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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연중제25주간토요일(090926.토)

도구 Ludovicus 2009. 9. 26. 07:23

<연중 제25주간 토요일>(2009. 9. 26. 토)

 

"사람들이 다 예수님께서 하신 모든 일을 보고 놀라워하는데...

...그들은 그 말씀에 관하여 묻는 것도 두려워하였다."

 

9월 26일의 복음 말씀은

루카복음에서의 두 번째 수난 예고 말씀입니다.

 

루카복음에서 이 말씀은 예수님의 영광스러운 변모 장면과

어떤 아이에게서 악령을 쫓아내는 이야기 다음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수난 예고 말씀 다음에는

누가 가장 높은 사람이냐, 라는 문제로 제자들이 다투는 내용이 나옵니다.

 

제자들이 예수님의 수난 예고 말씀을 이해하지도 못했고,

그 말씀에 관해서 묻는 것도 두려워했다는 것은

한 마디로 말해서 듣기 싫었다는 뜻입니다.

 

그때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왕이 되기를 바랐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자기들도 높은 자리 하나씩 차지하고 싶었겠지요.

그러니 수난 예고 말씀이 귀에 들어올리가 없습니다.

 

그들은 어둡고 답답하고 슬픈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았던 것입니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도 없었고,

그런 이야기는, 그런 상황은 생각하기도 싫었던 것입니다.

 

그냥 예수님의 영광만 생각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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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이 되어서 즐길 생각만 하고

대학생이 되기 위해 공부하는 것은 싫어한다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모습만 생각하고

금메달을 따기 위해 훈련하는 것은 싫어한다면?

 

큰 돈을 벌어서 부귀영화를 누릴 생각만 하고

돈을 벌기 위해 열심히 땀흘려 일할 생각은 하지 않는다면?

 

인생이란 그 자체가 빠스카의 신비라고 생각합니다.

부활의 영광이 있기 전에 먼저 수난과 죽음이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 빠스카의 신비입니다.

 

약속의 땅으로 들어가려면

먼저 죽음의 바다를 건너 가야 하고, 광야를 걸어가야 합니다.

 

가을에 추수를 하고 싶다면 봄에 씨를 뿌려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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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느끼는 일인데,

사순시기를 잘 지내다가 성주간이 되면 사순절의 마음가짐이 흐트러지는 것을 봅니다.

 

성주간은 사순시기의 절정이고 가장 중요한 시기인데도,

며칠 뒤에 있을 부활절 잔치를 준비하는 시기로 변질되는 것입니다.

 

일년 중에 가장 슬프고 가장 거룩한 날이어야 할 성금요일...

 

성금요일의 예수님 죽음을 묵상하는 일보다

이틀 뒤의 부활절에 더 정신이 팔려 있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전신자 잔치도 준비해야 하고,

부활성가 연습도 마무리해야 하고,

부활 달걀도 준비해야 하고,

선물도 준비해야 하고... 기타 등등...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부활절을 잘 지내기 위해 준비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사순절과 성주간의 뜻과 정신을 잊어버릴 정도라면 문제가 있습니다.

 

전에 제가 있었던 어떤 본당에서

사순 기간 내내 열심히 했던 부활 성가 연습을 마무리하고

소위 '쫑파티' 라는 것을 하려고

술과 안주를 준비하고 성가대원들이 모여 있는 모습을 보고

제가 깜짝 놀라서 해산시킨 일이 있었습니다.

그날이 성금요일이었기 때문입니다.

 

부활절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전에 먼저 사순절이 있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됩니다.

 

사순절은 대충 그냥 때우고

부활절만 성대하게 경축한다면? 그게 어디 부활절이겠습니까?

사순절 없이는 부활절도 없습니다.

 

성주간은 부활절 준비기간이 아니라 사순시기에서 가장 중요한 기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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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 가고 싶다면...

그 전에 먼저 겪어야 할 싸움에 집중해야 합니다.

 

아직은 승리의 노래를 부를 때가 아닙니다.

 

부활이 우리의 목표이고 희망인 것은 맞는데,

우리 인생은 아직 사순시기입니다.

 

예수님의 재림이 이루어질 때까지는...

 

송영진 모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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