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당의 선교 전략
“너희는 온 세상을 두루 다니며 모든 사람에게 이 복음을 선포하여라”(마르 16,15).
흔히들 조용히 자신의 삶을 통해 이웃에게 감명을 줌으로써 복음을 전하는, 이른바 ‘간접 선교’를 가톨릭 선교의 특징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이 선교에 대한 우리의 안이함을 정당화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지 않은지 반성해 볼 만한 일이다. 하느님을 체험하고,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충만해졌을 때 이를 이웃에게도 전하려는 열망이 생기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 것이다.
지난 9월 5일 수원교구 안성 대천동본당(주임: 강정근 마티아 신부)에서는 본당 전체가 100일간의 적극적인 선교운동을 통해 1천 명이 넘는 예비신자를 받아들이고 환영하는 예식을 가졌다. 본당 신자들의 적극적인 선교가 없었다면 이 많은 사람이 하느님을 만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을까? 여기에 대천동본당이 어떠한 방법으로 이러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는지 강정근 주임신부가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은 자료를 간략하게 엮어 소개한다. 이를 단기 선교운동에 그대로 활용하거나 장기적으로 선교를 위한 본당 사목 구조를 갖추는 데 응용할 수 있을 것이다.
1. 선교의식 일깨우기
1) 선교는 방법보다 의지가 더 중요하다.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여 선교의식을 고취시킨다. 적극적 선교 방법이 천주교식 전교 방법이 아니라는 의견에 대해서는 예수님과 제자들의 선교 방법을 일깨워준다. 예수님과 제자들은 가만히 앉아 오는 사람을 기다린 것이 아니라 직접 찾아 나서면서 선교하셨다는 점을 강조한다.
2) 왜 선교하는지에 대해서 신자들 스스로 답할 수 있도록 한다. 선교의 목적은 이 땅에 하느님 나라 건설과 사람들을 구원으로 이끄는 데 있다. 선교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신앙인으로서 필수 요소임을 이야기한다.
3) 진실된 마음, 전적으로 상대를 위한다는 마음으로 선교에 나선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셨던 것처럼 우리도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들에게 복음을 전한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무기는 바로 ‘진실’임을 깨닫는다.
4) 선교는 이웃을 하느님께 이끌 뿐 아니라 자기 자신을 성화시키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선교가 활성화된 본당은 본당에 활기가 넘치게 된다.
5) 끊임없이 기도한다. 본당 전체가 특별 선교 기간 동안 쉬지 않고 기도하는 분위기를 만든다. 선교 전후뿐 아니라 상대와 이야기하면서도 마음속으로 계속해서 기도하도록 한다.
6) 무엇보다 본당신부가 앞장서서 선교운동을 이끄는 것이 중요하며, 어느 때에나 선교 의식을 고취시키는 기회로 삼는다. 강론 시간, 공지사항 시간, 반모임, 구역 미사 등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2. 선교운동의 준비
1) 먼저 선교 추진위원회를 구성한다. 기존의 본당 사목협의회 위원이 주축이 될 수도 있고, 따로 구성할 수도 있다. 선교의 기본 단위는 구역·반의 소공동체가 되도록 하여 본당의 모든 교우가 빠짐없이 선교운동에 참여하도록 한다.
2) 전체 조직도와 각 기구의 직무는 다음과 같다.
-주임신부: 추진위원회를 대표하며 추진에 관한 결정권을 갖는다.
-보좌신부: 주임신부를 보좌하며, 주임신부 부재 시 그 직능을 수행한다.
-수도자: 사제들을 보좌한다.
-위원장: 기본 계획을 수립하고 전개해 나가며, 방향을 설정하고, 추진위원회의 업무를 종합하며, 역할 분담과 추진 사항을 점검 관리한다.
-부위원장: 위원장과 함께 직무를 수행하며, 위원장 유고 시 그 직무를 대행한다.
-총무: 추진위원회 행정 관리 업무와 회의 때 자료를 준비하고, 각 부서의 업무를 지원한다.
-지역선교부: 선교의 현장에서 선교 상황을 파악하여 구역의 선교를 지원하고 독려한다.
-영성부: 기도운동을 주관하고 관리한다.
-교리교육부: 예비신자 환영식 준비와 예비신자 교리교육을 담당한다.
-홍보부: 성당 내 모든 신자가 선교운동에 신속하고 열정적으로 참여하도록 홍보한다. 각종 홍보물의 제작과 배포를 담당한다.
