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6주일>(2009. 9. 27.)
"네 손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잘라 버려라."
통계를 보면 중간에 나가는 신학생들이 절반 이상입니다.
그런데 이유가 어디에 있든,
나가고 싶어 하거나 나갈까 말까 고민하는 신학생들을 보면 표시가 납니다.
가장 기본적인 생활이 흐트러지는 것입니다.
신학생들에게 가장 기본이 되는 생활이란 기도와 수업입니다.
저의 신학교 시절의 하루 생활은 이랬습니다.
매일 아침 여섯 시에 일어나서 여섯 시 반부터 아침기도, 묵상, 미사,
아침 식사 후에 오전 수업, 낮기도 후에 점심식사,
점심식사 후에 두 시간 정도 자유시간,
오후 수업, 저녁기도, 저녁식사, 묵주기도, 끝기도, 자습,
밤 열한 시에 소등 취침.
묵주기도 시간부터 아침식사 전까지는 대침묵.
날마다 이 생활이 반복됩니다.
그런데 신학교에서 나가고 싶어 하는 학생들은 그 생활이 흐트러집니다.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표시가 나게 되어 있습니다.
제가 신학교에 다니는 동안
수업 시간에 교수 신부님들이 출석을 체크했던 기억이 없습니다.
아마도 출석부라는 것 자체가 없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아프지 않다면 당연히 수업에 출석해야 하기 때문에
출석 체크를 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기도와 미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출석을 확인할 필요가 없습니다.
신학교를 졸업하고 신부가 되고 싶다면
성실하게 기도와 미사에 참례하는 것은 아주 아주 당연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신학교 기숙사에는 점호라는 것이 없습니다.
각자 알아서 불끄고 자고, 알아서 일어나면 그만입니다.
기본이 흔들리면 다른 생활이 다 흔들리게 되어 있습니다.
-----------
천주교 교리서에 신자들의 기본 의무 첫 번째 항은 주일미사 참례입니다.
그건 기본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것입니다.
신부들의 첫 번째 임무는 하루 한 번 이상의 미사 집전입니다.
수도자들도 미사가 가장 기본으로 되어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신앙이 흔들리거나
신앙생활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첫 번째 표시는
바로 미사 참례를 얼마나 성실하게 하고 있느냐? 가 됩니다.
신부들이 사제생활을 얼마나 성실하게 하느냐의 첫 번째 기준도
매일 미사 집전을 얼마나 성실하게 하느냐를 보면 됩니다.
수도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럼, 미사참례만 제대로 하면 나머지는 대충 해도 되느냐?
그런 질문은 말장난입니다.
기본적인 것만 충실하게 하고 나머지는 대충 하겠다면,
그건 기본적인 것도 대충 하겠다는 뜻이 될 뿐입니다.
그런 마음가짐으로는 기본적인 것에 충실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성인 성녀들의 전기를 읽어보면
무슨 위대한 업적이나 성덕을 중심으로 기록했지만
사실 그분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기본적인 것을 아주 성실하게 했다는 점입니다.
성덕이란 어느날 갑자기 튀어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날마다 해야 하는 기본적인 것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성덕이 되는 것입니다.
순교자들이 어느날 갑자기 칼 맞고 죽어서 순교자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평소의 기본적인 신앙생활을 성실하게 하다가 순교로 마무리하는 것입니다.
-----------
아마도 스포츠 지도자들은 선수들에게 항상 기본기에 충실하라고 강조할 것입니다.
기본기가 잘 되어 있는 선수들이 큰 경기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습니다.
잔재주, 잔기술이 통하는 것은 일시적인 일입니다.
정말 중요하고 큰 경기에서는 통하지 않습니다.
습관적으로 시험 전날 벼락치기 공부만 하는 학생들은
진짜 중요한 시험은 망치는 일이 많습니다.
복권 당첨 등으로 일확천금, 인생역전을 바라는 사람들은 진짜 부자가 되지 못합니다.
진짜 부자는 자기가 직접 땀흘려 일하는 사람들이 되는 법입니다.
이런 것이 인생의 이치이고, 진리입니다.
신앙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평생 죄만 짓고 살아도 마지막 순간에 역전시킬 수 있다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천국에 가는 것은 복권 당첨 식으로 되는 일이 아닙니다.
--------------
예수님께서 무서운 말씀을 하십니다.
손이 죄를 짓게 하거든 손을 잘라버리고,
발이 죄를 짓게 하거든 발을 잘라버리고,
눈이 죄를 짓게 하거든 눈을 빼버려라, 라고.
이 말씀은 그만큼 철저하게 죄를 피하라는 말씀입니다.
철저하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우선 기본적인 것을 철저하게 수행하는 것을 말합니다.
------------
하루 세 끼 꾸준히 먹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기본입니다.
맨날 굶고, 불규칙하게 먹다가 느닷없이 값비싼 보약을 먹는다고 해서
그것이 보약이 되겠습니까?
우리는 손과 발을 잘라버리기 전에 먼저 마음을 잘라야 합니다.
날마다, 하루하루 꾸준히 해야 할 일들을 대충 해치우고 싶어 하는 그 게으름,
그리고 불성실함,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마음들을 잘라야 합니다.
사실 보통 사람들은 인생을 살면서 큰 죄를 지을 기회가 별로 없습니다.
보통 사람들, 평범한 사람들이
실제로 살인, 강도, 간통, 횡령, 사기, 배교할 기회가 얼마나 있겠습니까?
누군가를 죽이고 싶도록 미워하는 식으로 마음으로 죄를 짓는 일은 있겠지만...
보통 사람들, 평범한 사람들은 지옥에 갈만큼 큰 죄를 지을 위기를 겪는 일은 드물고,
대부분 그냥 작은 죄, 습관적인 죄, 사소한 실수 등의 죄를 지으면서 살고 있습니다.
그러니 손과 발을 잘라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은 별로 만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역시 가장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일에 성실해야 할 것입니다.
'공든 탑'은 기초부터 시작합니다.
그리고 벽돌 한 장, 한 장을 차곡차곡 쌓아서 완성합니다.
작은 죄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기본적인 것들을 무시한다면.... 정말 큰 위기를 만났을 때 저항하지 못하고 쓰러집니다.
오늘, 또는 이번 주에 해야 할 기본적인 의무를 먼저 실행해야 합니다.
기본이 되어 있어야 큰 죄도 피하는 법입니다.
기본만 잘 되어 있다면 손과 발은 자르지 않아도 됩니다.
기본적인 것을 철저하게 하는 것이 곧 성공의 지름길입니다.
그것이 바로 인생의 진리이면서
동시에 신앙생활의 원칙이기도 합니다.
송영진 모세 신부
------------------------------------------------------------------------
'가톨릭- > 강론.묵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대천사축일(090929.화) (0) | 2009.09.29 |
---|---|
[스크랩] 연중제26주간월요일(090928.월) (0) | 2009.09.28 |
[스크랩] 연중제25주간토요일(090926.토) (0) | 2009.09.26 |
[스크랩] 연중제25주간금요일(090925.금) (0) | 2009.09.25 |
[스크랩] 연중제25주간목요일(090924.목) (0) | 2009.09.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