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2009. 11. 9. 월)
<성전 정화>
예수님께서 성전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을 쫓아내십니다.
그리고 말씀하십니다.
“‘나의 집은 모든 민족들을 위한 기도의 집이라 불릴 것이다.’
라고 기록되어 있지 않으냐?
그런데 너희는 이곳을 ‘강도들의 소굴’로 만들어 버렸다.“ (마르코 11,17)
공관복음에는 성전 정화 사건이 수난 직전의 일로 되어 있는데,
요한복음에는 예수님 활동 초기의 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어떻든 이 사건은 유대인들이 예수님을 죽이기로 마음을 굳히게 된
결정적인 사건이었습니다.
그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예수님을 죽이고 싶어 하긴 했지만
그 사건이 예수님 살해 음모를 실행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복음서를 자세하게 읽어보면,
성전에서 쫓겨난 장사꾼들이 예수님께 항의하는 내용이 없습니다.
또 그 일로 예수님을 죽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장사꾼들이 아니라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입니다.
성전 장사꾼들의 배후에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 즉 성직자들이 있었고,
그 사건 때문에 가장 크게 손해를 본 사람들도 그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일로 그들의 권위와 권한이 크게 손상되었습니다.
또 그 일로 백성들 사이에서 예수님의 인기가 높아진 것도
권력층이나 기득권자들에게는 위험한 일로 생각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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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이 안식일 규정 등의 율법을 의도적으로 무시하신 일은
유대교를 중심으로 살아가던 당시의 사회 질서를 뒤흔든 일이었습니다.
또 성전에서 장사꾼들을 쫓아내신 일은
당시 유대인들 사회의 권위와 제도와 조직을 무너뜨린 일이었습니다.
예수님이 그런 일로 백성의 인기를 얻게 된 것은
종교개혁과 독립운동을 일으키려고 한다고 생각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 여러 가지 이유로 당시 권력층과 기득권자들과 성직자들은
예수님을 죽여야만 했습니다.
그냥 미워해서 죽인 것이 아니라 죽여야만 했기 때문에 죽인 것입니다.
예수님이 사회의 질서와 제도를 뒤집어엎었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그들에게는 예수님이 개혁가나 혁명가로 보였던 것입니다.
아니면 위험한 이단자나 반란군 두목으로 보였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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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성전에서 장사를 하기 위해서는 사제들의 허락을 받아야 했습니다.
장사꾼들은 장사를 해서 번 돈의 일부를 사제들에게 바쳤을 것입니다.
또 더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자릿세를 주고받았을 것입니다.
그런 돈은 모두 봉헌금이 아니라 사제들 주머니로 들어가는 뇌물이었습니다.
그래서 성전에서 장사를 한 것은 사실상 사제들이었습니다.
성전을 강도들의 소굴로 만든 것도 사제들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아마도 가난한 장사꾼들을 괴롭힐 생각은 없으셨을 것입니다.
성전에서 장사를 한 것은 잘못이지만 그들도 먹고살자고 한 일입니다.
사실 예수님은 장사꾼들을 쫓아내심으로써 사제들의 돈줄을 끊어버리셨습니다.
장사꾼들을 꾸짖으심으로써 사제들을 공격하고 비판하셨습니다.
그래서 장사꾼들이 아니라
사제들이 예수님을 죽이려고 음모를 꾸미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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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가 타락할 때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타락의 중심에는 항상 돈이 있습니다.
돈이 종교 타락과 부패의 주요 원인이고,
타락하고 부패한 종교는 돈에 욕심을 내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종교는 적당히 가난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일부 수도회 경우에
수도자 개인은 가난한데 수도회는 부자라는 말이 있습니다.
수도자 개인이 가난하게 살아도 수도회에 재산이 많다면
언제든지 문제를 일으키는 불씨로 작용합니다.
성직자는 가난한데 교회는 부자일 수도 있습니다.
성직자들 개인이 가난하게 살아도 교회에 재산이 많다면
그 재산이 언제든지 문제를 일으키는 불씨로 작용합니다.
교회에도 재산이 많고 성직자들도 가난하게 살지 않는다면
항상 부패하고 타락합니다.
과거의 역사를 보면 항상 그랬습니다.
물론 교회에도 돈이 필요하긴 합니다.
운영비, 유지비, 선교활동비, 자선사업비...
그러나 하느님의 사업은 돈의 힘이 아니라 하느님의 힘으로 합니다.
돈은 그냥 도구일 뿐입니다.
목적과 수단을 혼동하는 것이 타락의 시작입니다.
교회가 어떤 사업을 시작하면서
그 일이 정말 하느님의 뜻에 맞는지를 걱정하지는 않고
돈 걱정만 하고 있다면 그건 아주 잘못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사도들을 파견하실 때
아무것도 가져가지 말고 빈손으로 가라고 하신 명령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명령입니다.
송영진 모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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