-행사부: 외짝 교우의 밤, 예비신자 환영식, 이웃 초대의 밤, 선교 세미나 등 모든 행사에 필요한 부분을 적극 지원한다.
3) 상설 선교 사무실 운영: 구역별 선교 상황을 전체적으로 파악하고, 전체 운영을 점검한다. 사무실에는 각 구역별 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상황판을 만든다. 또한 기도운동의 일환으로 하는 고리기도가 끊기지 않도록 관리하며, 고리기도를 이어갈 순번의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하여 준다. 특별 선교 기간 동안은 이 사무실을 비우지 않고, 항상 북적이도록 한다. 대천동본당에서는 이 사무실을 24시간 가동하였다.
4) 선교운동 계획서 배포: 본당신부의 격려 내용, 선교 계획, 선교 방법, 기도 순서, 조직표 등 선교운동 전반에 관한 사항을 수록한 계획서를 책자로 제작하여 모든 신자에게 배포한다.
3. 전체 일정
1) 준비 단계: 40일간
① 운동 명칭과 구호 등을 결정한다. 예) ‘새 가족 찾기 운동’, ‘새 가족을 하느님께’, ‘1인 1명 선교하여 하느님께 봉헌하자!’, ‘눈 감으면 기도하고, 눈 뜨면 선교하자’ 등.
② 전체 계획을 수립하고 결정한다.
③ 선교 운영 조직을 구성한다.
④ 기도운동에 돌입한다. 모든 신자에게 선교 기도문을 배포하고, 개인적으로 또는 미사 전후에 매일 기도한다.
⑤ 선교 대상자를 선정한다.
⑥ 선교운동 소식을 주보나 간지를 통해 주일마다 공지한다.
⑦ 반별 9일기도, 60일 고리기도를 시작하여 각 가정에 기도운동을 일으킨다.
⑧ 각종 홍보물(포스터, 리플릿, 현수막, 어깨띠, 선교리본)을 준비하여 부착한다.
⑨ 전 신자 선교 교육, 선교 특별 기도회 등을 계획한다.
⑩ 선교 재정은 금식 봉헌금이나 선교 특별 헌금으로 충당한다.
⑪ 선교운동 선포식을 거행한다. 주일 하루를 정하여 미사 시간마다 선포식을 갖는다.
⑫ 선교 추진위원회를 가동한다.
⑬ 실질적인 선교활동을 시작한다.
⑭ 입교 대상자 봉헌식: 준비 단계 마지막 주일을 정하여 누구를 선교할 것인지 구체적인 선교 대상자를 적어내는 봉헌식을 거행한다.
2) 실행 단계: 40일간
① 각 반별로 선교지 등을 배부하여 선교한다.
② 활동지침서를 작성하여 각 구역·반장, 레지오, 단체 등에 교육시킨다.
③ 선교 대상자를 방문하여 입교할 것을 권면하기 시작한다.
④ 매주 토요일에 모여 준비과정을 평가하고 보충한다.
⑤ 추진 본부에서는 구역별로 확정된 입교 대상자 명단을 파악하여 구역, 반별로 통계를 내기 시작한다.
⑥ 반별로 선교 방문 보고서를 작성하여 구역에서 집계한 뒤 본부에 제출하고 지시를 받는다.
⑦ 외짝 교우들은 본당 간부들이 방문하여 집중적으로 입교 권면하여 외짝 교우 환영식에 나오도록 한다.
⑧ 현수막 설치를 관계 기관에 협조 요청하여 거리에 부착한다. 도로변, 주택가, 상가 등 어디를 가나 눈에 잘 띄도록 한다.
⑨ 선교 포스터를 각 가정의 대문이나 현관에 붙인다.
⑩ 중간 평가회를 갖고 미진한 부분을 보충한다.
3) 총력단계: 20일간
① 구역별 성체조배를 실시한다.
② 선교 대상자 가정을 집중적으로 3회 이상 방문하고, 레지오와 선교위원은 지원활동을 실시한다.
③ 구역 모임이나 레지오 등에서 일주일에 한 번 가두선교 활동을 실시한다.
④ 입교서를 접수하여 최종 집계한다.
⑤ 본당신부의 사목 서신(초대장)을 보낸다.
⑥ 예비신자 교리와 관리에 대한 구체적 대비책을 마련한다.
