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하고 속이 상하고 기분 나쁘고 울화가 치밀어서 어떻게 할 수 없을 때 사람들은 ‘환장 하겠다.’라고 말합니다. 벌써 33년 전 이야기입니다. 내가 대전으로 처음 직장을 옮기고 이사를 가려고 하였을 때 고향에서는 20만 원 짜리 전세를 살았습니다. 그런데 대전에서는 150만원을 주어야 산동네 독채 전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동생들과 아이들 모두 열 식구나 되는 대가족은 아무래도 무리였습니다. 공무원을 하던 우리 내외는 그만한 돈을 마련할 수 없었습니다. 정말 빠듯한 생활에 동생들의 학교 등록금을 내느라고 정신을 차릴 수도 없었고, 우리 부부의 봉급을 모두 합해야 한 달에 12만원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돈을 빌려 준 사람이 있어서 전세를 얻고, 매달 그 돈을 나누어서 갚아 나갔습니다. 그 때 처음 생긴 보너스는 전부 빚을 갚는데 들어가고, 생활비는 한 푼도 여유가 없었습니다.
전기 통닭구이를 아내에게 처음으로 사 주었을 때 그렇게 맛있는 요리는 평생 처음 먹어 보았다고 하면서 정말 수십 년도 넘게 그 얘기를 곱씹을 만큼 우리는 가난했던 때였습니다. 아직 갚을 돈이 남았는데 벌써 이사 온지 일 년이 되었습니다. 집주인은 어김없이 전세를 백만 원을 올려서 살던지 아니면 집을 내 놓으라고 했습니다. 은행에 대출을 받고, 사채를 얻고, 돈을 보태서 그렇게 전세금을 마련하고 일 년 내내 정말 한 푼의 여유도 없이 그렇게 살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100만원을 올려서 350만원으로 올려 달라는 것입니다.
대전의 변두리에 큰 저택에서 살고 있던 집 주인 집을 새벽에 걸어서 찾아갔습니다. 한 시간을 걸어서 찾아간 주인은 아주 냉정하게 잘라 말했습니다. “전세금을 올려주든지, 아니면 집을 비우라.” 아침도 먹지 못하고 그 집에서 걸어 나오면서 동쪽에서 밝게 떠오르는 아침 해가 나를 어지럽게 하였습니다. 정말 환장할 일이었습니다. 하늘이 노랗고, 빨간 별이 보여서 버스를 타려고 큰길까지 나왔다가 길옆에 쓰러졌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나를 흔들어 깨워서 정신을 차려서 일어나면서 입술을 물어 깨물었습니다. 비린내 나는 내 피를 마시며 ‘빨리 집을 사서 다시는 이 수모를 겪지 않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 뒤에 4년이나 지나서야 나는 겨우 내 집을 장만할 수 있었습니다.
‘환장’(換腸)이라는 말은 <장이 모두 바뀐다.>는 말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본래는 환심장(換心臟)이라는 말의 준 말이라고 합니다. 내 심장과 오장이 모두 바뀌어 제 자리에 있지 않는다는 말이랍니다. 사람의 오장육부(五臟六腑)가 모두 제 자리에서 제 기능을 다해야 정상적인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각각의 기능과 역할을 잘 수행해야 어느 특정 부분만 잘 된다고 그 사람이 잘 사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처럼 우기고, 잘못된 잣대로 판단하고, 그런다면 그건 정말 환장할 노릇입니다. 이미 그렇게 산 사람들이 많고, 이미 그렇게 피해를 본 사람도 많고, 이미 그렇게 가슴 아픈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정말 환장할 노릇입니다. 사람들에게 진리를 말해 주어도 믿으려 하지도 않고 오히려 진리를 말한다고 죽이려고 하는 사람들을 대하시는 주님은 정말 환장할 일입니다. 하느님께서 보내시고,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사람들이 하느님을 심판하고, 하느님을 옳고 그르다고 판단하고 있으니 정말로 환장할 노릇입니다. 자식이 아버지를 부정하고 스스로 내어났다고 한다면 누가 그 말을 믿겠습니까? 평생을 우물 안에만 살고 있는 개구리가 우물 밖의 세상을 어찌 알겠습니까? 그래서 바다가 있다는 것을 믿을 수도 없고, 소가 배부르고 큰지 알지도 못합니다.
정중와(井中蛙)는 바로 예수님께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고 하느님을 믿지 못하는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사람들이고 가슴이 터질 것 같은 마음을 달래시는 예수님은 환장할 일입니다. 나도 바로 우물 안 개구리처럼 억지소리를 해대고, 그 분의 말씀을 믿지 못하고 매번 배반하는 말썽꾸러기랍니다. 사순절에도 정신 차리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는 말썽꾸러기랍니다. 젊어서 결심한 것은 모두 사라지고 무사안일(無事安逸)에 젖어 있는 철부지랍니다. 주님, 용서해 주시고 제발 철 좀 들게 해 주십시오. 제발 정신 좀 차리게 해 주십시오.
~ 이창순 야고보 선생님의 묵상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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