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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큰 변화 없이 뒷걸음질 칠 한국 천주교회

도구 Ludovicus 2008. 6. 20. 21:41

 

교회쇄신 컬럼

 

 

 

 

큰 변화 없이 뒷걸음질 칠 한국 천주교회



2008년의 세계 가톨릭교회


2008년 한국 천주교회가 어떠할 것인지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먼저 세계 가톨릭교회의 주요 관심사나 이슈부터 살펴야 한다. 가톨릭교회는 그 특성상 세계 가톨릭교회의 흐름과 이슈가 한국 가톨릭교회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세계 가톨릭교회에서 올해 가장 주목할 일은 10월 5일~26일에 바티칸에서 열리는 세계 주교시노드 제12차 정기 회의이다. 이 회의는 각 국 주교들 가운데 대의원 주교들이 모이는 회의로서*, 주제는 ‘교회 생활과 사명에서의 하느님 말씀(The word of God in the Life and Mission of the Church)’이다. 곧 성경이 핵심 주제다.

[*10월 주교시노드에 한국 천주교회에서는 2명의 주교가 참석한다. 주교시노드와 달리 모든 주교들이 모이는 회의는 공의회이다. 공의회는 전 세계가 모든 주교들이 모여야 하는 어려움 때문에 자주 모이기 어렵다. 반면 현대 세계 안에서는 교회가 판단해야 할 시급한 문제들이 계속 나타나기 때문에,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끝난 1965년에 교황 바오로 6세가 세계 교회 문제에 대한 교황과 주교단 일치를 드러내며 교회 활동과 관련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주교시노드를 만들었다.]


지금까지 세계 주교시노드가 끝나고 그 성과를 담아 교황 문서가 발표되면, 이에 대해 호응하는 사목 활동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곤 했다. 지속성을 가지고 오래가진 않았다. 이번 10월의 세계 주교시노드가 끝나고 교황 문서가 발표되면 성경 공부의 중요성이 다시 한 번 강조되고 다양한 관련 사목 정책이 추진될 게 분명하다. 하지만 보통 주교시노드가 끝나고 몇 년 뒤 교황 문서가 나오기 때문에, 그 전까지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곧 2008년에는 한국 가톨릭교회에 영향을 미칠만한 세계 가톨릭교회 차원의 특별 이슈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재임 전부터 진행되어온 보수화는 꾸준히 이루어질 거다.

[지난해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자의교서 <교황들>를 발표하고, 신앙교리성이 <교회에 대한 교리의 일부 측면에 관한 몇 가지 물음들에 대한 답변>를 발표하면서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이 후퇴하는 게 아니냐는 걱정을 낳았다. 또한 신앙교리성은 꾸준히 진보신학자의 책을 검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미국의 조지타운대학에서 가르치고 있는 베트남 출신 신학자 피터 판 신부 (Fr. Peter Phan) 의 책이 검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판 신부는 특히 동양과 서양의 종교 신학 대화를 촉구하는 사목 활동과 신학 저술로 유명하다. (가톨릭인터넷언론 지금여기 http://cafe.daum.net/cchereandnow 기사 “교황청 신앙교리성, 피터 판 신부의 책 검열 중” 참조)]


2008년의 한국 천주교회


한국 천주교의 최고 지도층인 주교단은 해마다 봄가을 두 차례 정기 총회를 갖고 중요 결정을 내린다. 교구 단위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가톨릭교회의 특성상 이 같은 결정이 강제력을 갖는 건 아니지만, 한국 천주교회의 사목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결정이 이루어질 때가 있다. 2008년을 준비하는 성격을 지닌 가을 주교회의 8가지 결정 사항 가운데 사목 관련 중요 사항 세 가지만 추리면 다음과 같다.


(1) 한국청년대회처럼 청년들의 만남의 장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한다.

[제1회 한국청년대회는 2007년 8월 18일~21일, 제주도에서 약 3천 명의 가톨릭청년들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이 대회는 세계청년대회를 본뜬 것이다. 세계청년대회는 세계 각국의 가톨릭 청년들이 신앙 안에서 한 자리에 모여 서로의 삶과 경험을 나누며 미래 교회와 사회의 주역으로서의 소명과 사명을 재확인하는 가톨릭 청년들의 지구 대축제이다. 세계청년대회는 1984년 로마에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창설했으며, 1985년 유엔이 정한 ‘국제 젊은이의 해’를 기념해 3월30~31일 이틀간 로마에서 국제청년대회를 개최한 것을 시작으로 3년 주기로 국제 행사로 각 대륙별로 돌아가며 열고, 다른 해는 지역 교회별로 열도록 한다, 2008년에는 2005년 독일 쾰른 세계청년대회에 이어서 7월 15일부터 20일까지 호주 시드니에서 세계청년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2) 최근 가톨릭교회의 정통 가르침에 어긋나는 이설로 신자들의 건전한 신앙을 해치고 있는 이른바 ‘가계 치유’에 대해 각 교구별로 지혜롭게 대처하면서 구체적인 사례들을 취합해 나간다.


