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7주간 수요일>(2009. 10. 7. 수)(묵주기도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
<기도>
10월 7일의 복음 말씀에서,
제자들이 예수님께 기도를 가르쳐 달라고 했을 때 예수님은 기도 중이셨습니다.
하느님이시며, 하느님의 아들이신 예수님께서 과연 무슨 기도를 바쳤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체포되기 직전에 바쳤던 기도 외에는 성경에 예수님의 기도 내용이 별로 안 나오지만,
예수님께서는 자주 기도를 하셨습니다.
아마도 아버지 하느님과 깊은 대화를 하셨을 것입니다.
옆에서 보는 제자들에게는 그냥 예수님이 기도하는 것으로만 보였겠지만,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그 이상으로 깊은 대화가 오고 갔을 것으로 짐작합니다.
예수님의 그런 기도 모습을 보고 제자들이 기도 방법을 묻고 있습니다.
제자들은 어떤 기도를 해야 하느냐고 물은 것이 아니라,
어떻게 기도해야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하느님과의 대화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은 것입니다.
그 질문을 받고 예수님께서 가르쳐 주신 기도가 주님의 기도입니다.
주님의 기도를 보면,
전반부는 하느님께 드리는 찬미, 찬양이고 후반부는 청원입니다.
그런데 이 기도를 하느님과 나누는 대화로 본다면,
전반부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것이고,
후반부는 우리가 하느님께 바라는 것, 또는 하느님께 드리는 우리의 응답입니다.
하느님은 이 세상이 당신의 나라가 되기를 바라시고,
당신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바라시고,
우리는 하느님께 일용할 양식을 청하고,
죄를 용서해 주시기를 청하고, 구원받기를 청합니다.
기도란 하느님과 나누는 대화입니다.
대화란 자기가 필요한 것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말도 듣는 것입니다.
자녀들이 부모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부모의 말도 들어야 하고,
부모가 자기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알아야 하고,
그래서 부모에게 해드릴 것을 다한 다음에 청을 드리는 것이 순서입니다.
무턱대고 부모에게 뭔가를 달라고 하기만 하면 어느 부모라도 달갑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하느님께 기도를 할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만 말씀 드릴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것이 무엇인지도 생각해야 하는 것입니다.
10월 7일의 독서 말씀을 보면,
요나 예언자가 하느님과 주고받는 대화 모습이 나옵니다.
그 대화 내용을 보면,
요나는 하느님께 짜증내고 투덜거리고,
하느님은 그 불평을 다 받아주시면서 타이르고 달래고 가르치십니다.
내용이 어찌 되었든, 요나는 아주 친근하게 하느님과 대화를 주고받고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기도입니다.
요나 예언자는 기도를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기도 중에 가장 좋은 기도는 묵상 기도입니다.
좋은 기도란,
그냥 입으로 줄줄 외우는 기도가 아니라,
온갖 미사여구를 줄줄이 늘어놓는 기도가 아니라,
청원의 기도만 숨이 차도록 반복하는 기도가 아니라,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일방적으로 늘어놓는 기도가 아니라,
하느님 생각에 깊이 잠겨서 하느님의 말씀을 들으려고 노력하는 기도가 좋은 기도입니다.
그것이 묵상 기도입니다.
묵상 기도라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하느님 생각을 깊이 할 수만 있다면, 누구라도 할 수 있는 기도입니다.
기도를 많이 하고, 오래 한다고 해서 좋은 것은 아닙니다.
기도를 아무리 오래 한다고 해도 자기 말만 하고 멈춘다면,
대화를 한다고 마주 앉아서 상대방의 말은 듣지 않고 자기 말만 하는 것과 같습니다.
때로는 기도를 멈추고 듣는 시간도 가져야 합니다.
하느님 말씀을 듣는 것도 기도입니다.
송영진 모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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