⑦ 예비신자 환영식 준비
⑧ 우수 구역 시상식 준비
* 전체 계획에 맞추어 다음과 같이 상세한 일일 계획표를 짜도록 한다.
4. 선교운동의 핵심 요소
1) 기도하며 선교하기
선교운동을 이끌어가는 절대적 힘은 기도에서 나오며, 기도가 선교운동의 성패를 좌우한다. 선교는 사람의 힘만으로는 되지 않으므로 하느님께서 이끌어주시도록 간절히 청한다.
① 고리기도
특정 기간 동안 하루 24시간 기도가 끊이지 않고 계속되도록 한다. 한 사람당 한 시간씩 이미 정해진 순서대로 하며, 기도가 끊기는 경우에 대비하여 다음 순번자에게 전화하여 바통을 넘겨준다. 선교 사무실에서는 이 고리기도의 순서를 늘 점검한다(<첨부 1> 참조).
② 9일기도
고리기도는 개인이 하는 것이지만 9일기도는 구역·반 단위로 함께 모여서 한다. 기도 양식을 만들어 각 가정을 돌며 바친다. 9일기도가 끝나면 자연스레 선교에 관한 정보를 나누고 선교 계획을 세우고 선교 활동으로 이어간다. 구역·반 단위로 선교하는 것이므로 함께 모이는 시간이 많을수록 좋은데, 9일기도는 함께 모이는 좋은 시간이다(<첨부 2> 참조).
③ 금식기도
40일간 단식하며 기도하셨던 예수님의 모습을 따라, 희생을 봉헌하며 선교 의지를 더욱 굳건히 한다. 금식기도 양식도 따로 정한다.
④ 성체조배
성체조배는 정해진 양식에 따라 구역별로 한다. 선교운동의 총력단계에 하는 것이 좋다. 선교운동의 마무리 단계에서 구역의 모든 신자가 성체 앞에 나와 하느님의 도우심을 청한다.
2) 선교 교육
주로 복음서를 중심으로 예수님과 제자들의 선교 모습을 찾아 전달한다.
① 선교 세미나
선교운동 초기에 실시한다. ‘나도 선교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데 주안점을 둔다. 세미나 참여율이 문제인데, 주일미사 공지사항 시간에 신청서를 볼펜과 함께 모두 나누어 준 다음 작성하여 봉헌하도록 한다. 제출된 신청서를 구역별로 분류한 다음 교적과 대조하여 구역·반장이 개인적으로 전달하여 신청을 받는다.
② 구역 미사
선교 기간에는 할 수 있는 만큼 자주 구역 미사를 봉헌한다. 이 시간에 함께 대화하며 생각을 공유하고 선교 의지를 고취시킬 수 있다. 주일미사 강론 때보다 구역 미사 강론 때 이야기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③ 구역·반장 교육
선교운동의 성패는 구역·반장의 역할에 달렸다. 선교 최선봉에 있는 사람들이 바로 이들이다. 따라서 선교 교육의 많은 부분을 이들에게 투자하여야 한다. 한 달에 두 번 정도 정기회의를 가지며, 이 시간에 선교 사례와 방법을 나눈다. 각 구역별 선교 현황을 점검한다.
④ 선교 사례 발표
선교에 앞장서는 열정적인 신자들을 뽑아서 주일미사 때 사례를 발표하도록 한다. 처음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던 신자들도 자신이 아는 사람이 나와서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자신감을 얻게 된다. 한두 사람이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그때마다 다른 사람의 사례를 들려주도록 한다.
3) 홍 보
본당 신자들에게 하는 대내적 홍보와 본당 밖의 비그리스도인을 대상으로 하는 대외적 홍보를 병행한다. 본당 신자들이 선교에 나서도록 하는 데 효과적인 자극제가 된다.
① 어깨띠: 선교 기간 동안 홍보위원들은 미사 전후에 선교 표어가 쓰인 어깨띠를 두르고 성당 정문 앞에서 신자들에게 인사한다. 미사 안내자와 전례 담당자도 어깨띠를 두르도록 한다. 이를 통해 본당 전체가 선교운동 중임을 깨우치도록 한다. 방문 선교 때에도 사용할 수 있다.
② 리본: 전 신자가 선교 표어를 담은 리본을 가슴에 달고 다니도록 한다. 선교 기간에는 어디서나 달도록 한다. 본인이 천주교 신자임을 알리는 표시가 되기도 한다.
