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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성야고보사도축일(090725.토)

도구 Ludovicus 2009. 7. 25. 09:14

<성 야고보 사도 축일>(2009. 7. 25. 토)

 

<고난의 잔>

 

신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처음에는 규칙이나 기도생활이 무척 힘들었습니다.

기도생활은 차츰 적응할 수 있었지만,

낯설고 엄격하고 빈틈없는 그 규칙들은 계속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저만 힘들었던 것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총학생회가 열릴 때마다 규칙 개정을 안건으로 한 토론이 열렸고,

학생회 이름으로 교수단에 계속 규칙 개정을 건의했으니까...

 

어느 날 피정 때, 피정지도 신부님이 이런 강론을 했습니다.

"너희들이 신학교에 입학한 것은 누가 시켜서 한 것도 아니고,

 스스로 원해서 한 것이니까,

 신학교 규칙이 힘들더라도 그것을 바꾸려고 하지 말고 그냥 받아들여라.

 받아들이기 힘들면 신학교에서 나가라."

 

당연한 말씀입니다.

신학교를 선택할 때에는 그 규칙이나 생활도 선택한 것입니다.

힘들다고 해서 불평하거나 규칙을 바꾸려고 시도할 이유가 없습니다.

힘든 것 자체를 선택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군대생활도 비슷합니다.

병역 의무 때문에 억지로 간 사람은

어떻게 하면 좀 편하게 군대 생활을 할까, 하고 궁리를 하지만,

사관학교에 지원한 사람들이나,

특수부대에 지원한 사람들은 자기가 원해서 간 것이기 때문에,

힘든 것을 오히려 자랑하게 됩니다.

바로 그 힘든 생활 자체를 선택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7월 25일의 복음 말씀에서,

예수님께서는 야고보와 요한 사도에게

"내가 마시려는 잔을 마실 수 있느냐?" 라고 물으십니다.

사도로서 나중에 하느님한테 영광을 받으려면

그 전에 고난을 겪게 될텐데 각오할 수 있느냐? 라는 질문입니다.

 

장교가 되려는 사람은 사관학교에서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그런 과정 없이 장교 계급장만 달면 제대로 장교 대우를 받지 못할 것입니다.

 

성직자가 되려는 사람은 신학교에서 고생을 해야 합니다.

아무 고생도 하지 않고서는 성직자가 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성직자가 된다고 해서 그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성직자로서 살아가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신앙생활이 다 마찬가지입니다.

 

세례를 받고 신자가 된다는 것은

신자로서 살면서 겪어야 하는 여러 가지 불편함이나,

힘든 일들을 받아들이겠다는 뜻입니다.

 

여러 가지 계명들, 규칙들...

신자로서 해서는 안 될 일들, 또 해야만 하는 일들...

그것을 다 받아들이겠다고 약속하면서 세례를 받는 것입니다.

그런 것을 힘들다고 불평할 것이 없습니다.

그건 자기가 스스로 선택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신앙생활이 힘들다고

십계명을 개정하고 교리를 편한 쪽으로 개정한다???

만일에 개정한다면... 그건 더 이상 그리스도교가 아닙니다.

그냥 사이비, 이단 종교가 되겠지요.

 

천국으로 가는 길은 좁고 험한 길이라고 했습니다.

세속의 도로는 통행하기 불편하면 중장비를 불러다가 공사를 할 수 있지만,

천국 가는 길은 좁고 험한 대로 그냥 가야 합니다.

 

세속적인 사고방식으로 그 길을 넓고 편하게 바꾸는 공사를 한다면,

어느 순간 그 길은 지옥 가는 길로 바뀌어 있을 것입니다.

 

송영진 모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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