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에게 성모신심은 매우 중요하다.
성모신심은 성모님께 대한 사랑, 열정, 그리고 공경의 행위로서
가톨릭교회의 아주 소중한 신앙행위다.
우리 가톨릭교회에는 크게 두 가지 측면의 신심이 발전되어 왔다.
하나는 예수 그리스도의 구세사적 사건 및 활동들을 중심으로 발전한
신심이다. 예를 들면 제대에 대한 신심, 주님 십자가의 길, 성체 신심,
그리고 예수성심에 대한 신심 등이다. 또 다른 신심은 성인들,
특별히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중재를 통한 신심의 발전이다.
이 신심의 신학적 기초는 성인 ‘통공(通功)’의 교리다.
통공은 ‘통교(通交), 교류(交流)한다’는 말로서, 신자들 간에
선행의 공로를 서로 나누고 교환하며 ‘친교한다’는 의미다.
라틴말로 ‘Communio Sanctorum' 이라고 하는 성인들의 통공 교리는,
옛 공의회들의 결정에 따라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거룩한 공의회의
커다란 신심으로 받아들인다.
성인들의 전구- 가톨릭교회는, 이 지상에서 거룩하게 살다가
죽은 후 천상 영광 속에 있는 성인들이 그리스도와 더 밀접하게 결합
되어 있으며, 그들의 성덕은 지상 여정의 교회 신도들에게 격려와 힘이
된다고 믿는다. 도미니코 성인은 임종하면서 “울지들 마시오.
죽은 후에 나는 여러분에게 더 유익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내가
살아있을 때보다 더 효과적으로 여러분을 도울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하였으며, 소화 데레사 성녀도 죽을 때에 “저는 하늘로 올라가 땅을
위해 유익한 일을 하겠습니다.” 라고 하였다.
성인들과 일치- 가톨릭교회는, 지상의 형제자매들이 사랑을
실천함으로써 그리스도와 더욱 결합하고 일치를 이루듯이,
천상에 있는 성인들과 일치를 도모함으로써 그리스도와 더욱 결합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스도는 온갖 은총과 하느님 백성의 생명의
원천이며 머리가 되시기 때문이다.
한국교회의 성모신심
한국 가톨릭교회 역시 그 시작부터 성모님 공경에 탁월한 신심을 보였다.
많은 순교자들이 성모님에 대한 신심을 간직하고 실천하였는데,
특히 신유박해 이후 1811년 조선교회 신자들이 북경 주교에게 보낸
서한에 따르면, 성모님의 전구를 통해서 조선교회가 재건될 수 있기를
간청하였음을 알 수 있다. 1836년에는 성모님을 특별히 공경하고
성모님의 전구를 청하기 위해 묵주의 기도를 바치는 ‘매괴회(玫瑰會)’가
설립되었으며, 교우들이 자신들을 성모님의 종으로 바치고 특별한
보호를 구하고자 하는 ‘성의회(聖意會)’도 이 무렵에 설립되었다.
또한 1846년 11월 2일에는 공주 수리치골에 ‘성모성심회(聖母聖心會)’가
설립되었다. 887년에 간행된 「조선교회 지도서」에 따르면 ‘성모성심회’,
‘매괴회’, 성의회‘를 교회 안의 공식 신심회로 승인하였음을 알 수 있다.
현대에도 뜨거운 성모신심은 빛을 잃지 않고 있다.
본당에서 처음 세례를 받으면 공동체의 일원으로 당연한 입문 예식을
치르듯, 성모신심 단체에 가입하여 그리스도 공동체 구성원으로 살아갈
여러 가지 지식들을 체득한다. 지금까지 한국교회에 닻을 내린 대부분의
성모신심 단체 및 그의 회원들은 올바른 성모신심을 향한 교육과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한 연유로 신심단체 회원들뿐 아니라 보다 많은 신자
들이, 점차적으로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가르침인 ‘교회의 신비 안에서의
성모님 공경’을 올바로 이해하게 되었다고 본다.
