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오 복음 5장 17-19절
“나는 율법을 없애러 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성하러 왔다.”
<결국 사랑입니다>
오래 전 저희 집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매사에 부정적이고 냉소적인 아이가 한명 있
었습니다. 점심식사 시간에 한 선생님이 그 아이 옆에 앉아서 식사를 하게 되었습니
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극진한 분이었고, 예방교육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있는
분이었기에, 그 아이의 냉대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마음을 열어보기 위해 무진 애를
쓰셨습니다.
아직도 새파란 녀석이 세상 다 산 사람처럼 모든 것에 짜증내는 아이, 뭐라고 말을
붙여도 안들은 척 딴청을 부리는 아이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한 가지 질
문을 던졌습니다. 그 순간 아이는 너무도 귀찮았던지 선생님을 확 밀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은 의자와 함께 뒤로 나가 떨어져버렸습니다.
다행히 크게 소리는 났지만 별로 다친 곳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순
간 선생님이 꾹 눌러 참았다는 것입니다. 분노하거나 야단치지도 않았습니다. 그냥
묵묵히 식사를 마치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렇게 조용히 상황을 마무리 지었
습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오히려 그 아이가 전전긍긍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의 얼굴에
는 불안초조해하는 기색이 완연했습니다.
그 다음날 점심시간, 아직도 불안이 채 가시지 않은 아이 옆으로 다시 그 선생님이
다가가 앉으셨습니다. 그리고 식탁 밑으로 뭔가를 건넸습니다. 아이에게 보내는
간단한 편지였습니다.
“**야, 내가 널 귀찮게 해서 미안해. 난 그저 네가 좋아서, 네 친구가 되고 싶어서
그런 거야. 어제 일은 이제 잊어버리고 앞으로 잘 한번 지내보자.”
선생님의 편지를 받아 펼쳐든 순간, 아이는 너무나 미안하기도 하고 창피했습니다.
부끄럽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습니다. 그 편지를 읽는 순간 아이는 도저히 그 자리에
앉아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이는 황급히 화장실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수돗물
을 틀어놓고 한참을 울었답니다.
결국 사랑만이 최종적인 해결책임을 다시 한 번 묵상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율법을 없애버리러 오신 것이 아니라 완성하러
오셨음을 명백히 밝히고 계십니다. 가장 작은 계명 하나라도 어기지 말고 잘 잘 실천
할 것을 당부하고 계십니다.
율법 중의 율법은 다름 아닌 사랑의 율법입니다. 계명 중의 계명은 다름 아닌 사랑의
계명입니다. 구약의 그 수많은 율법, 그 숱한 계명을 다 종합하면 결국 사랑입니다.
이 시대 기적의 원동력은 결국 사랑의 율법입니다. 사랑의 계명입니다.
그 누구도 손 못될 망나니 같은 사람들, 완전히 제껴놓은 사람들, 정신과 의사들,
심리치료사들조차도 포기한 사람들, 그 사람들에게도 가능성을 두고, 희망을 가지고
헌신하는 사람들은 결국 사랑의 율법을 간직한 사람뿐입니다. 사랑의 계명을 목숨처
럼 여기고 삶 가운데 실천하는 그분들의 삶이야말로 기적을 일궈내는 원동력입니다.
“사랑이란 보다 단순한 것입니다. 사랑이란 사랑하는 사람을 실망시키지 않는 것입
니다. 사랑이란 사랑하는 사람과의 작은 약속을 지켜나가는 일입니다. 사랑이란 사
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의 원치 않는 행동을 자제하는 일입니다. 사랑이란 상
대방의 마음으로, 상대방의 마음 안에서, 상대방의 마음을 통해서 상대방의 이름으
로 행하여 주는 일입니다.
사랑이란 결국 사랑하기 때문에 자신을 버리는 일입니다.”(최인호, 사랑의 기쁨)
... 양.승.국.스.테.파.노.신.부.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