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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949) 평화의 칼 - 이제민 신부

도구 Ludovicus 2007. 11. 29. 23:09
    우리는 언제 마음의 평화를 누리는가? 도심을 떠나 시골로 내려가면 또는 바닷가마을을 찾으면 대자연 속에 온 세상이 평화롭게 펼쳐진다. 온갖 소음으로 심란하고 복잡하던 마음에 평화가 흘러 들어오는 듯하다. 이 마음이 내 평상시의 마음이라면, 나는 평화의 인간이다. 우리가 아침 일찍 성당에 나와 미사를 참례한다면 우리 마음을 이런 고요한 평화로 채우기 위해서이다. 오늘 하루 그런 평화 속에 살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사도들에게 말씀하신다.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러 왔다고 생각하지 마라. 평화가 아니라 칼을 주러 왔다.”(마태 10,34) 부활하신 후 제자들에게 나타나셔서 “평화가 너희와 함께”하고 기원하신 것과는 너무도 대조적이다. 그분이 우리에게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분에게 평화는 무엇이고 칼은 무엇인가? 칼은 사람을 죽이는 무시무시한 무기이기도 하지만 아픈 곳을 도려내어 사람을 살리는 도구이기도 하다. 그런가하면 칼은 자르고 가르며 갈라놓는 도구이기도 하다. 칼이 갈라놓는다는 것은 이어지는 다음의 예수님 말씀에서 분명해진다. “나는 아들이 아버지와, 딸이 어머니와, 며느리가 시어머니와 갈라서게 하려고 왔다. 집안 식구가 바로 원수가 된다.”(마태 10,35-36) 예수님은 왜 이런 끔찍한 칼을 제자들에게 주려고 하시는가? 아버지나 어머니, 아들이나 딸에 대한 사랑이 자신을 예수님과 하느님에 대한 사랑으로부터 갈라놓을 때, 자기 한 목숨 살리려고 남의 목숨을 경시할 때 배고픈 사람 목마른 사람 헐벗은 사람 보잘 것 없는 사람에게 시원한 물 한 잔 대접하지 못할 때, 자기 인생에 지워진 십자가가 무겁다고 내려놓는데 온 신경을 쓸 때, 그 때 내 마음의 고요가 깨지고 평화가 깨지는 소리가 나는 것은 아닌가? 칼이 필요하다. 자르지 못하고 욕심과 이기심이 가득 찬 우리의 마음은 평화를 위한 칼질을 원한다.(마태 10,34-42) - www.rijemin.com 에서
출처 : 어둠 속에 갇힌 불꽃
글쓴이 : 정중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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