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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연중제34주간금요일(091127.금)

도구 Ludovicus 2009. 11. 27. 07:37

<연중 제34주간 금요일>(2009. 11. 27. 금)

 

<인생>

 

옛날 옛날에,

머리가 좀 모자라는 어떤 사람이 자기 인생에 싫증을 느끼고,

새로운 인생을 살고 싶어서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는 아무 계획도 없이 집을 나가서

무작정 멀리 있는 낯선 나라를 향해서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하루 종일 걸어가다가 밤이 되어서 숲 속 나무그늘에서 잠을 자게 되었는데,

그는 모자라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자기가 걸어가던 방향을 잊어버릴까봐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신발을 벗어서

자기가 걸어가던 방향을 맞추어서 머리맡에 잘 놓아두었습니다.

 

그런 다음에야 마음이 놓여서 안심하고 잠이 들었는데,

마침 그곳을 지나가던 나무꾼의 수레에 실린 나뭇가지가 신발을 건드렸습니다.

그래서 신발의 방향을 반대방향으로 틀어놓고 가버렸습니다.

 

아침에 잠에서 깬 그 사람은 머리맡에 놓아둔 신발을 신고,

그 신발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계속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하루 종일 걸어갔는데,

밤이 될 무렵 어떤 동네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동네가 자기가 살던 동네와 똑같이 생긴 것이었습니다.

그는 정말로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동네 안으로 들어가서 여기저기 둘러보던 그 사람은

“야, 세상은 어디나 다 똑같구나.” 라고 감탄했습니다.

 

그러다가 자기 집과 똑같이 생긴 집을 발견했습니다.

호기심에 그 집으로 들어가 보니

그 집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자기 식구와 똑같이 생긴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집 식구들은 낯선 사람이 갑자기 불쑥 들어갔는데도 놀라지도 않고,

누구냐고 묻지도 않고,

마치 한 식구처럼 대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사람은 이런 모든 일들이 너무 신기하기도 하고 마음에 들어서

여행을 그만 멈추고 그곳에서 눌러 살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그는 시치미를 떼고

그 집의 가장 행세를 하면서 그냥 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그 집에서 여생을 보내게 되었는데...

 

그 사람은 죽을 때까지도 그 집이 남의 집이고,

부인도, 자녀들도 다 남의 집 식구인데

자기가 가로채서 사는 것으로만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도 그 사람은 죽는 날까지 일체 내색을 안 하고,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죽기 직전에야

“고향에 두고 온 아내와 자식들이 보고 싶고, 미안하다.”

라는 말을 한 마디 남기고 죽었다고 합니다.

(옛날에 어디선가 읽었던 옛날 이스라엘 동화입니다.)

 

우리는 흔히 인생은 나그네길이라고 말합니다.

 

어딘가에서 왔다가 어딘가로 가는 여행인데,

우리 신앙인들에게는

인생이란 하느님에게서 왔다가 하느님께로 돌아가는 여행길입니다.

 

이 여행길에서 방향을 잘못 잡고 잘못된 길로 갈 수도 있고,

방향을 잘 잡았더라도 착각 속에서 살기도 하고,

올바르게 방향을 잡고 올바르게 살수도 있습니다.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대림시기를 앞두고 있는 지금,

우리는 자신이 올바른 방향으로 올바르게 살고 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사랑만 하면서 살기에도 인생 여정이 너무 짧고 시간이 모자란데,

서로 미워하고 욕심을 부리면서

이 여행을 스스로 힘든 고행으로 만드는 것은 아닌지...

 

미움과 욕심...

그런 것들을 머리맡에 두고선

그것들이 가리키는 방향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착각하면서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송영진 모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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