(3) 예비신자들이 수도원을 방문하여 수도자들과 함께 기도하며 영성생활을 체험하고 교육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남녀수도회장상연합회의 ‘예비신자 신앙 체험 프로그램 안내서’ 제작비를 지원한다. 이를 보면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2007년 가을 정기총회에서 2008년 한국천주교회 동향을 가늠할만한 중요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2008년 각 교구의 중점 사목


그 다음으로 한국 천주교회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자료는 해마다 각 교구장이 발표하는 연두 사목교서이다. 이 교서를 통해 각 교구장은 자신이 한 해 동안 주력할 사목 방향을 밝힌다. 가톨릭교회의 특성상 각 교구의 자율성이 최대한 존중되는 점을 생각할 때, 각 교구장의 사목 의지를 엿볼 수 있는 사목교서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 2008년 각 교구장 사목교서에서 강조하고 있는 사목 영역의 빈도를 중심으로 주요 흐름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가정사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교구는 서울대교구, 인천교구, 수원교구, 마산교구, 부산교구, 의정부교구, 춘천교구로 총 15개 교구(군종교구 제외) 가운데 7개 교구이다. 이 가운데 가정문제와 생명운동을 연관 지어 언급한 교구는 서울대교구, 인천교구, 마산교구로 모두 3개이다.


신자 비율 목표를 제시하고 선교운동을 독려하고 있는 교구가 서울대교구, 인천교구, 광주대교구, 대전교구, 마산교구로 5개 교구이다. 서울대교구의 복음화 2020운동(2020년 신자 비율 20% 목표), 광주대교구의 2010 복음화운동(20분 성경 읽고 10분 묵상, 미사 10분 전 도착하고 미사 후 20분 성체조배, 주일미사 참석률 20%올리고 냉담자 10% 내리기), 마산교구의 비전 1030 운동(2010년까지 복음화율 10%, 주일미사 참석률 30% 달성)에서 보듯이 목표 관리(MBO, management by objectives)를 활용한 사목 비전과 목표 제시가 유행하고 있다.


소공동체 활성화*를 강조하는 교구는 서울대교구, 수원교구, 부산교구, 제주교구로 4개 교구이다. 청소년과 청년 사목 활성화를 강조하는 교구는 서울대교구, 부산교구, 제주교구로 3개 교구이다. 사회사목 영역에서 노인사목을 강조한 교구는 서울대교구와 부산교구이고, 환경사목을 강조한 교구는 서울대교구와 원주교구이다.

[*1990년대 초반부터 한국 천주교회는 도시 본당의 대형화, 신자의 겉치레 신앙생활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나라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소공동체를 도입하였다. 소공동체란 가까운 지역의 신자들이 작은 모임을 구성해서 정기 모임에서 성경을 읽고 나누며 공동 실천을 하는 것이다. 이 사목 정책은 서울대교구를 시작으로 다른 교구로 퍼져나갔다.]


이상을 정리해보면, 연두 사목교서를 통해 각 교구가 2008년 중점 사목으로 내세운 사목 영역은 가정사목(7개 교구), 선교(5개 교구), 소공동체 활성화(4개 교구), 청소년・청년사목(3개 교구), 생명운동(3개 교구), 노인사목과 환경사목(각 2개 교구)이다. 이 같은 경향은 다른 해와 비교해볼 때 특별한 경향을 보이지 않는다. 또 각 교구장의 사목 방침이 각 본당 단위에서 엄격하게 적용되지 않는 현실에 비추어볼 때, 교구장들의 사목 비전에 따라 한국 천주교회가 큰 변화를 격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커져가는 근본주의와 상업주의


이상으로 세계 가톨릭교회, 한국 천주교회, 각 교구 차원에서 예측 가능한 2008년의 흐름을 살펴보았듯이 큰 변화는 없을 것이고 지금까지의 추세가 지속될 거다. 1990년대부터 미사 참례 신자와 신자 증가가 줄어드는 등 부정 현상이 나타나면서 위기론과 자성의 목소리가 나타났다. 소공동체 도입은 이러한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다가 2005년 인구센서스 결과에서 한국천주교회가 다른 종교에 비해 지난 10년 동안 크게 신자수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자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었다. 질 성숙보다 양 성장, 곧 선교가 강조되고 있다. 각 교구마다 목표로 내걸고 선교를 부추기고 있고 선교 훈련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고 있다. 가톨릭만이 참된 종교라는 근본주의가 로마 교황청의 보수화 입장과 호응해서 더욱 강해지고 있다. 또 처세술을 다룬 <무지개 원리> 저자인 미래사목연구소 소장 차동엽 신부를 중심으로 성공주의, 상업주의, 성장주의가 교회와 신자 정신을 갉아먹고 있다. 반면 이 같은 흐름에 대응해서 교회 쇄신을 이루어야 할 세력은 점점 약해지고 있어 안타깝다.

 

 

 

박영대 (분도)

가톨릭청년운동 때부터 공동체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여러 청년공동체를 만들고 참여했다.

지식생산공동체를 지향하며 창립한 우리신학연구소도 그 하나이다.

지금은 우리신학연구소, 예수살이공동체,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을 통해 공동체운동에 투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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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인터넷언론 지금여기 http://cafe.daum.net/cchereandnow 박영대 2008-02-15]

 

 

 

출처 : 지금여기-가톨릭인터넷언론
글쓴이 : 안승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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