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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고 간 사랑… 그리움이 모인다

도구 Ludovicus 2010. 2. 16. 10:09

김수환 추기경 선종 1주기

명동성당·용인 묘역서 16·21일 추모미사 등… 다양한 행사 열려

“형님(허근 신부)이 교구장 비서로 있던 1980년대 초 주일날 교구장실에 들렀는데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며 김 추기경이 들어오셔서는 ‘택시 타고 왔는데 차비가 없다. 1000원짜리 좀 있느냐’고 물으셔서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허영엽 신부가 기억하는 김수환 추기경의 모습이다. 이렇듯 고(故) 김수환(1922~2009) 추기경을 접한 사람들은 모두 자신만의 추기경 이미지를 갖고 있다.

김 추기경이 교구장으로 있을 때 서울대교구 사제들은 성탄절이나 부활절 때면 친필 엽서를 받곤 했다. 엽서 내용은 "새로 발령받은 본당(성당)에는 잘 적응하느냐" "지난번에 아프다던 것은 다 나았느냐"는 식으로 매우 구체적인 것이었다. 사랑과 관심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매우 구체적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다. 김 추기경은 그러면서 생전은 물론 사후에도 자신의 이름을 딴 것은 만들지도, 하지도 말라고 강조했다.

'사랑'과 '감사'를 남기고 떠난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善終) 1주기(16일)가 다음 주로 다가왔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김 추기경의 유지를 따라 소박하되 경건한 추모행사들을 준비했다.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 1주기를 앞두고 추모미사를 비롯해 다양한 추모행사가 마련됐다. 11일 낮 서울 평화화랑에 전시된 김 추기경의 대형사진을 관람객들이 보고 있다. /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추모 미사

선종 1주기인 16일과 주일인 21일 열린다. 16일 오후 7시 서울 명동성당에서는 교구장 정진석 추기경과 주교단·사제단이 공동집전하는 미사가 봉헌된다. 이날 서울대교구의 모든 성당과 기관에서도 위령(慰靈) 미사가 봉헌된다. 21일 오전 11시엔 김 추기경이 영면하고 있는 경기도 용인 성직자묘역에서 염수정 총대리주교와 사제단이 공동집전하는 추모미사가 봉헌된다. 김 추기경 묘소엔 지난해 2월 이후 약 30만명이 참배한 것으로 서울대교구는 집계했다.

옹기장학회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부친이 옹기 장사를 했던 김 추기경이 2002년 북한중국 등 북방선교를 위해 설립한 '옹기장학회'를 교구 차원의 공식 기념사업으로 지정했다. 서울대교구는 염수정 총대리주교가 이사장을 맡고, 보직 사제들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을 새 임원으로 영입하며 대상 지역도 아시아 전역으로 넓히고 대상자도 사제와 신학생·연구자로 확대하기로 했다.

문화행사

추모행사 중 가장 먼저 시작된 것은 3일 개막해 12일까지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내 평화화랑에서 열리고 있는 사진전(02-2266-1591)이다. 소(小)신학생 시절부터 병원에 입원한 마지막 모습까지 120여점을 선보인 이 전시는 점심시간 무렵에는 가톨릭회관 현관까지 길게 줄이 이어지는 등 뜨거운 관심을 모아 11일 오후 현재 9000여명이 관람했다.

16일부터 28일까지 명동성당 들머리 언덕길로 옮겨 대형사진 위주로 30여점이 야외전시될 예정이다. 김 추기경의 손때와 체온이 묻은 유품(遺品) 140여점은 서울 절두산순교성지 내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에서 16일부터 5월 23일까지 전시된다. (02)2126-2299

18일 오후 8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추모음악회(02-2269-0419)가 열린다. 가톨릭인터넷 굿뉴스와 동성중고교 총동창회가 주관하는 음악회에는 김덕기씨의 지휘로 트리니타스 합창단과 챔버오케스트라 그리고 소프라노 김민조, 테너 강훈, 베이스 성궁용씨가 출연해 베토벤의 〈에그몬트 서곡〉, 베르디의 레퀴엠 중 〈나는 탄식한다〉, 카치니와 멘델스존의 〈아베마리아〉 등을 선사한다.

천주교 신자 미술인들의 모임인 서울 가톨릭미술가회는 18~27일 김 추기경을 형상화한 작품전을 평화화랑(02-727-2336)에서 개최하고, 김 추기경이 생전에 선물로 받았던 미술품 77점도 3월 3~16일 평화화랑에서 일반에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