③ 현수막: 본당 구역 내 눈에 잘 띄는 도로변이나 주택가, 상가 등에 건다. 대개 법적 제약이 따르기 때문에 관련 기관에 문의하거나 양해를 구하도록 한다.
④ 선교 포스터: 곳곳에 선교 포스터를 붙인다.
⑤ 차량 홍보: 본당 차량, 유치원 버스, 교우들 자동차에 포스터를 붙이고 다니도록 한다.
⑥ 리플릿: 가두 선교 때 행인들에게 나누어 준다. 짧은 시간에 읽을 수 있는 내용으로 천주교에 대하여 간략히 소개하는 내용을 담는다.
⑦ 선교 책자: 비교적 자세하게 설명된 선교 책자이다. 본당 교우들이 필요한 만큼 가져갈 수 있도록 준비하고, 의무적으로 두세 권은 가져다가 홍보하도록 한다.
5. 선교의 실제-방문 선교
1) 선교 대상자 선정: 가까운 이웃, 친척 가운데 선교 대상자를 선정하고 그 사람의 이름을 써서 집의 벽이나 주방 등 눈에 잘 띄는 곳에 붙여놓고 볼 때마다 그를 위해 화살기도를 한다.
2) 사전 준비를 한다. 본당 안내지, 홍보물, 주임신부 사목 서신, 천주교 안내 책자, 스티커 등을 준비한다.
3) 평소에 음식을 나누는 등 관심을 기울인다. 방문 계획을 잡는다.
4) 방문하여 안내 책자를 전해주며 설명을 해주고, 예비신자 환영식에 나오도록 권면한다. 입교 신청서를 받는다. 대화는 천천히 부드럽게, 사랑의 마음을 지니고 미소를 지으며 나눈다. 비판을 하거나 논쟁하지 않도록 한다.
5) 여러 차례 방문을 하고, 기회가 되면 반모임에 초대하여 구역·반 식구들에게 소개하고, 자연스런 친교를 형성하도록 한다.
6) 방문 가운데 자신도 모르게 부담을 주는 말이나 행동을 하였을 경우, “제가 부담을 드렸나 봅니다. 죄송합니다.” 하고 곧바로 사과하며, 방문 뒤 나올 때에는 “다음에 또 들르겠습니다. 자매님(형제님)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하고 인사한다.
7) 선교 뒤 개인 평가서를 작성하고, 어려움이 있을 때에는 반모임 등에서 대책을 강구한다.
<첨부 1> 고리기도 양식
1. 성호경
2. 성서 읽고 묵상
① 마태 28,16-20
② 마르 16,1-22
③ 로마 10,14-21
3. 묵주기도
4. 새 가족 찾기 기도문
5. 평화를 구하는 기도<첨부 2> 9일기도 양식
1. 성호경
2. 시작성가: 『가톨릭 성가』 76번 또는 자유롭게
3. 새 가족 찾기 기도문
4. 성서 읽기
첫째 날 1고린 1,17-29
둘째 날 1고린 2,1-10
셋째 날 1고린 9,16-27
넷째 날 마르 1,35-39
다섯째 날 마르 11,20-25
여섯째 날 마르 16,14-22
일곱째 날 요한 14,1-14
여덟째 날 에페 3,1-13
아홉째 날 필립 1,12-30
5. 묵주기도 5단
6.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7. 마침성가: 『가톨릭 성가』 19, 29, 61, 63, 421면 가운데 선택<첨부 3> 새 가족 찾기 기도문
모든 이에게 지극한 자비와 사랑을 베푸시는 하느님 아버지,
찬미 받으소서!
저희 공동체는 선교의 열정으로
하느님께 새 가족을 찾아 봉헌하고자 합니다.
우리 주위에는 하느님을 모르는 많은 이들이 있습니다.
주님! 그들에게
참된 진리와 구원의 기쁜 소식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을 열어주시어,
하루빨리 아버지의 품안으로 찾아오게 하소서.
또한 새 가족을 찾아 나서려는 저희 안에 주님의 성령을 보내주시어
저희가 만나는 모든 이에게
주님의 살아있는 말씀을 생동감 넘치게 전하는 선교의 도구가 되게 하소서.
마침내 삼천년기를 맞는 교회가 아버지께는 찬미와 영광이 되고
저희 모두에게는 구원에 이르는 삶이 되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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