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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연중제22주간토요일(090905.토)

도구 Ludovicus 2009. 9. 5. 10:48

<연중 제22주간 토요일>(2009. 9. 5. 토)

 

<사람의 아들은 안식일의 주인이다.>

 

전에 어떤 본당에서 겪은 일입니다.

저에게는 부임하고 나서 첫 번째로 맞이한 부활절이었는데,

그 본당으로서도 공소에서 본당으로 승격한 후에 처음 맞는 부활절이었습니다.

저는 부활성야 미사 때 성당의 좌석이 모자랄까 걱정했습니다.

그런데... 절반도 안 왔습니다.

평소의 주일미사 때보다 훨씬 적은 수의 신자만 온 것입니다.

 

동네 어떤 집 아들의 결혼식이 있었는데 그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관광버스를 대절해서 몽땅 서울로 갔다는 것이었습니다.

신자들은 나중에 변명하기를,

공소 생활만 해서 성주간과 부활절의 중요성을 잘 몰랐다고...

 

 

성주간과 부활절의 중요성을 몰랐다고???

몰랐다고 치고... (정말 몰랐다면 본당 신부에게도 책임이 있고...)

예수님의 부활절보다 동네 결혼식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것,

그것이 문제입니다.

 

부활절은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그런데 다시 몇 달 뒤, 어느 날씨 좋은 주일날,

주일미사 시간에 성당이 텅 비어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동네 모임에서 부부 동반으로 일박이일 여행을 떠났다는 것이었습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동네의 개신교 신자들은 주일을 지켜야 한다면서 그 여행을 가지 않았는데,

천주교 신자 부부들은 주일 미사를 빠지고 모두 여행을 갔다는 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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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사이파 사람들은 예수님께서 안식일 율법을 지키지 않는다고 시비를 걸었습니다.

그들은 안식일의 근본정신을 생각하지 못하고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지 않는 것만 신경 썼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안식일의 정신을 깨달으라고 가르치십니다.

 

그런데 이제 오늘날,

예수님께서는 신자들에게 주일을 지키지 않는 것을 꾸짖으실 것입니다.

예수님이 바리사이파로 변하신 것이 아니고,

사람들이 가장 기본적인 것마저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실 주일 미사만 참석하면 주일을 지킨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율법주의입니다.

그러나 주일을 아예 무시하는 것은 예수님을 무시하는 것입니다.

주일 미사에 참례하는 것은 주일을 지키는 일 중의 일부이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어떤 할머니들은 몸이 아파서 미사 참례를 못한 것도 죄라고 생각하는데,

어떤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주일 미사를 빼먹고

그냥 고해성사 한 번으로 때우려고 합니다.

 

본당 신부가 주일 미사 참례를 자꾸 강조하면

율법주의자라고 비웃거나, 형식주의자라고 비난하기도 합니다.

기본자세를 갖추라고 강조하는 것이 어떻게 율법주의이며, 형식주의입니까?

 

예수님께서 안식일 율법보다 안식일의 근본정신을 강조하셨지만

안식일을 아예 무시하라고 하신 것은 아닙니다.

안식일을 지키되 어떤 마음으로 지키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안 지켜도 된다는 말씀은 절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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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데기만 중시하는 율법주의에서 벗어날 필요는 있습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은 해야 합니다.

 

외적인 형식보다 내적인 마음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사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자주 봅니다.

 

마음이 중요하긴 합니다.

그러나 그 마음을 겉으로 표현하는 일도 중요합니다.

 

하느님을 진심으로 믿고 섬긴다면

그 믿음과 섬김을 겉으로 경건하게 표현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옷차림보다 마음이 중요하긴 하지만

잠옷이나 수영복을 입고 미사 참례를 할 수는 없는 법입니다.

외적인 형식보다 마음이 중요하긴 하지만

경치 좋은 곳으로 놀러가면서 미사를 빼먹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입니다.

철저하게 지켜야 할 일은 철저하게 지켜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안식일 율법을 어긴 것은 두 가지였습니다.

안식일에 병자들을 고쳐 주신 일,

그리고 제자들이 배가 고파서 밀 이삭을 좀 잘라먹은 것을 변호하신 일.

그런 일 외에는 예수님도 안식일을 지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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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은 주님의 날입니다. 우리의 날이 아닙니다.

예수님을 믿는 사람이라면 예수님의 날은 예수님께 드려야 합니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부만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주일 하루를 온전히 거룩하게 지키지 않고

그저 미사 참례만 하면 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각성해야 합니다.

 

너무 쉽게 미사를 빼먹고서, 고해성사만 보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대죄를 짓는 일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반성해야 할 천주교 신자들이 많습니다.

 

기본적으로 지킬 것은 지켜야 합니다.

기본적인 것도 안 되어 있으면서

몇 단계 더 높은 곳으로 가려고 하는 것은 위험하고 어리석은 일입니다.

 

고해성사란 통회(회개)를 전제로 한 것입니다.

잘못했다는 것을 깨닫지도 못한 채로

그냥 고해성사라는 형식만 거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것,

그것이 진짜 율법주의입니다.

 

나중에 고해성사 보면 되지... 라는 말은, 그 말 자체로 죄입니다.

그건 예수님께서 그렇게 싫어하셨던 바리사이파의 태도입니다.

고해성사는 놀러가느라고 미사 빼먹은 사람들을 위한 성사가 아닙니다.

 

정말 부득이한 상황이 생겼다면 주일 미사를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은 많습니다.

직업상, 여건상, 정말 부득이하고 불가피한 상황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것까지 다 죄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자신의 행동이 정말로 부득이한 상황 때문이었는지,

정성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었는지... 자신의 양심은 알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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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생활에서 꼭 필요한 자세는 바로 ‘정성’입니다.

정성이 부족하면 공든 탑도 무너집니다.

 

정성이라는 것은 필요할 때 갑자기 사용하는 수단이 아닙니다.

날마다, 꾸준히, 성실하게 실천하는 것이 정성입니다.

 

안식일 율법 때문에 예수님과 유대인들이 다투는 장면이 나올 때마다

유대인들의 율법주의 태도를 비판하게 되지만,

그들의 잘못된 생각은 비판하되

그들의 엄격하고 철저한 생활태도와 정성은 본받아야 할 것입니다.

 

송영진 모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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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Fr.송영진 모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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