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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부활 제4주일 성소주일/첫 마음/ 안동-정철환 신부

도구 Ludovicus 2008. 4. 13. 07:42

오늘은 성소주일입니다. 성소(聖召)란 "하느님의 거룩한 부르심"이란 뜻으로, 우리 모두는 하느님의 거룩한 부르심을 받고 살고 있다는 것이지요. 특히 특별히 불리움을 받은 성직자, 수도자들을 위해서 기도하는 주일이기도 합니다.

사제 서품 때, 평생을 하느님께 봉헌하며 살겠노라고 바닥에 엎드리며 두 가지를 주님께 기도했습니다. "주님, 기도하는 사제로 살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당신처럼 모든 사람들을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는 넓은 품을 가진 사제로 살게 하소서". 서품 때의 기도는 들어주신다는 교회의 전통에 따라 나도 그렇게 간절히 기도를 올렸습니다.

지금 사제로서 살면서 돌아보면 그 기도를 올렸을 때의 소중한 첫 마음은 어디로 갔는지... 오히려 평신도들보다도 더 기도를 하지 않고 사는 모습, 모든 사람들을 안아주면서, 특히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더 품에 안고 살겠다고 해 놓고 오히려 반대의 삶을 사는 모습을 보면서 늘 속이 탑니다. 주어진 일에 허덕이며 바쁘게 지내는 모습 속에 '첫 마음'은 어디로 갔는지 늘 영적인 목마름을 호소합니다. 그래서인지 '첫 마음을 잃으면 돌아갈 곳이 없다'라는 말이 요즘 들어 가슴에 많이 와 닿습니다.

우리 각자는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고 살아갑니다. 사제로, 수도자로, 또는 하느님의 창조사업에 동참하는 혼인으로, 그리고 각자의 삶의 터전에서 부르심을 받으며 살아갑니다. 어떤 위치에서든 그 부르심을 시작할 때의 "첫 마음"은 누구나가 가지고 있을 겁니다. 혹시나 기억하시는지요? 세례 받을 때 '예수님의 제자로서 살아가겠노라고' 다짐했던 그 때의 첫 마음, 혼인할 때 '평생 신의를 지키며 사랑하고 존경할 것을 약속'했던 설레임의 첫 마음, 사업을 시작할 때 '부지런히 열심히 돈 벌어서 나중에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어야지'라고 마음속으로 약속했던 첫 마음, 그렇게 지금도 살고 계신지요? 살다보면 그 첫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기가 힘든 것 같습니다.

첫 마음을 잃으면 돌아갈 곳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너무 멀리는 가지 마십시오. 정말 돌아가는 길까지 잊어버릴 정도로 멀리 가 있으면 하느님의 부르심을 못 듣고 살지도 모릅니다. 아마 그것보다 불행한 일도 없을 것입니다.

형제 자매 여러분, 살아가면서 힘들고 지치고 외롭고 어려울 때가 반드시 있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그런 마음도 하느님께서는 다 아십니다. 더 이상 주님의 음성을 듣지 못할 정도로 멀리가지 마시고, 좀 더 가까이에서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할 수 있는 착한 양으로 살아갑시다. 목자는 언제든지 기다려 주십니다.

출처 : 베텔 하늘방
글쓴이 : 마르가릿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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