로만.

죽은 사람들만 있는 곳이니 다툼도 없고... 그냥 침묵만 있습니다.

 

능력 없는 정치인들이 공동묘지의 평화를 좋아합니다.

시민들의 입을 막고, 손과 발을 묶어놓고선 그걸 평화라고 부릅니다.

 

시위, 집회, 결사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다 죽어 있으라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건 평화가 아니라 소리 없는 전쟁입니다.

 

“시장의 평화” 라는 말이 있습니다.

시장은 사람들의 생명력이 넘치는 곳입니다.

그렇게 생명력이 넘치는 평화가 진짜 평화입니다. 물론 서로 속이는 일이 없어야 하지만.

 

가정에서도 그저 조용하기만 해서는 평화가 있다고 할 수 없습니다.

부모가 무서워서 자녀들이 꼼짝도 못하고 있다면 그것은 평화가 아니고 지옥입니다.

 

아무 두려움 없이 밤거리를 마음 놓고 다닐 수 있는 나라,

어린아이의 실종이 한 건도 없는 나라,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지 않고 다투지 않는 나라,

그런 나라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참 평화는 사랑에서 옵니다.

사랑 없이는 평화도 없습니다.

남한과 북한이, 이웃과 이웃이 서로 사랑하는 세상, 그 세상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이기적인 욕망을 사랑으로 착각하지 않고,

억울하고 손해 본다고 생각하기 전에 먼저 희생과 헌신을 실천하고,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너’를 위한 사랑만이 가득한 세상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송영진 모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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