예로서 각 성모신심 단체들이 발간하는 회보 및 소식지들을 보면,
언제부터인가 그 내용들이 풍부해지는 것과 동시에 교회가 강조하는
성모님 공경의 기본 방향을 적절하게 잘 반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아직도 일부 신자들은 성모님에 대한 공경을 잘못 이해하고
받아들이면서 그릇된 신앙으로 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일부 신자들의 극단적인 성모신심(환시, 환영, 환청 등)은, 신심의 도를
넘어 자신도 모르게 성모님을 흠숭의 대상으로 여기면서 기복적 신앙으로
기울어간다. 게다가 어떤 이들은 가끔 성모님의 발현에 따른 초자연적
은총과 세상 종말에 대한 비성서적 해석을 강조한 성모신심에 심취하는데,
이는 올바른 신심이 아니다.
참된 성모신심의 길을 찾아서
한국 가톨릭교회는 성모신심의 질적인 향상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2006년 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는 소책자 「올바른 성모신심」을 편찬하여,
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한국교회 신자들이 복되신 어머니 마리아를 올바로
공경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또한 가톨릭교회 안에서 빗나간 성모신심들을
구체적으로 지적하면서 신자들이 잘못된 길로 들어서지 않도록 인도하고 있다.
비록 간략하지만 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가 올바른 성모 공경의 지침 및
그릇된 성모 공경의 실례들을 지적한 것은 매우 잘한 일이다.
이는 신앙과 신심 사이에, 즉 ‘믿는 법(lex credendi)’과 ‘기도하는 법
(lex orandi)'과 ’사는 법(lex vivendi) 사이에 긴밀한 관계가 존재하는
우리 교회의 전승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기 때문이다.
한 가지 염려스러운 것은 신앙교리위원회도 지적했지만 나주 윤 율리아의
사적계시에 근거한 성모신심이다. 광주대교구장이 1998년 1월부터
2008년 1월 21일까지 서너 차례에 걸쳐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순종하지 않고 일부 추종자들이 ‘자신들의 성모신심 행위’를
계속한다는 것이다. 광주대교구는 1994년 말부터 교회가 정한 공식적인
절차에 의해 나주의 사적계시에 대한 조사를 착수하였고, 그 결과로서
“기적적 발현이 아님”을 교구장이 1998년 1월 발표하였다. 이는
사적계시의 불인정과 함께 그 계시의 대중화에 대한 종료를 선언함이다.
사적계시는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신앙의 유산을 침범하지 못하며
신앙의 유산에 대한 통상권을 가진 교도권에 순종해야 한다.
그런데 불행히도 나주 윤 율리아와 그의 추종자들은 순종과 비움이 아닌
비교회적 방법을 고집하고 있다.
마리아와 성모신심에 관한 체계적 교육 필요
오늘날과 같은 현실에서 우리 한국교회의 성모신심은 좀 더 긴장할 필요가
있다. 비록 일부지만 눈에 드러나는 현상에 심취된 극단적 성모신심에
교도권이 도전받고 있는 이 시점에, 좀 더 확고한 성모신심 교육이
각 본당에서부터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올바른 성모신심과 그릇된
성모신심의 구별이 신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강의 및
프로그램이 개발되어야 하겠다. 또한 가치 있고 풍요로운 ‘마리아론 연구’가
이루어짐으로써, 성모신심의 기초를 튼튼히 해야 할 것이다. 예로서,
예비신자 및 주일학교 교리교사, 각 단체장, 구역, 반장들을 위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마리아론 교육이 본당이나 지구 또는 교구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최근 들어 한국교회 내 평신도를 위한 신학 및 영성 그리고 사목교육 및
프로그램이 전문성을 토대로 여러 곳에서 제공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대부분의 교육 기관들은 마리아론 공부 및 가르침을 병행하지는
않는다. 병행한다 하더라도 부분적이고 일시적인 가르침에 그치고 만다.
혹자는 마리아론의 가르침을 성모신심으로 동일시하여 성모신심 프로그램으로
대치하는 데 만족하고, 마리아론 공부 및 연구는 학자들이나 그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단체들의 몫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신학의 토착화가 끊임없이 강조되고 사목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한국교회의 현실에서, 마리아론 공부 및 연구는 모든 신자들에게 열려
있어야 하며 체계적으로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체계적인
마리아론의 가르침이 올바른 성모신심의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가톨릭교회의 모든 사목자와 봉사자들은
그리스도인 영성생활의 어머니시며 스승이신 복되신 마리아에 대한
자신의 신심을 재확인하고, 사목 일선에서는 그리스도인 신자생활을
쇄신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성모신심이 얼마나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또한 강조되고 있는지 깊이 성찰해야 할 것이다.
(마리아회(마리아니스트))
김태오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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