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시작은 용서에서 / 남북통일 기원 미사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형제는 매일 반복되는 싸움을 하였습니다. 서로 양보하면 문제없을 것을
뭐가 아쉬운지 싸우기에 급급하였습니다. 어머니는 매를 들어 보기도 하고 달래기도 하였습니다.
어느 날 성모상 앞에서 기도 중이던 어머니는 성모님의 자상한 눈빛을 보았습니다. ‘아하,
이것이구나!’ 하며 아이들을 성모상 앞에 앉혀놓고 함께 손을 잡도록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어머니는 조용히 묵주를 꺼내어 기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 형제는
눈물을 흘리면서 조용히 어머니의 품에 안기며 말을 했습니다. “어머니, 제가 잘못했어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오늘 우리는 강대국의 정치적인 논리로 인해 63년 전부터 갈라져서 전쟁과 끝없는 대치를 이루고
있는 우리나라의 평화 통일을 위해 기도드리고 있습니다. 유일한 분단국가, 끝없이 반복되는 긴장감,
그로 인한 전쟁의 고통 속에 있습니다. 이 고통은 정말 사랑에 쏟아야 하는 힘을 밑 빠진 장독에
물을 넣듯이 하염없이 낭비하게 합니다. 경제적인 낭비도 그렇지만 젊음을 발산해야 하는
이들에게의 의무적인 군복무는 더욱 그러합니다.
이 맘 때에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면 목청 높여 부르지만. 실상 오늘날 많은 이들이 통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과거의 비참했던 기억을 잊어버렸고 지금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자기 이기주의가 정당화 되고 있습니다. ‘참 평화’란 현재의 상태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분열을
조장하는 것을 없애고 공동체가 평온하고 참 진리를 추구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러한 ‘참 평화’를 위해서는 오늘 주님의 말씀을 기억해야 합니다.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 평화의 시작은 용서에서 시작됩니다. 과거의 참혹한 상처는 잊을 수
없어도 치유할 수는 있습니다. 같은 상자가 있더라도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보석함이 될 수 있고
쓰레기통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의 생각을 바꾸어야지 올바른 것을 추구할 수 있으며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조국을 위해 헌신하는 분들께 감사하며 우리나라에 참 평화 통일을 이룰 수
있도록 용서를 통해 하느님의 은총을 청합시다.
김상현 신부 [군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